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주차도 안 했는데 차 키가 울리기 시작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도 안 했는데 차 키가 울리기 시작했다. 진짜로, “내 차 아니면 상관없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그날 밤은 이상하게도 계속 내 쪽으로만 소리가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은 퇴근하고 나서 그냥 무심하게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는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고, 조명은 멀쩡히 켜져 있는데도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그저 편의점 들렀다가 들어가려는 거였지, 주차를 할 생각은 아예 없었다.
문제는 내가 주차라인이 아닌 통로 쪽을 지나는데, 갑자기 손목에 있던 차 키(차키 줄이 달려 있어서 항상 그쪽에 걸려 있었다)가 삐빅 하고 울리면서 깜빡이기 시작한 거다. 처음엔 배터리 문제나 장난감처럼 오작동인가 싶었는데, 소리가 분명히 “잠금/해제 알림” 같은 패턴으로 반복됐다.
나는 바로 키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런데도 키는 멀쩡했고, 화면도 살아있었다. 더 웃긴 건 내가 차에 가까이 간 것도 아닌데 계속 울린다는 거였다. 지하 1층 통로 끝, 기둥 사이로 시야가 열리는데 그때마다 소리 크기가 조금씩 커졌다가 다시 줄어드는 것 같았다.
“누가 내 키를 갖고 있나?” 싶어서 주변을 봤다. 하지만 사람은 없었다. CCTV 돔만 천장에 있고, 멀리 세워진 차들이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내 차가 어디에선가 가까이 주차돼 있어서 그런 줄 알고, 차키를 눌러 잠금 해제를 확인하려는 순간 멈칫했다. 그 버튼을 누르는 게 맞는지, 누르면 더 큰일 나는 느낌이 들었거든.
한 번 울리고, 두 번 울리고, 그 사이에 내 귀에 들리는 건 알림음만이 아니었다. 키가 울릴 때마다 지하 어딘가에서 아주 얕게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마치 누가 자동차 문을 살짝 건드렸다가 다시 가만히 있는 것처럼. 나는 속으로 “누가 작업 중인가 보다”라고 합리화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금속 소리는 늘 내 쪽 방향에서 들렸다.
그때 갑자기 키 표시등이 빨간색으로 한 번 크게 깜빡했다. 그리고 “삐-” 하는 소리와 동시에 지하주차장 바닥에서 아주 짧게 진동이 전해졌다.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바로 차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마치 내 발밑에서 차가 숨 쉬는 것처럼 느낌이 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고, 그 순간 통로 끝쪽 기둥 뒤에서 아주 희미하게 차등 같은 불빛이 번쩍였다.
불빛이 비친 방향을 보니, 내가 주차해 둔 적이 없는 자리—정확히는 내가 평소 이용하지 않는 구역—에 내 차 번호가 떠 있는 것처럼 착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다른 구역에 차를 세워놓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나는 퇴근하면서 차를 쓰고 나갈 때 그 자리 기억이 또렷했다. 게다가 이날 내 차는 집에 있었고, 나는 오늘 지하주차장에 “주차도 안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올라가자고 마음먹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었다. 그런데 키가 그걸 허락하지 않듯이, 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리가 더 선명해졌다. 마치 “도망치지 말고 여기 봐”라고 하는 것처럼.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는 소리가 순간적으로 멈췄다가, 문이 열리는 타이밍에 맞춰 다시 울렸다. 누가 장난을 친 것치고는 타이밍이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더 무섭더라.
엘리베이터 문 틈으로 지하가 스쳐 지나가는데, 나는 한 번 더 아래를 봤다. 그때 내 키 화면엔 락 아이콘이 깜빡이고 있었고, 동시에 내 시야 안쪽 어딘가에서 차 문이 아주 작게 “딸깍” 하고 잠기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날 밤 내내 생각했다. 설마 내 차가 거기 있었던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가 와서 주차했다고 믿는 시간”을 눌러버린 건 아닐까 하고. 지금도 가끔, 주차를 안 한 날에 차 키가 스칠 듯 울릴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지하주차장 통로의 차가 없는 자리부터 먼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