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계산대 아래에서 작은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어
편의점 계산대 아래에서 작은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어. 처음엔 배관에서 새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문제는 아니었어. 밤에 손님이 끊긴 시간대마다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거든. 나는 그때만 해도 그냥 “누가 장난치는 거겠지” 하고 넘겼는데, 그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하나씩 붙기 시작했어.
사건은 마감하고 정산 다 끝낸 뒤였어. 카운터 아래쪽, 현금인출기 케이블이 지나가는 구간 쪽에서 아주 작게 똑똑— 하고 떨어졌어. 소리의 간격이 딱딱 맞았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위치가 바닥 한가운데가 아니라 계산대 안쪽으로 가는 느낌이었지. 손전등으로 비춰보면 아무리 봐도 “물이 있을 만한 데”가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습관대로 바닥을 훑어봤어. 물이 고여 있는 흔적은 없었고, 냄새도 거의 없었어. 대신 계산대 바닥 틈 사이로 하얀 먼지들이 아주 미세하게 젖어 있는 줄이 생겨 있었어. 누가 물을 뿌린 것도 아니고, 그냥 똑같은 크기의 물방울만 계속 떨어져서 천천히 적신 것 같았지. 그때 갑자기 등 뒤가 차가워지더라.
다음 날부터는 소리가 더 또렷해졌어. 낮에도 잠깐 들리긴 했는데, 손님이 있으면 묻히다가 사람이 없을 때만 또렷하게 들려. 마치 누가 “지금은 봐도 되니까” 하고 시간을 맞춰주는 것처럼. 나는 확인하려고 계산대 아래를 열어보려 했는데, 직원용 열쇠가 없어서 멀쩡한 척 일단 참고 넘어갔어. 너무 자주 들리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거든.
하루는 매장에서 혼자 근무하는 시간이 있었어. 문 닫기 직전, 알바생도 없고 나만 남았을 때, 똑똑 소리가 갑자기 리듬을 바꿨어. 처음엔 일정했는데, 갑자기 두 번 연속으로 떨어지고 그 다음에 길게 쉬는 식으로. 나는 웃으면서 “장난 그만해”라고 말했는데, 말 끝나자마자 소리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어. 그게 더 소름이었어. 누가 내 대답을 들은 것 같았거든.
그래서 결국 나는 상의해서 다음 날 오전에 계산대 아래를 점검했어. 점검이라고 해봐야 전원 차단하고, 케이블 정리만 하면서 틈을 확인하는 수준이었지. 근데 놀랍게도 ‘물이 새는 흔적’은 없는데도, 틈 사이 먼지들이 젖어 있었어. 그리고 바닥에 생긴 젖은 줄이 딱 한 방향으로만 뻗어 있었는데, 그 방향이 계산대 아래쪽이 아니라 “벽 쪽”으로 향했어. 우리 편의점 창고와 연결되는 벽체 안쪽이거든.
그때부터 나는 계산대 아래에 물이 있는 게 아니라, 어떤 경로를 타고 벽체 안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런데 건물 배관 점검을 해도 누수가 없대. 심지어 관리업체에서 “결로면 이렇게 떨어질 리 없다”고 하더라. 결로면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거나, 온도 차가 나면 생기는데 그 소리는 오히려 정해진 패턴처럼 들렸어. 똑똑이 멈추는 순간이 항상 특정 시간대였고, 시작되는 순간도 비슷했어. 내가 퇴근하려고 시계를 보면 딱 맞춰서 이어지더라.
내가 제일 신경 쓰였던 건 마지막으로 떨어질 때의 ‘소리 크기’였어. 항상 같은 크기의 물방울인 줄 알았는데, 마감 직전에 그 소리가 갑자기 아주 작아져. 똑똑— 하는데, 마지막은 거의 숨소리만큼 작게 “톡” 하고 끝나는 느낌. 그게 끝나면 이상하게 매장 안 공기가 조금 눌린 것처럼 답답해져.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계산대 위에 올려둔 영수증이나 전단지 모서리가 살짝 접혀 있어. 바람이 생기는 구조도 아닌데 말이야.
처음엔 그냥 내 눈에만 이상하게 보이는 건가 했는데, 어느 날은 손님이 한 명 있었어. 결제하고 나서 영수증을 가져가던 그 사람이 갑자기 말없이 계산대 아래를 한 번 보고 돌아가더라. 출입문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똑똑이 다시 시작됐어. 나는 괜히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날 밤부터는 소리가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갈라졌어. 누군가 매장에 남아 있으면 멈추고, 아무도 없으면 또렷해졌거든.
며칠 뒤, 나는 결국 용기 내서 벽체 쪽을 확인해 달라고 했어. 하지만 점검할 때마다 그 부분은 멀쩡하다고만 했고, 똑똑은 항상 점검하는 순간엔 조용해져. 마치 “보려는 순간에는 안 보이게 할게”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금도 가끔 그 편의점 계산대 아래를 지나가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 소리가 실제로 물인지, 누군가의 신호인지, 아니면 내가 잊지 못해서 만들어낸 감각인지 잘 모르겠어.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똑똑이 멈춘 다음에는 꼭 뭔가가 시작된다는 느낌이 남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