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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정류장을 스킵했는데 내가 거기서 내렸어

2026-07-13 00:29:12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정류장을 스킵했는데 내가 거기서 내렸어. 처음엔 “설마 내가 놓쳤나?” 싶었거든. 근데 차가 자꾸 앞으로 가는 느낌이 이상했어. 그날은 비도 조금 내리던 날이라 더 멍해 있었고, 정류장 이름이 머릿속에 딱 박혀 있었는데도 말이지.

나는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평소엔 그 택시 타면 보통 내가 타는 정류장에 딱 내려줘. 기사님이 말도 없으시긴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편은 아니었거든. 기사님은 네비만 보면서 “여기”라고 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가로등 간격이 달라지듯 방향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어.

정류장 지나가면 보통 “다음에 세워드릴게요” 같은 말이라도 하잖아. 근데 그날은 그런 멘트가 없었어. 차가 멈춘 적도 없고, 손님 호출음도 없었는데 그냥 쭉 가는 거야. 나는 창밖을 봤는데, 내가 기억하는 건물 모서리가 분명히 그쪽인데, 택시는 반대 편 골목 쪽으로 살짝 틀었어.

그 순간 뭔가 ‘이건 그냥 못 내리게 하려는 건가’ 싶었어. 솔직히 택시 기사님이 괜히 장난칠 사람이 아니잖아. 그래도 마음이 이상해서, 나는 기사님께 조심스럽게 “여기서 내려주시면 안 돼요?”라고 말했어. 근데 기사님은 거기서 오히려 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다음 도로로 합류하더라.

나는 그때부터 등골이 서늘해졌어. 말 그대로 “내 정류장”이 아니라 “내 정류장 근처”도 아니었거든. 내가 내릴 준비가 된 곳보다 한참 더 가고 있었는데도, 기사님 표정은 끝까지 네비 화면만 보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내가 말한 뒤로는, 기사님이 핸들을 잡은 손을 아주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는데, 그 짧은 순간에 내가 본 건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 아래로 흐릿한 무언가였어. 마치 장갑이 젖은 것처럼.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바로 경찰 부르거나 따질 용기는 없었어. 대신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결제 화면을 확인했는데, 이미 택시가 ‘도착 예정’ 비슷한 표시로 바뀌어 있었어. 그게 왜 벌써? 싶어서 더 불안해졌고, 결국 나는 속으로 결심했지. “아, 이건 그냥 내가 당하는 상황이구나.”

나는 택시가 신호에 걸렸을 때 문을 열기 직전에 기사님을 한 번 더 봤어. 기사님은 내 쪽을 쳐다보지 않았고, 창밖을 보면서 계속 앞으로만 가는 사람처럼 보였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기판 불빛이 차 안에서만 유난히 밝았고, 반사되는 것들이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흔들리는 것 같더라. 그 느낌이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꿈 같은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나는 “멈춰요!”라고 소리치진 않았어. 대신 그냥 바로 내렸어. 문이 열리자 차가 흔들리면서 바깥 공기가 확 들어왔고, 비 냄새가 코끝을 때렸어. 내가 내린 곳은 내가 기억하는 정류장이랑 아주 가까운 길이었는데, 문제는 그 정류장 표지판이 없었어. 그 자리에는 사람이 서있을 만한 공간만 있고, 표지판이 없거나, 아니면 누군가 지워놓은 것처럼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어.

내가 내리자마자 택시는 가볍게 ‘쿵’ 하고 한번 튀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냥 앞으로 출발했어. 나는 손을 들지도 못하고 차를 쳐다봤는데, 창문 쪽으로 기사님이 마지막으로 뭔가를 보려는 듯 고개를 아주 조금 돌렸거든. 그때 그 얼굴이… 인간이라기보다, 조명이 잘못 비친 마네킹처럼 굳어 보였어. 순간 너무 놀라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는데, 그때서야 내 손목이 떨리기 시작했어.

그래서 바로 구글 지도랑 버스 앱을 켜서 위치를 확인했지. 내 정류장 이름은 분명 찍혀 있는데, 내가 방금 내린 자리와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어. 더 이상한 건, 택시가 지나갔던 도로가 지도에선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야. 내가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지도상엔 “이미 폐쇄” 같은 문구가 떠 있었어. 근데 그날은 분명 도로 위를 택시가 달리고 있었고, 차선도 또렷했어.

그 후로 며칠이 지나도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어. 내가 그냥 내리기만 한 걸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어떤 날은 꿈처럼 다시 그 정류장 표지판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 떠올라. 택시 기사님이 스킵한 게 내 실수였는지, 아니면 내가 알아차린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루트’로 당겨진 건지…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손끝이 차가워져. 문이 열릴 때 들어온 비 냄새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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