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세워진 내 차가 다른 차처럼 보이는 날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내 차가 다른 차처럼 보이는 날이 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내가 차를 잘못 봤나” 싶었거든요. 근데 그날은 확인을 몇 번이고 했는데도 계속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은 평범한 퇴근길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어요.
그날도 퇴근하자마자 지하 1층으로 내려갔어요.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마자 특유의 습기 냄새랑, 형광등이 어딘가 덜 밝은 느낌이 섞여 있죠. 저는 늘 타던 자리, 늘 타던 주차 칸에 차를 세웠고, 열쇠 소리로 잠금도 확인한 상태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막상 차를 찾으려고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내 차가 내 차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컬러가 달라 보였어요. 분명히 제가 타는 건 회색 계열인데, 그날은 왠지 더 진한 색처럼 어두운 기운이 돌았어요. 그리고 번호판 위치도 미묘하게 달라 보였고, 창문에 맺힌 먼지 패턴도 제가 기억하는 모양이 아니었어요. “착각이지” 하고 가까이 가서 문 손잡이를 눌러봤는데, 잠금은 걸려 있더라고요. 내 차가 맞는데, 왜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는지 설명이 안 됐습니다.
저는 차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이상한 점을 하나씩 확인했어요. 휠 캡에 붙어 있던 작은 흠, 운전석 쪽에 생긴 미세한 스크래치 위치, 범퍼 아래쪽에 주유할 때마다 신경 쓰던 긁힘 자국. 다 맞는데도, “지금 보고 있는 게 내 차가 맞나?”라는 느낌이 자꾸 올라왔어요. 이건 단순한 조명 문제라고 하기엔, 감각이 너무 선명했어요.
그때 건너편에서 관리실 쪽 불빛이 잠깐 흔들렸고, 누군가가 지하주차장 출입문을 여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얼른 휴대폰을 켜서 차량 위치를 확인했어요. 앱에서는 제 차가 제가 생각한 칸에 딱 찍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면 속 아이콘은 회색 차인데, 실제로 눈앞에 있는 건 뭔가 한 단계 어긋난 느낌이었어요. 앱이 맞다면 제 눈이 틀린 건데, 제 눈은 분명히 “내가 이미 본 그 차”를 보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행동이 더 이상했을 거예요. 저는 차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을 확인하기 시작했어요. 유리창 안쪽 시트 쪽에 붙어 있던 작은 종이 한 장, 대시보드 오른쪽 구석에 꽂아둔 영수증 접힌 모서리, 그 사소한 것들이 제가 기억한 위치와 방향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 전체가 “내가 타던 차의 외형”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내 차를 흉내 낸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인지 문득 등줄기가 차가워졌습니다.
퇴근 시간이라 차량들이 몇 대씩 출입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날따라 제 귀에는 유독 제 차 주변의 소리만 크게 들렸어요. 타이어 소리, 차체가 미세하게 진동하는 소리, 문을 열 때 나는 얇은 금속 마찰 같은 것들요. 저는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고, 계기판이 켜지는 순간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어요. 아, 역시 내 차네. 그런데 네비 화면이 잠깐 깜빡이더니, 제가 설정해 둔 즐겨찾기 목록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경로가 떠 있었어요. 집 대신 근처 다른 건물로 찍혀 있었고요.
저는 바로 네비를 끄고 블루투스를 연결하려고 했습니다. 평소엔 제 이름으로 자동 연결이 되는데, 그날은 아무 기기나 뜨지 않았어요. “배터리 문제?” 싶어 시동을 다시 껐다 켰는데, 그 순간 보조석 바닥 쪽에서 아주 얇은 종이 소리가 났습니다. 무언가가 안에서 움직인다는 느낌이었는데, 손을 뻗어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게 ‘바람’인지 ‘누군가’인지 구분이 안 됐어요. 저는 숨을 삼키고 바닥을 봤고, 거기엔 제 영수증이 아니라 낯선 작은 메모지가 한 장 접혀 있었어요. 글씨는 제가 아는 필체가 아니었고, 한 줄만 적혀 있었어요.
“오늘은 너 차가 아니야.”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제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농담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인데, 지하주차장 특유의 눅눅한 공기 때문에 그 말이 더 현실처럼 박혔습니다. 저는 메모지를 다시 펴지도 못한 채, 차 문을 잠그고 밖으로 뛰어나왔어요. 그리고 관리실 방향을 향해 손전등 대신 휴대폰 라이트를 켜서 비추며 차들 옆을 훑었습니다. 제 칸 옆 차는 분명히 다른 차였고, 그 차의 차주가 누구인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어요.
돌아와서 다시 제 차를 봤을 때, 그때부터는 제가 불안해했던 것들이 하나씩 맞물리기 시작했어요. 그날 낮에 분명히 제 차에 붙어 있던 작은 스티커가 없었고, 대신 자리에 맞춰 붙어 있는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스티커 자국은 떼어낸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가장자리까지 선명했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제가 운전석 쪽 문을 잡으려는 순간마다 손잡이 근처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마치 누가 손을 댄 다음에, 제가 잡는 타이밍을 기다린 것처럼요. 전 그날 차를 타지 못하고, 그냥 주차장을 나왔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도 제 등 뒤가 계속 뜨거웠고요.
며칠 뒤에 다시 내려갔을 때는, 제 차가 제 차답게 보였어요. 회색도 제 회색이고, 번호판 위치도 제 기억대로고, 네비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죠. 그래서 저는 그저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에서 주차 앱에 찍힌 기록을 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제 차량의 최근 이동 시간이 제 퇴근 시간보다 27분 빨랐던 겁니다. 아무도 제 차를 타지 않았는데, 제 차는 먼저 움직였던 날이 있다는 거죠. 그날 이후로, 저는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면 먼저 차부터 보는 대신… 제 귀가 먼저 이상을 듣는지부터 확인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