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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가 없던 시간에 내 훈련복이 세탁돼 있었다

2026-07-09 20:29:13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내가 없던 시간에 내 훈련복이 세탁돼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외출 복귀해서 생활관 문을 열었을 때부터 이상했어. 복도 형광등은 그대로였는데, 내 사물함 위쪽에서 나는 새벽 세탁 냄새가 먼저 코를 찔렀거든. 그 냄새가 “오늘 누가 세탁했나 보다” 수준이 아니라, 누가 내 옷을 통째로 만진 느낌에 가까웠다.

그날 나는 근무 끝나고 정비반에서 잠깐 볼일이 있어서, 내무생활관엔 한 시간 남짓 비어 있었어. 점호 전까지는 복귀할 생각이었고, 실제로도 복귀했지. 근데 문제는 훈련복이었어. 보통은 내가 갤 때마다 훈련복이 사물함 안에서 구겨진 채로 그대로였거든. 누가 손대면 냄새나 구김이 달라. 그런데 그날 아침 내 옷은 다르게 개켜져 있었어.

사물함 문을 열자마자, 내 훈련복이 마치 누가 일부러 “딱 맞춰” 개어둔 것처럼 가지런했어. 주머니 안에 있던 이어폰 케이스가 평소엔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게 안 보였고 대신 옷 주머니가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어. 나는 순간 “아, 세탁 맡긴 누가 잘못 개어놨나?” 싶었는데 생활관에서 세탁은 보통 단체로 돌아가면서 확인하고, 이름표 붙여서 관리했거든.

그래서 나는 바로 내게 세탁을 맡길만한 사람이 있나 주변을 훑었어. 동기들은 “너 오늘 외출했잖아” 했고, 내 옆자리 녀석은 “나 오늘 세탁 안 했어”라고 딱 잘라 말했어. 당직 사무실에 세탁 담당이 따로 있는 부대였는데, 내가 안 맡긴 걸로 알고 있어서 더 찝찝했지. 무엇보다도 내 옷의 단추 위치가 조금 이상했어. 단추는 원래 내 손으로 맞추던 대로 있었는데, 누군가 다시 잠그거나 반대로 끼운 흔적이 있었거든.

난 괜히 티 내지 않으려고 점호 때는 평소처럼 행동했어. 그런데 훈련복을 입는 순간, 또 한 번 더 확인하게 됐지. 안쪽 목 라벨 근처에 손이 닿았던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어. 마치 세탁기에 넣기 전에 한번 더 훑고 털어낸 사람의 손 같았다고 해야 하나. 땀 냄새가 아니라 세정제 냄새가 깊게 배어 있어서, 그게 “잠깐 털어낸” 수준이 아니었어.

그날 훈련 끝나고 다시 사물함을 확인했는데, 내 훈련복 외에도 작은 게 하나 바뀌어 있었어. 내가 생활관에 들어오기 전에 분명히 책상 위에 올려놨던 종이 한 장이 사물함 안에 들어가 있었거든. 접혀 있던 모양이 내가 접는 방식이 아니었고, 가장자리 정리도 너무 깔끔했어. 누가 내 물건을 정리했다는 건 알겠는데, 하필이면 내가 없는 시간에 그렇게 “딱” 맞춰서 바꿔둔 게 소름이었지.

그때부터 난 자꾸만 시간대를 생각하게 됐어. 내가 비운 건 대략 오전 9시 반부터 10시 반 사이. 그 사이에 생활관에는 누구나 들어올 수는 있었지만, 세탁실로 옷을 가져가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었고 그 사람들은 늘 표시를 남겼어. 세탁 담당은 작업 끝나면 옷이 봉투에 들어간 채로 돌아오고, 누가 맡겼는지도 기록이 남아. 그런데 내 옷은 봉투 자국도, 기록도 없이 “이미 제자리”에 있었어. 누군가가 기록을 건너뛴 거라면, 그건 그냥 실수로 보기엔 너무 자연스러웠다.

저녁에 한 번 더 확인하려고, 나는 일부러 다음 날 세탁실 앞에 서서 내 옷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해보려 했어. 근데 세탁실 문 옆에 걸린 분류표를 보는데, 내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어. 동시에, 내 옷에서 느껴지던 세정제 향이 오늘도 남아 있었고, 특히 소매 안쪽은 새 옷처럼 뽀송했지. 나는 그때 처음으로 “누가 내 옷을 세탁했는데, 기록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어.

마지막으로 그날 밤, 샤워하고 나서 생활관 불을 끄기 직전 다시 사물함을 열어봤다. 내 훈련복은 그대로 있었는데, 주머니 속 깊은 곳에서 손가락 끝이 뭔가 단단한 걸 건드렸어. 꺼내 보니, 내가 아침에 종이와 함께 챙기려다 말았던 작은 카드였어. 종이 쪽은 내가 버리지 않았는데도 정리되어 있었고, 카드만 유독 사물함 안쪽 깊이에 들어가 있었더라. 그 카드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카드 모서리에 젖었다가 말라서 생긴 얇은 물자국이 남아 있었어. 마치 누군가가 손에 들고 있다가, 세탁 과정 어딘가에 끼워 넣었다 뺀 것처럼.

그 뒤로 나는 세탁이 뭔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흘러가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 내가 없는 시간에도 내 물건은 움직이고, 누군가는 내 방식으로 정리하고, 누군가는 기록을 남기지 않아.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그 누구도 나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날 이후로도 가끔 사물함의 구김이 달라지거나, 내 옷이 입기 전보다 더 깨끗하게 정돈돼 있는 날이 생겼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누가 했는지”보다 “왜 하필 내 옷인지”가 자꾸만 생각나더라. 결국 그 훈련복은 끝까지 내 자리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아니라 누군가가 대신 입고 있을 것 같아 잠이 잘 안 오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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