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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문 닫히기 전에 누가 내 가방을 먼저 잡은 듯

2026-07-12 04:29:12 조회 1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 문 닫히기 전에 누가 내 가방을 먼저 잡은 듯

그날도 평소처럼 퇴근하고 지하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려는 엘리베이터를 탔어. 사람은 나 말고 딱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사람은 3층에서 탔는지 4층에서 탔는지 기억이 잘 안 나. 중요한 건, 7층에서 버튼을 눌렀는데도 엘리베이터가 이상하게 늦게 반응하더라. ‘원래 좀 느리네’ 하고 넘겼지.

문이 닫히는 순간이 항상 제일 찝찝해. 딱 그 타이밍에 누가 뒤에서 소리 없이 손을 넣는 느낌이 들었거든. 나는 가방을 옆구리에 딱 붙이고 있었는데, 문이 반쯤 닫혔을 때 ‘툭’ 하고 가방끈이 잡히는 느낌이 왔어. 놀라서 뒤를 돌아봤는데, 뒤쪽엔 아무도 없었고 방금 같이 탄 사람도 가방을 들고 서 있었지. 그 사람 얼굴을 봤는데 표정이… 그냥 무표정이라기보단, 뭔가 확인하듯 내 쪽만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어.

엘리베이터는 그 뒤로도 계속 내려갔어. 나는 가방끈을 더 세게 잡았고, 혹시 내 착각인가 싶어서 문틈 사이를 보기도 했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어. 근데 이상하게 손바닥에 힘을 줬다 풀 때마다 찌릿하게 감각이 남아있더라. 마치 누가 잠깐만 잡았다가 놓은 것처럼. 그 감각이 계속 이어지니까, 속으로 ‘아까 문이 닫히면서 내 가방끈이 껴서 튕긴 건가?’라고 변명하려고 했지.

그 사람은 가방이 없거나 손이 비어 있던 타입이 아니었어. 그런데도 내 가방끈을 잡은 것 같은 느낌은 그대로였어. 1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먼저 내렸고, 그 사람은 한 박자 늦게 따라내렸는데 이상하게도 시선이 내 가방 쪽을 잠깐 봤어. 나는 이미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와서 계단 쪽으로 가려는데, 그 사람이 조용히 “괜찮아요?” 같은 말을 하려다 멈추는 것처럼 보였어. 입은 움직였는데 소리가 안 나왔달까. 아니면 내 귀가 먹었는지 모르겠는데, 그 순간 목이 바짝 마르더라.

주차장까지 걸어가면서도 계속 확인했어. 가방 지퍼는 잘 닫혀 있었고, 휴대폰도 그대로 있었고, 현금도 그대로. 겉보기엔 멀쩡했는데, 가방 안쪽에서 뭔가 모서리에 걸린 느낌이 들었어. 나는 가방끈을 만졌는데, 가방끈 재봉선이 아주 살짝 벌어진 흔적이 있었어. 누가 잡아당겼을 때 생기는 그런 미세한 늘어짐. 근데 그걸 내가 평소에 아무리 세게 들어도 저 정도는 안 생길 것 같았거든.

나는 그날 일이 꼬였다고 생각했어. 회사에서 지게차 작업처럼 가방이 걸릴 일도 없는데 왜 하필 엘리베이터 문 닫히는 그 순간에, 그리고 하필 내 가방만 그런 흔적이 생기는지. 그래서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거울 같은 부분, 혹은 내부 CCTV가 있는지 찾아보려 했는데, 그 층 안내판엔 연락처만 적혀 있고 실제로 확인 가능한 절차가 복잡하더라. 결국 ‘그냥 내가 문틈에 끼인 거겠지’ 하고 스스로 정리했지. 근데 정리라는 게 그렇게 잘 되진 않더라.

다음 날부터 이상한 패턴이 생겼어. 같은 시간대에 출근하고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늘 문이 닫히기 직전에 누군가 내 쪽을 스치듯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 사람이라고 딱 단정하긴 어려운데, 비슷한 복장, 비슷한 걸음걸이, 그리고 공통적으로 손에 뭔가를 쥐고 있던 모습이 반복됐어. 물론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지나가는 장소니까 착각일 수도 있지. 근데 가방끈 재봉선이 이미 한 번 벌어진 뒤라, 내 촉감이 더 민감해진 탓인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어느 날은 정말로 ‘완전히’ 확인된 느낌이 들었어. 문이 닫히기 직전, 내 가방끈이 공중에서 미세하게 당겨지는 게 보였거든. 눈으로 봤는데도 손으로는 못 잡아챌 정도로 짧았어.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멈춰서 가방을 확인했는데, 이번엔 흔적이 없었어. 대신 내 손목 근처에 아주 얇은 먼지가 묻어 있었어. 누가 잡을 때 생기는 먼지 같기도 하고, 아니면 엘리베이터 내부 문틈에 닿았다가 생기는 먼지 같기도 했지. 중요한 건, 그 다음부터는 ‘내가 뭘 놓치고 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따라왔다는 거야.

나는 결국 관리실에 말했어. “엘리베이터에서 문 닫힐 때 누가 제 가방을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그런데 관리실 직원이 웃으면서 “그런 민원은 처음인데요. CCTV 확인이 가능하긴 해요”라고 하더라고. 문제는 확인 날짜를 다음 주로 미뤘고, 나는 그 사이에 계속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는 거야. 그 기다리는 시간이 더 무서웠어. 내가 지금 ‘무언가를 당했다’는 사실보다, ‘당했는데도 증명이 안 되는 상태’가 더 찝찝하니까.

마지막으로 그날의 장면이 자꾸 되감기처럼 돌아와. 문이 닫히기 직전의 순간, 손이 잡히는 감각, 그리고 뒤를 봤을 때 이미 누군가의 눈이 내 가방 쪽에서 지나가던 그 느낌. 지금도 가방끈을 잡을 때마다, 딱 엘리베이터 문 소리와 함께 내 손목 어딘가가 다시 한번 움찔하는 것 같아. 가방은 그대로였는데도 마음이 먼저 빠져나간 건지, 아니면 내가 보지 못한 틈이 누군가에겐 분명히 존재했던 건지—그 차이를 아직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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