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채혈 후 거즈가 내 손이 아닌 곳을 눌렀다
병원에서 채혈 후 거즈가 내 손이 아닌 곳을 눌렀다. 처음엔 그냥 주사실 동선이 꼬였나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손끝 감각이랑 기억이 자꾸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어.
사건은 평일 오후, 감기 기운 때문에 동네 병원에 갔을 때였어. 접수하고 채혈실로 들어갔는데 간호사분이 “왼손으로 할게요” 하면서 상완을 묶더라. 나는 평소처럼 팔을 편하게 두고 기다렸고, 피가 잘 나오는지 체크하는 소리만 들렸다. 주사 바늘이 들어갔다가 빠지는 건 늘 하던 일이니까 크게 신경 안 썼어.
채혈이 끝난 뒤 간호사분이 거즈를 잡더니 “여기 꾹!” 하고 눌렀는데, 그때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왼쪽 팔 쪽이었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즈가 눌리는 느낌이 손목이 아니라, 내 몸의 다른 위치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졌어. 정확히 말하면 왼손이 아니라, 내 손바닥 안쪽처럼 보이는 곳이 아니라… 가슴 쪽으로 살짝 내려앉는 느낌이었지.
나는 ‘아, 내가 잘못 봤나’ 싶어서 팔을 움직이려 했는데, 간호사분이 바로 “가만히 계세요. 피 멈출 때까지요” 하며 더 눌렀어. 그 순간 거즈가 닿아있는 부위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느꼈어. 손목을 눌러야 할 압력이 손등에서 시작되는 것 같고, 손가락 끝이 얼얼해지더니 그 얼얼함이 몸 안쪽으로 번지는 기분이 들었거든.
그래도 채혈 자체는 했고, 결과도 받아야 하니까 억지로 참았어. 간호사분은 “이렇게 5분만요” 하면서 종이컵에 거즈를 정리해 치우더라. 나는 고개를 돌려 내 팔을 확인했는데, 문제는 거즈가 있어야 할 자리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는 거야. 피는 멈춘 것처럼 보였고 상처는 당연히 있었지만, 그 상처 위를 누르고 있는 건 내 눈에 보이는 것과 감각이 서로 어긋나 있었어.
잠깐 멍하니 있는 사이, 병원 커튼 너머에서 또 다른 환자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어. 누군가가 내 의자 옆을 지나가는 것 같아서 시선을 아래로 내렸는데, 내 팔꿈치 아래쪽이 아니라 바지 주름 쪽이 약간 눌린 듯한 압박이 느껴졌어. 나는 깜짝 놀라 “저기… 거즈가…” 하고 말을 하려다 말았어. 왜냐면 말하는 순간, 그 압박이 사라지고 대신 손등이 아주 뜨겁게 달아올랐거든.
그 뒤로 간호사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괜찮으세요?”라고 물었고, 나는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했어. 설명을 하려 해도 감각이 너무 이상했어. 내가 느낀 건 손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방향이었는데, 실제로는 내 팔엔 아무 변화가 없었거든. 그래서 더 이상 캐묻는 게 민망해서 그냥 검사실로 다시 나왔고, 채혈 확인 서류를 받고 귀가했지.
문제는 집에 와서 시작됐어. 손을 씻는데 손바닥 쪽이 이상하게 아릿했는데, 손바닥에는 아무 상처도 없더라. 반대로, 주사 맞은 자리라고 생각한 부위는 멀쩡한데도 감각만 흐릿했어. 그날 밤엔 분명히 ‘왼손 채혈’인데, 꿈속에서는 내가 거즈로 가슴을 누르고 있는 장면이 계속 반복됐어. 꿈에서조차 내가 멈추지 못하고 누르는 느낌이었고, 누르는 곳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았거든.
다음 날 아침 병원에서 문자로 검사 일정이 오는데, 문득 내가 느꼈던 이상한 압박이 떠올랐어. 그래서 병원 앱에서 채혈실 위치랑 동선을 찾아봤는데, 주사실은 한쪽 벽을 따라 있고, 커튼을 닫는 방식이 특이하게 되어 있더라. 간호사분이 거즈를 정리하던 타이밍에 커튼이 살짝 흔들렸고, 그 틈에 다른 환자 팔이 잠깐 내 시야로 들어왔던 것 같아. 하지만 그 정도로는 설명이 안 됐어. 손과 몸의 감각이 뒤엉키는 느낌은, 그냥 사람 착각으로 넘기기엔 너무 생생했거든.
그리고 제일 무서웠던 건 며칠 뒤였어. 샤워하면서 물을 만지는데 손끝이 갑자기 ‘한 번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거든. 머리로는 지금 손을 움직이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감각이 잠깐 뒤에 붙어오는 거야. 병원에서 거즈가 내 손이 아닌 곳을 눌렀다는 게,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내 기억 속 어딘가가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도 가끔 채혈할 때마다, 거즈를 눌러주는 손이 내 팔을 향하는지, 아니면 다른 곳을 향하는지… 눈앞이 아니라 등 쪽에서 먼저 신호가 와서 소름이 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