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방 문이 닫히는 소리 뒤에 속삭임이 따라온다
시골집에 도착한 날부터 이상한 소리가 시작됐어. 비가 오락가락하던 저녁, 나는 짐을 풀고 방 문을 닫는 순간 ‘딱’ 하고 닫히는 소리 뒤로 아주 얇은 속삭임이 따라붙는 걸 들었거든. 마치 누가 문 틈으로 혀를 대고 말을 시작하려다, 내가 문을 완전히 닫기 직전에 멈춘 것처럼. 처음엔 바람소리겠지 했는데, 그 속삭임이 내 이름을 부르진 않아도 분명히 ‘나’ 쪽으로 향하고 있었어.
집은 산 아래 조용한 마을이라, 밤이면 전등 잡음 같은 정적이 크게 들려. 방 안에 들어와서 커튼을 치고 휴대폰 불빛으로 잠깐 어지간한 것들을 정리했는데도, 문 닫힌 뒤의 그 소리가 계속 귀에 맴돌았어. ‘사람이 속삭일 때 나는 숨의 간격’이 있잖아. 그 리듬이 짧게, 길게 번갈아 오더라. 그래서 한 번 문을 열어 확인했지. 복도는 당연히 비었고, 발소리도 없었어.
그런데 다음부터는 패턴이 생겼어. 화장실 문을 닫을 때, 부엌 쪽 문을 닫을 때도 가끔은 같았고, 특히 방 문만 유독 정확했어. 내가 문손잡이를 잡고 ‘닫는다’는 행동을 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문이 닫히기 직전 혹은 닫힌 직후에 속삭임이 딱 붙었거든. 그 속삭임은 단어를 이루진 못했어. 다만 “들었지?” 같은 느낌으로 문장처럼 꺾여 있었어. 그래서 웃기기도 하고, 동시에 등골이 차가워지더라.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늘 그렇듯 밥상 앞에서 말투가 무심했어. “밤에 바람이 좀 시끄럽더라.” 그 말만 하고는 반찬을 툭툭 내놓았지. 나는 일부러 태연한 척 물었어. “어제 방 문 닫히면 누가 말한 것처럼 들리던데요.” 그러자 할머니는 잠깐 젓가락을 멈췄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얼굴로 웃더라. “그 집이 워낙 오래돼서 그래. 문짝이 사람 소리 내는 거지.”
근데 그 말이 너무 ‘대충’이라, 나는 오히려 더 찜찜해졌어. 오래된 집이면 삐걱거림 정도는 이해가 되는데, 사람 숨소리 같은 리듬은 설명이 안 되잖아. 그래서 나는 점심쯤 방 문을 일부러 천천히 닫아봤어. 손잡이를 놓치지 않게, 닫히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속삭임은 빨라지거나 늦춰지지 않았어. 내가 조절한 건 내 마음의 기준이었고, 소리는 이미 정해진 대기 시간을 갖고 기다리는 것 같았어.
그때부터는 내가 문을 안 닫으면 될까 싶었는데, 그게 또 아니더라. 잠깐이라도 문을 반쯤 열어두고 바깥을 볼 때면, 문이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복도 쪽에서 속삭임이 들려왔어. 마치 누군가가 문고리에 입을 대고 안쪽을 향해 말하는 것처럼. 나는 그날 오후 내내 방 안에서만 지내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저녁 먹자” 하면서 부르자 밖에 나가야 했어. 그 순간, 내 등을 향해 얇게 휘감는 소리가 들리더라. ‘가만히 있어’ 같은 말 같았는데, 확실히 들리진 않았어. 대신 확실히 기분만 눌렀지.
저녁엔 가족이 아니라 나 혼자만 깨어 있었어. 할머니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나는 부엌 쪽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정신이 멎는 느낌을 받았어. 방 쪽에서 ‘딱’ 소리가 났거든. 내가 방에 들어간 적도 없었는데. 그리고 그 뒤로 속삭임이 아주 가까이서 들렸어. 내 귀 뒤가 아니라, 내 머리 안쪽에 바람이 스치는 느낌으로.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나는 반사적으로 방 문을 열려고 했는데 손이 멈췄어. 열면 더 확실해질 것 같아서, 오히려 열지 말아야 안 미칠 것 같은 순간이 있었거든.
그날 밤, 결국 나는 잠이 오지 않아서 전등을 켠 채로 누워 있었어. 그런데도 방 문 쪽에서는 소리가 이어졌어. 문이 닫히는 소리는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어. 아주 조용히, 아주 얇게 반복되는데, 마치 누구 손이 문을 아주 작은 폭만큼씩 밀어 넣는 것처럼 들렸지. 그 틈에서 속삭임이 매번 다른 톤으로 흘러나왔어. 분명히 말은 안 했는데, 듣는 사람을 향해 ‘관찰’하는 기분이었어. 내가 있는지 확인하는 듯한 느낌.
새벽 다섯 시쯤, 할머니가 방문을 두드리고 내려갔어. 그때 문득 나는 알겠더라. 속삭임이 “들어와” 같은 요청이 아니라, “지금도 거기 있냐”를 묻는 방식이라는 걸. 할머니는 나를 깨우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오늘은 일찍 나가자” 했어. 나는 짐을 다시 챙기면서도 계속 문손잡이를 피했지. 문을 잡는 순간, 소리가 다시 맞춰질까 봐. 그리고 문을 닫을 때마다 아주 잠깐씩, 내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떨림이 귀에 남아 있었어.
집을 나서고 한참 뒤에야, 나는 그 속삭임이 ‘무슨 말’인지 떠올리려고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떠올릴수록 더 흐려졌어. 대신 남는 건 하나였어. 문이 닫히는 소리 뒤에는 꼭 누군가의 숨이 따라오고, 그 숨이 늘 내 쪽으로 움직였다는 것. 지금도 가끔, 내 방 문을 닫을 때마다 그 얇은 리듬이 뒤따르는 착각이 들어서 문을 닫는 손이 잠깐 멈춰. 그 소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내가 듣지 않으려 해도 이미 내 귀가 먼저 알아버린 것 같아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