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거래하려고 하자마자 상대가 ‘정중히’ 사기꾼 같았던 썰
당근 거래하려고 채팅을 열자마자, 상대가 ‘정중히’ 사기꾼 같았던 순간이 딱 오더라. 물건은 별거 아니었는데, 너무 매끈하게 말하고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려 해서 오히려 더 찝찝해졌다. 나는 원래 중고거래는 “그래서 어디서 보죠?”만 반복해도 되잖아, 근데 그날은 처음부터 대본이 있는 느낌이었어.
글은 내가 올린 건 아니고, 내가 산다는 쪽이었어. 원하는 건 특정 브랜드의 헤드폰이었는데 상태가 괜찮다고 적혀 있었고 가격도 괜찮아서 바로 연락했지. “지역이 어디세요? 오늘 중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묻자마자 상대는 1분도 안 돼서 답이 왔는데, 말투가 너무 공손했어. “안녕하세요. 문의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빠르게 거래를 원합니다.”
여기까진 그냥 성실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 근데 이어지는 문장이 계속 과했다. “방문 가능 시간대를 알려주시면 최대한 맞추겠습니다.” “혹시 택배 거래도 가능하신지요.” “결제는 당근페이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말들을 한 번에 쏟아내는데, 보통 급하면 이런 문장들을 조각조각 하지 않나? 나는 오히려 정갈함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졌어.
그래도 혹시 진짜 꼼꼼한 사람일까 싶어서, 나는 당근페이로 하자고 답했어. “네 당근페이로 진행할게요. 거래는 직접 가능하면 좋습니다.” 그랬더니 상대가 갑자기 속도를 더 냈지. “그럼 절차를 위해서 당근페이 링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링크 클릭 후 결제만 완료해주시면 오늘 중으로 발송됩니다.”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했어. 당근페이 링크를 굳이 따로 보내는 게 아니라, 앱 안에서 처리되면 될 일이잖아. 그리고 “오늘 중 발송”은 또 너무 빨랐고, 물건을 바로 포장해둔 사람처럼 말했는데 정작 사진이나 추가 정보 요청에는 답이 늦어. “박스 상태 괜찮나요?” “구성품 뭐 들어있어요?” 같은 질문엔 답이 뜨문뜨뜨문하더라.
그래서 나는 타이밍을 일부러 끊어봤어. “링크는 앱 안에서만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직접 거래도 괜찮아요. 근처 역 앞에서 볼까요?” 그랬더니 상대는 또다시 너무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방향을 바꿔. “직거래는 어려우실까요? 혹시 시간이 부족하실까 걱정됩니다. 안전한 거래를 위해 결제 완료 후 주소 확인하겠습니다.”
주소 확인 얘기가 나오니까 그제야 머리가 쭉 정리됐어. 당근은 기본 흐름이 “앱에서 결제-안전거래-배송”인데, 주소를 먼저 빼가려는 느낌이 있었거든. 게다가 “안전거래” “걱정됩니다” “정중히” 같은 표현을 계속 반복하면서도, 정작 거래 방법은 내 선택지를 줄였어. 나는 한 번 더 확인하려고 “당근페이에 표시된 절차대로 하면 되죠? 혹시 제휴 링크 말고 앱 내에서 진행 가능해요?” 하고 물었지.
상대는 그 질문에 약간 늦게 답을 하더니, 갑자기 말투가 더 부드러워졌어. “네, 이해하였습니다. 제가 정중히 안내드리겠습니다. 결제 지연 시 판매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잠시만 QR로 확인 부탁드립니다” 같은 말이 따라왔어. QR, 링크, 주소 확인… 한 줄 한 줄이 너무 교과서처럼 이어지는 느낌. 그래서 나는 그냥 “죄송하지만 앱 내에서만 진행 가능한 경우에만 진행할게요”라고 했고, 마지막으로 “그 링크는 앱에서 접속 가능한 건가요?”를 물었어.
그 다음부터 반응이 확 바뀌더라. 앞에서는 천천히가 아니라, 계속 빠르게 대답하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현재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혹시 번거로우시다면 취소하시겠어요?” 같은 말만 나오고, 사진이나 상세 설명은 더 안 해. 그러더니 “다른 분이 먼저 결제하려 합니다”라고 압박을 주는 식으로 결론을 몰아갔지. 나는 그 순간 확신이 들었어. 아, 내가 지금 상대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나를 의심하지 않게 하려고 계속 ‘정중함’을 무기로 쓰는구나 싶더라.
그래서 나는 거래를 접었고, 신고 버튼까지는 안 눌렀지만(애매하면 귀찮기도 하잖아) 채팅은 바로 차단했어. 솔직히 돈은 안 냈는데도 찝찝함은 오래 가더라.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동네 거래는 결국 “느낌이 아니라 흐름”이더라. 너무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당근 앱 바깥 절차를 요구하고, 질문엔 대답이 비정상적으로 어긋나면 그건 친절이 아니라 장치일 때가 많았어.
그 뒤로부터는 내가 먼저 “앱 내 절차만” “직거래 가능 여부”를 말하고, 상대가 계속해서 링크나 QR, 주소 확인 같은 걸 밀면 그냥 조용히 뒤로 빠지게 됐어. 당근이 원래 서로 믿고 거래하는 공간이잖아, 근데 믿음은 말투가 아니라 과정에서 생기더라고. 오늘도 누군가는 또 ‘정중히’ 말을 시작할 텐데, 나는 그 정중함이 진짜인지 아닌지 한 번 더 확인하고 넘어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