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는데 직원이 아무도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는데 직원이 아무도 없다. 그날은 그냥 야근 끝나고 집에 가려던 평범한 저녁이었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느낌이 좀 이상했다. 버튼을 누르려는데 손이 멈칫할 만큼 서늘했고, 층 표시등은 멀쩡히 켜져 있으면서도 소리가 묘하게 먹먹했다.
나는 8층 사무실에서 내려가는 길이었어. 8층이면 평소엔 경비나 청소하시는 분이 자주 보이는데, 그날은 유독 조용했다. 엘리베이터는 열려 있었고, 안쪽 거울 같은 벽에 내 얼굴이 비쳤는데도 뭔가 살짝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타세요.” 같은 안내 방송도 없었고, 그냥 문이 닫히더라.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스피커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또렷하게 불렀다. 평소에 회사에서 누가 부를 때의 발음이랑 똑같았고, 무엇보다 뒤로 공기가 확 밀려드는 느낌이 들었지. 나는 멍하니 “네?” 하고 대답하려다, 갑자기 목이 막혀서 입만 벌린 채 얼어버렸다.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스피커가 다시 한 번 더 내 이름을 말했다. “○○씨.” 하고 딱 잘라서. 그 이름은 내 주민번호 앞자리처럼 회사 사람들만 알아듣는 게 아니라, 가족도 그냥 별명으로 부르는 정도였거든.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마치 내가 타자마자 호출된 것처럼 정확히 불렀다. 나는 반사적으로 비상벨 버튼을 눌렀는데, 뭔가 신호음이 나야 할 텐데 그냥 ‘틱’ 하는 소리만 났다.
엘리베이터는 8층에서 7층으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중간층을 한 번씩 건너뛰는 느낌이 들었다. 문은 안 열렸는데도 층 표시등이 순서대로 바뀌지 않고, “6…9…4…” 같은 식으로 정신없이 숫자가 튀었다. 물론 그 숫자가 실제로는 그렇게 보였을 뿐이겠지. 근데 내 머리는 분명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 ‘내가 잘못 본 건가’가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스피커가 낮게 다시 울렸다. 이번엔 내 이름이 아니라, 아주 짧은 문장 하나였어. “호출 완료.” 그 말이 너무 건조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엘리베이터 내부는 조용했고, 천장 조명은 평소보다 약간 차갑게 번쩍거렸다. 나는 문손잡이를 잡아당겨보려 했는데, 문은 단단히 잠겨 있고 손끝만 떨렸다. 거울 속 내 표정도 똑같이 떨리는 게 아니라,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기분이 들었어.
나는 결국 정면 패널에 있는 비상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하고 말이 나오기도 전에, 누군가가 내 쪽을 향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들린 목소리가 내 이름을 또 불렀는데, 이번엔 스피커가 아니라 엘리베이터 안쪽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귀를 기울일수록 목소리가 선명해지는 게 아니라 더 가까워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문이 열릴 때의 소리는 평소보다 길었다. ‘딩’ 하고 열리는 게 아니라, 마치 숨을 참았다가 내뱉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이상하게 또렷하게 열렸다. 그런데 1층 로비여야 할 곳에 사람이 없었다. 원래도 늦은 시간엔 한산하긴 하지만, 그날은 직원이 아니라 관리실 불빛조차 없을 정도였어. 로비는 비어 있었고, 그 텅 빈 공간이 내 목소리를 삼켜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얼떨결에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와서 관리실 쪽을 확인했는데, 잠겨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안쪽은 어둡고, 모니터 화면도 켜져 있지 않았다. 대신 벽면에 붙은 공지문 같은 게 흔들리며 스르륵 떨어졌고, 그 종이엔 적혀 있는 게 하나뿐이었어. ‘호출 시 직원이 탑승합니다.’ 날짜는 며칠 전으로 되어 있었고, 글씨는 누가 일부러 강조한 것처럼 진하게 칠해져 있었다. 그때 뒤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스피커가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아주 조용히 한 번 더 불렀다.
그 소리가 들리기 직전, 나는 문득 생각했어. 직원이 아무도 없었던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이미 나를 호출해버렸다는 쪽이 더 말이 됐다는 거. 그리고 내가 뛰쳐나오며 확인하지 못한 걸 깨달았지. 엘리베이터 안 버튼 중에, 내가 누르지 않은 층이 하나씩 켜져 있었다는 걸. 그 불빛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