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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화장실에 자꾸 나타나는 고양이 그림자

2026-04-02 04:29:20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화장실에서 고양이 그림자가 자꾸 나타나기 시작한 건 한 달쯤 전부터였다. 처음엔 내가 좀 피곤해서 환각이 보이나 싶었다. 낮에도 잠깐씩 눈 앞에 까만 고양이 실루엣이 스윽 지나가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그게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다.

몇몇 동료들이 같은 얘길 꺼냈다. "회사 화장실 앞에 고양이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건물 안쪽으로는 안 들어가더라"라는 말들이었다. 실제로 화장실 입구 쪽에 누군가 고양이를 키우나 싶을 정도로 고양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고, 가끔은 뭔가 부드러운 털 같기도 한 게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상한 건 고양이 그림자였다. 동료 중 한 명이 자기가 용변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옆 칸에 앉았는지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렸는데, 아무도 없었다더라. 대신 그때 아주 선명한 고양이 그림자가 변기 앞 바닥에 나타났다는 거다. 마치 고양이가 그 순간 뒤돌아보는 것처럼.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무시했다. 하지만 어느 날 야근하던 중 화장실에 갔는데, 내 발 아래에서 뭔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심코 내려다보니 검은 고양이 형체의 그림자가 발끝에서부터 벽으로 서서히 기어오르는 듯한 모양이었다. 놀라서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그림자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뒤로는 저녁 시간이 되면 화장실 문 앞에서 그림자가 보인다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다들 신기해서 스마트폰을 들고 가지만 실체는 찍히지 않았다. 오히려 사진을 찍으려 할 때면 빨리 사라지거나 카메라 렌즈에 이상한 빛 번짐만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회사 내부에 소문도 퍼졌다. 이 고양이 그림자는 뭔가 ‘지켜보는 존재’처럼 느껴진다는 얘기, 혹은 예전에 회사 인근에서 길고양이가 사고를 당한 일이 있어서 그 영혼이 남았다는 얘기도 돌았다. 특히 밤늦게 혼자 다니는 직원들 중 몇 명은 이상하게 몸이 찌뿌둥하거나 기분이 묘하게 무거웠다고 털어놓았다.

그중 한 동료는 자기 방에 휴대폰 알람이 계속 울렸는데, 알람을 끄려 휴대폰을 만지는 그 순간 고양이 그림자가 화면에 나타났다고 했다. 휴대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도, 사진을 찍어도 절대 사라지지 않고. 심지어 그림자가 눈을 빤히 뜬 채 자신을 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점점 그 ‘고양이 그림자’가 단순한 환영 이상의 뭔가라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꽤 여러 번 화장실에 가서 그림자를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밤 야근 후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거울 속 내 뒷머리 위로 검은 고양이 형태가 잠깐 스쳐 지나가는 걸 목격했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알았다. 이 그림자는 우리 회사 어딘가에 늘 함께 있지만, 절대로 직접 마주쳐지지 않는 ‘존재’라는 걸. 그리고 누군가는 이미 그들과 눈을 마주쳤고, 무의식 속에 그 기억이 남아 계속 이야기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화장실에서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만약 그 검은 고양이가 내 뒤에서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 묘한 시선 속에서 어쩐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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