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바닥 타일 사이로 벌레가 아닌 손끝이 스친 느낌
원룸 바닥 타일 사이로 벌레가 아닌 손끝이 스친 느낌이 처음 들었던 날, 나는 진짜로 ‘이사 가야 하나’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날도 늦게까지 야근하고 들어와서, 현관 앞 타일만 유난히 차갑고 축축한 느낌이 들길래 물기 닦을 생각부터 했다. 근데 걸음을 옮기자마자 발목 근처에서, 딱 손바닥으로 스치는 것처럼 아주 얇고 가느다란 감촉이 스쳤다. 벌레가 지나간 느낌이 아니라… 누가 손끝으로 쓸어내린 것 같은 감각이었다.
나는 그게 기분 탓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원룸 바닥은 타일 사이에 줄눈이 좁게 나 있어서, 신발에 묻은 먼지나 실밥이 간혹 쓸리면 뭔가 닿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잖아. 그래서 처음엔 “바람? 아니면 내 옷자락?” 하고 넘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스침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밤마다, 특히 조용해질 때마다 발 주변에서 같은 방향으로 ‘툭’ 하고 스치는 느낌이 반복됐다.
다음 날엔 낮에 일부러 바닥을 유심히 봤다. 손전등 비추고 줄눈 틈을 보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쓸어내릴 만한 먼지도, 벌레가 드나들 자국도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더 선명해졌다. 타일 사이로 바람 같은 게 지나가는 것도 아닌데, 피부가 먼저 반응하는 느낌. 발바닥 감각이 먼저 “뭔가 있다”고 말하는데, 시야엔 텅 비어 있는 그 간극이 자꾸 신경을 건드렸다.
나는 혹시나 해서 문틈이나 환기구도 체크했는데, 거긴 다 막혀 있었다. 원룸이라 환기구가 작아서 손이 잘 안 들어가긴 해도, 최소한 바람이 지나가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이 꼬였다. ‘벌레’라고 부르기엔 너무 매끈했고, ‘바람’이라고 하기엔 감촉이 손끝의 윤곽처럼 느껴졌다.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길이가 쭉 지나가듯, 얇게 스치고 사라지는 패턴이 계속 이어졌다.
그때부터 나는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걸 줄였다. 집에서는 원래 맨발이 편한데, 그날 이후로는 양말만 신어도 살짝 안심이 됐다. 양말을 신으면 그 감각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말 위로도 ‘간질’하다는 게 느껴졌다. 다만 손끝처럼 정확히 닿진 않고, 마치 누가 천을 밀어내며 지나가는 것처럼 거칠게 문지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어. 바닥에 손끝이 있다는 확신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어느 저녁엔 더 이상 참지 못해서, 타일 줄눈에 실리콘 같은 걸 보강할까 고민했다. 검색도 해보고, 원룸 타일 틈 메우는 법도 찾아봤는데 문제는 하나였다. 내가 틈을 보수하려고 바닥에 쪼그려 앉는 순간, 그 스침이 멈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빨라졌다는 거야. 손끝이 타일을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발목 쪽에서 시작해 무릎 쪽으로 번지는 느낌. 그래서 나는 바닥에 무릎을 대지 못하고 그대로 일어났다. 그날 이후로는 작업 도구를 꺼내는 게 겁이 났다.
그러다 어느 날, 현관 쪽 타일 아래에서 소리가 들렸다. 탁, 탁… 손톱으로 누르는 듯한 간격 있는 소리. TV 소리도 낮춰져 있었고, 창문도 닫혀 있었는데 그냥 너무 또렷하게 들려서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문득 그게 ‘누가 움직이는 소리’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끝내기 전에 다시 한 번 발끝이 스쳤다. 이번엔 진짜로 손끝이 닿았다기보다, 누가 먼저 살짝 확인하듯 내 피부 위를 스치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몸이 굳었고, 숨 쉬는 소리만 내 방 안에 크게 울렸다.
다음 주에 나는 결국 관리실에 연락했다. 솔직히 “벌레가 아니라 손끝이…”라고 말하면 누가 믿겠어 싶어서, 그냥 “바닥 틈이 이상하고 누가 건드리는 것 같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전달했어. 관리실 직원이 와서 타일 상태를 보고는, 줄눈이 조금 벌어져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실리콘으로 틈을 메운다고 했는데,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그 스침이 갑자기 멈췄다. 나는 잠깐 안도했다. 그런데 마감이 끝나고 직원이 나간 뒤, 다시 조용해졌을 때 오히려 마지막으로 한 번—발바닥 중앙을 쓸어내리는 듯한 감촉이 지나갔다.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가끔 꿈에서 그 감각이 떠올라. 잠에서 깨어도 바닥은 멀쩡하고, 줄눈도 잘 메워져 있다. 문제는 내가 그 틈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는 거야. 정확히 말하면, 바닥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도 같은 위치가 눈에 안 들어오거든. 마치 내 시선이 그 부분만 피하도록 몸이 학습한 것처럼.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맨발로 바닥에 서는 걸 조심한다. 원룸 타일은 그대로인데, 손끝의 방향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서… 그게 아직 끝난 건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만 조용히 이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