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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회식 끝나고 탕비실에서 누가 ‘정리 완료’ 소리를 냈어

2026-07-13 08:29:13 조회 1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회식 끝나고 탕비실에서 누가 ‘정리 완료’ 소리를 냈어. 정확히 말하면, 술기운 때문에 다들 “아 누가 장난치나?” 싶을 만큼 짧고 또렷했거든. 그 소리가 나고 나서부터 이상하게도 복도 쪽 형광등이 한 번씩 깜빡였고, 우리 팀장님이 “아 진짜, 누가 마이크 켜 놨나” 하고 웃는데 웃음이 끝까지 이어지질 않았어.

그날 회식은 늦게까지 갔어. 보통이면 끝나고 다들 “내일 보자” 하면서 각자 택시 잡고 흩어지는데, 우리는 마무리 정산 때문에 한참 더 붙어 있었지. 탕비실은 회의실이랑 가까워서, 담배는 못 피우니까 다들 물이랑 커피 가지러 그쪽으로 오갔어. 나도 마지막에 물 한 잔 하려고 그 앞에 섰는데, 음료 자판기 옆에 있던 정수기 필터 캡이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딸깍 잠겼어. 필터 손댄 사람은 안 보였는데 말이야.

사실 탕비실은 늘 좀 어수선해. 컵은 반쯤 쌓여 있고, 일회용 젓가락이 담긴 통도 모양이 가지런하지 않고, 누가 다녀가면 금방 원상복구가 안 되거든.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상태가 “정리된 느낌”이었어. 컵이 전부 뒤집어진 채로 정렬돼 있고, 냅킨도 길게 펼쳐진 상태로 칼같이 놓여 있었지. 누가 청소한 줄 알았는데, 관리 담당자도 퇴근했거든.

그때 갑자기 탕비실 안쪽에서 ‘정리 완료’라는 소리가 났어. 사람이 말한 것 같기도 하고, 기계 음성 같기도 하고… 근데 중요한 건 음성이 너무 또렷해서, “방송 스피커”라기보단 누군가 입으로 내뱉은 것처럼 가까웠다는 거야. 나 혼자 그 앞에서 멈칫했는데, 바로 뒤에서 팀장님이 “야, 우리 끝났는데 왜 이렇게 숨 막히냐” 하면서 웃었고, 우리 과장님이 “아 누가 장난으로 녹음 틀었나 보네” 하고 넘겼어.

근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 이후로 탕비실 문이 자동으로 살짝 열렸다 닫히는 걸 봤어. 유리에 붙은 문열림 센서 같은 게 있나 싶어서 손을 대보려 했는데, 손잡이가 차갑게 느껴질 뿐 아무 반응이 없었어. 그런데도 문은 또 ‘끼익’ 하고 움직이더라. 그때 나는 감이 왔어. 누군가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소리를 낼 타이밍만 맞춰서 움직이는 느낌. 술자리에서 들리는 장난 소리 같았는데, 장난 치기엔 너무 절차적이었어.

다른 애들도 뭔가 느꼈는지, 회식 정산 마치고 나가려던 사람들 중에 한두 명이 탕비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근데 다들 “아무것도 없잖아” 하면서 다시 걸어가더라. 나만 유독 시선이 붙잡혀서, 탕비실에 있는 종이컵 거치대 위를 봤는데, 거기에 종이가 한 장 얇게 끼워져 있었어. 누가 급히 끼워둔 것 같은데 글씨는 없고, 대신 작은 체크 박스만 연필로 그려져 있었지. 체크가 전부 되어 있었고, 맨 아래 칸에는 동그라미가 굉장히 진하게 칠해져 있었어.

그 종이를 빼려는 순간, 탕비실 천장 쪽에서 아주 미세하게 ‘딱’ 소리가 났어.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인지, 아니면 센서가 인식한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그 뒤에 또 한 번 ‘정리 완료’가 들렸어. 이번엔 더 작게 들렸고, 마치 “방금 확인했어” 같은 어조였달까. 나는 그 자리에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어. 왜냐면 방금 전엔 아무도 그쪽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컵 위치가 미세하게 바뀌어 있었거든. 내가 보기엔 10초 안에 일어난 변화였어.

집에 가는 길에 다들 휴대폰으로 기사나 유머 같은 거 보면서 웃고 떠들었는데, 택시 잡고 나서도 이상하게 그 소리가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됐어. “정리 완료”라는 단어가 보통 청소 앱이나 자동 안내에서나 나올 법한데, 우리 회사 탕비실엔 그런 자동 안내 시스템이 없거든. 그래서 다음 날 출근해서 탕비실 CCTV 위치를 찾아봤는데, 그 구역만큼은 카메라 각도가 이상하게 비어 있었어. 정확히는 전면 창 쪽만 잡히고, 탕비실 안쪽은 프레임 밖이었지.

그날 이후로 우리는 탕비실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먼저 컵을 세고, 젓가락 통을 만지고, 냅킨을 다시 펼치게 돼. 일부러 “정리”하려는 게 아니라, 괜히 건드리면 소리가 다시 날 것 같아서 피하게 되는 느낌이 더 커. 그리고 퇴근 전엔 꼭 누가 말하듯이 “다 정리했지?” 하고 묻는데, 대답이 늦어지면 그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굳어져. 나도 가끔씩 아무도 없는 밤에 사무실 문을 닫고 나올 때, 뒤에서 아주 낮게 기계처럼 들리는 소리가 있는지 귀를 세우게 돼.

결국 그날 이후로 가장 소름이 뭐냐면, 탕비실에 누가 청소를 했다는 흔적은 늘 말끔했는데도 “누가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소리는 늘 회식 끝나고, 다들 흩어질 타이밍에만 맞춰져 있더라. 마치 누군가가—아니, 무언가가—우리 퇴근을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정리 완료를 말하는 것처럼. 오늘도 탕비실 문 닫히는 소리 들리면, 나는 괜히 한 번 더 돌아보고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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