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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야간에 냉장고 문이 혼자 열렸다 닫혔다

2026-07-11 08:29:13 조회 1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야간에 냉장고 문이 혼자 열렸다 닫혔다. 처음엔 그냥 손이 스쳤나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는 그 소리가 귀에 남아서 잠이 잘 안 오더라. 새벽 두 시쯤, 카운터 뒤 냉장고 쪽에서 “딸깍” 하고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났어. 분명히 내가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확인했는데도 말이야.

사건은 진짜로 별일 아닌 것처럼 시작됐어. 점포 문은 잠겨 있었고, CCTV 모니터는 벽걸이 TV처럼 켜져 있었지. 나는 주문 처리 끝내고 진열대 앞에서 청소 걸레를 대충 털고 있었는데, 냉장고 유리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다시 닫혔어. 그렇게 한 번, 두 번… 소리가 점점 규칙적으로 느껴졌어.

처음엔 냉장고 특유의 자동 제상이나 센서 문제인가 싶어서, 손잡이를 잡아 단단히 닫아봤어. 그런데 닫히는 순간에도 “딸깍” 하는 감각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 있더라. 그리고 정확히 10분쯤 뒤에 또 열렸어. 이번엔 내가 본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화면을 돌렸는데, 카메라 각도상 냉장고 전면이 다 보이진 않았거든. 그래도 문틈이 열렸다가 닫히는 건 확실히 보였어.

그때는 웃긴 생각도 들었어. 매장 안은 조용했는데, 냉장고 안쪽에서 아주 옅은 김 소리가 났거든. 마치 사람이 숨을 쉬는 것처럼. 물론 냉기 때문에 생기는 소리겠지, 하고 넘겼는데 그 다음부터는 열렸다 닫히는 타이밍이 이상해졌어. 누가 일부러 장난치는 것처럼, 항상 내가 뒤돌아보는 타이밍이랑 맞아떨어졌거든.

나는 괜히 겁이 나서 주변을 더듬어 봤어. 휴대폰으로 조용히 CCTV를 확대해 보려 했는데, 화면이 잠깐씩 뭉개지는 구간이 있더라. 냉장고 정면 바로 앞에서만 신호가 끊기는 느낌. 그 구간은 분명히 케이블이 헐거워서 생긴다고 이전에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날만 유독 심했어. 마치 그 순간만 누가 화면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확인한 건 영수증 프린터 쪽이었어. 새벽이면 영수증이 끊기지 않게 버튼을 확인하잖아. 그날도 습관처럼 전원 근처를 보는데, 바닥에 젖은 자국이 아주 얇게 번져 있더라. 냉장고에서 김이 새면 생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무언가가 끌고 간 것처럼 길게 이어진 선이었어. 냉장고 바닥에는 물이 튀지 않도록 받침이 있어서 보통 그런 자국이 안 생겨.

그래서 나는 결국 냉장고 문을 직접 붙잡고 기다리기로 했어. “설마”라는 마음으로, 손을 문 옆에 대고 카운터 앞 의자에 앉아 시계를 봤지. 9분쯤 지나자 다시 “딸깍” 소리가 났어. 그때 냉장고 문이 열리면서 차가운 바람이 얼굴 쪽으로 확 치고 들어왔는데, 이상하게도 냄새가 섞여 있었어. 비린 냄새 같은 건 아니고, 오래된 금속 냄새에 습기가 겹친 느낌. 나는 순간 손을 놓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다시 눌렀어.

그 다음부터는 더 웃기게도 “열리는 소리”가 줄어들었어. 대신 냉장고 안에서 병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났거든. 아주 가볍게, 누가 손가락으로 한두 개만 건드리는 것 같은 소리. 나는 고객이 오나 싶어서 문 쪽을 보다가, 다시 냉장고 쪽을 봤을 때는 이미 다 조용해져 있었어. 마치 내가 보고 있는 동안만 조절하는 것 같았달까.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할 무렵, 나는 점포 바닥을 다시 훑다가 냉장고 뒤쪽 아래에서 작은 종이를 하나 발견했어. 누가 일부러 숨겨둔 것처럼 접혀 있었고, 종이 모서리가 반쯤 젖어 있었지. 글씨는 누가 쓴 것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번져 있었는데, 유난히 한 줄만 또렷하게 남아 있었어. “문 닫아, 아직 안 끝났어.” 딱 그 문장만 선명했어. 나도 모르게 등줄기가 서늘해지면서, 그 종이를 들고 서 있는 동안 냉장고 유리문이 한 번 더 천천히 열렸어.

아침 교대 시간에 사장님한테 말하긴 했는데, 나는 그냥 냉장고 센서가 이상한 것 같다고 둘러댔어. 괜히 “종이”까지 꺼내면 미친 사람 취급 받을 것 같아서. 그런데 그날 이후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어. 열렸다 닫히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더라. 지금도 가끔 편의점 야간에 일하면서 냉장고 문을 닫고 나서, 혹시 내가 닫은 게 문만 닫힌 건지 생각이 들어. 문이 열렸다 닫힌다는 게 문제라기보다, 그 사이에 뭔가가 끼어 있는 기분이야. 그날의 “딸깍”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처럼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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