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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훈련 중인데도 내 군복 소매가 젖어 있었다

2026-07-13 04:29:13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훈련 중인데도 내 군복 소매가 젖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비가 오지도 않았고 작업장도 아니었는데 소매 끝 부분부터 손목 쪽으로 축축함이 번져서, 나는 계속 손으로 훑어보게 됐다. 맨 처음엔 땀인 줄 알았다. 근데 당시 훈련 강도는 나쁘지 않았고, 내 옆에 있던 동기들 소매는 멀쩡했다.

사단 훈련장 특유의 흙 냄새가 코를 찔렀고, 바람은 차갑게 불었다. 오전부터 장거리 행군 훈련을 돌고 있었는데, 나는 유난히 팔이 신경 쓰였다. 마치 누가 소매를 물에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천이 얇게 눌린 느낌이 계속 남아 있었다. 한 번 스쳐 지나가던 급수차도 없었고, 내가 물을 엎지른 기억도 없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의심한 건 내 장비였다. 물통 캡이 헐거웠나, 아니면 개인 세면용 물병에서 물이 새었나 싶어서 수통을 확인했다. 그런데 물통은 멀쩡했고, 방수 주머니 안도 건조했다. 군복은 세탁한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냄새도 없었고, 젖은 곳은 이상하게도 소매 안쪽 솔기 쪽에만 집중돼 있었다.

훈련장에서 사람들 시선이야 늘 있으니까, 티 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소매를 몰래 안으로 말아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그런데 그럴수록 젖은 자국이 더 또렷해졌다. 땀처럼 끈적거리는 게 아니라, 마치 “차가운 물이 천을 타고 스며든” 것 같은 질감이 느껴졌다. 손가락 끝으로 만지면 미세하게 차가웠다.

점심 먹고 휴식 시간에 동기한테 장난처럼 물어봤다. “야, 너도 소매 젖은 거 있어?” 그러자 걔가 웃으면서 내 팔을 툭 쳤다. “어, 너만 그러네. 나도 너랑 똑같이 걸었는데?” 웃음은 금방 끝났고, 동기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주변이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 군대에서 그런 건 흔치 않다. 다들 떠드는 게 기본인데.

오후엔 사격 훈련을 앞두고 자세 잡는 연습을 했다. 나는 총을 들고 있지 않았는데도 팔이 계속 신경 쓰였다. 타이밍에 맞춰 구령이 떨어지면 몸을 움직여야 해서, 소매를 만지작거릴 틈이 없었다. 그런데 움직임이 커질수록 젖은 범위가 조금씩 넓어졌다. 마치 천이 스스로 물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손목에서부터 팔 안쪽으로 번져 갔다.

그날 훈련장은 논문에 나올 법한 “소리 없는 소리”가 많았던 곳이다. 바람이 불면 멀리서 모래가 긁히는 소리가 나고, 누가 뛰면 바닥이 울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내 군복 소매가 젖는 동안에는, 신기하게도 그런 주변 소리가 한 박자씩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았다. 귀가 먹먹해지고, 마음이 급해지는데도 표정은 멀쩡해야 했다. 나는 그때부터 “이게 진짜 물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감각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해가 지고 정리할 때, 나는 구급대가 있는 천막 근처로 잠깐 빠져서 세탁대에 군복을 맡기려고 했다. 그런데 소매를 들춰보는 순간, 천이 젖은 게 “바깥에서 들어온” 형태가 아니었다. 손으로 안쪽을 잡으니, 주머니처럼 안감이 얇게 눌리면서 물자국이 안에서부터 번진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 바람을 넣어 놓은 것처럼, 천이 안쪽에서 차갑게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부대 세탁병이 “뭘 흘렸냐”라고 묻기에, 나는 어물쩍 얼버무렸다. 솔직히 말하면 믿을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하는 순간, 이 일이 “내가 뭘 숨긴 것”으로 바뀔 것 같았다. 세탁병은 그냥 소매만 따로 빼서 세탁통에 던졌는데, 던지는 동작이 좀 과격했다. 마치 ‘이런 건 빨리 없애야 한다’는 듯이. 그때 나는 이상하게도, 군복이 통 안에서 젖는 소리를 들었다. 물방울이 튀는 소리가 아니라, 천이 스스로 물을 기억하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밤에 침상에 누워서도 소매 끝이 시렸다. 잠이 오지 않는데 계속 손목을 만지게 됐다. 자꾸 만지다 보니, 손바닥에 미세하게 차가운 감촉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엔 다행히 젖은 자국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도 알았다.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디선가 다른 형태로 옮겨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훈련장 바람이 불 때마다, 아직도 내 팔 안쪽 어딘가가 물에 닿은 것처럼 차갑게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소매를 걷어 올릴 때마다 손목이 아주 미세하게 축축해졌다. 비가 아니고, 물을 흘린 흔적도 없었는데. 결국 난 그 훈련장을 지나갈 때마다 창문처럼 열린 공간에서 바람이 ‘안으로’ 들어오는지, ‘밖으로’ 나가고 있는지부터 확인하게 됐다. 군대에서 훈련은 끝나도, 어떤 건 그냥 옷 안에 남아버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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