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경보기 울린 시간에 내 휴대폰도 같이 울렸다
지하주차장 경보기 울린 시간에 내 휴대폰도 같이 울렸다. 그날도 그냥 평범하게 퇴근하고, 3층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만 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삐—삐—” 하고 울리기 시작하더라. 그런데 이상하게 그 소리랑 거의 같은 타이밍에 내 주머니 속 폰도 동시에 진동이 울렸어. 경보기 주파수랑 상관없는 알림음이었는데도, 딱 그 순간에 같이 울려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처음엔 단순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 아파트 관리실 쪽에서 오작동할 때가 종종 있었거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도 경보기는 계속 울렸고, 사람들 발소리가 커지면서 누가 “또야?” 하고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어. 그런데 내 폰 화면은 잠금 상태 그대로인데, 알림만 계속 떠서 결국 잠금을 풀어버렸지. 수신자는 분명 내 번호로 저장돼 있던 연락처였는데, 발신자 표기는 그냥 숫자 몇 개가 전부였고, 내용이 하나만 덜렁 왔어. “내가 들어온 시간 알아?”
경보음이 너무 커서 누가 내 폰을 봤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그때 옆에 있던 편의점 야간알바 하는 동네 형이 나를 힐끗 쳐다보더라. 형도 휴대폰을 꺼내려다가 멈칫하고는 “야, 너도 받았냐?” 하고 물었어. 나는 “뭐가?”라고 되물었고, 형은 “지하에서 울리는 그때, 폰이 같이 울렸잖아. 나도 방금 문자 받았어.”
문자 내용은 달랐는데 분위기가 비슷했어. 형은 “여기 내려오지 마” 같은 말이 와 있었다고 하더라. 그 말 듣는 순간 경보음이 더 커진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볼륨을 조절한 것 같진 않아. 대신 조명이 한 번 깜빡였고, 주차장 가운데 통로 쪽 CCTV 모니터가 있는 벽에서 빨간 불이 잠깐 켜졌다 꺼졌지. 그걸 보는 사람들 얼굴이 하나같이 굳는 게 보였어.
관리실 직원이 내려와서 “누가 장난친 거냐” 하면서 차량 번호 확인하려고 이동했어. 나도 따라가서 벽 쪽에 있는 비상호출 버튼 주변을 보는데, 그 버튼은 멀쩡해 보였어. 문제는 비상호출 버튼 근처에 있는 작은 안내 스티커가 젖어 있었다는 거야. 물기라고 하기엔 너무 균일하고, 마치 누군가 급하게 닦다가 멈춘 자국처럼 번져 있었어. 그 위에 누가 손으로 문질러놓은 듯한 얇은 얼룩이 남아 있었고, 그 얼룩이 폰 알림창의 문장처럼 이상하게도 “시간” “휴대폰”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만들었지.
직원은 “경보기는 누름 버튼이 아니라 센서 오작동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전산을 돌려보겠다고 했어. 그 사이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주차장 끝으로 하나둘 흩어졌는데, 이상하게도 다들 내쪽으로 시선을 던졌어. 내가 폰을 보고 있었던 게 티가 났을 수도 있지만, 어떤 시선은 “네가 뭔가 아는 사람”을 보는 눈처럼 날카로웠다. 나는 다시 문자함을 눌렀고, 방금 온 문자 외에 방금 전 시간으로 기록된 알림이 하나 더 있는 걸 봤어. 발신자 번호는 똑같았고, 내용은 더 짧았어. “전화도 받을 거지?”
그 순간 내 폰이 또 진동했는데, 통화 화면이 떠서 깜짝 놀랐어. 그런데 화면에 뜬 발신자는 누군지 확인할 수가 없었어. 연락처에는 없는데, 통화 버튼만 크게 깜빡였거든. 거기서 딱 한 번, 내 귀에 직접 들어오는 것 같은 착각을 했어. 폰 스피커로 울리는 경보음 소리가 아니라, 주차장 천장에서 메아리처럼 내려오는 소리랑 내 통화음이 겹쳐지는 느낌. 나는 얼른 통화를 거절하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멈칫했어. 왜냐면 발신자 화면 하단에 작은 글씨가 같이 떴거든.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관리실 직원이 무전기 들고 “다들 계단으로 올라가세요”라고 말했는데, 사람들은 이미 반쯤 겁난 상태였어. 나도 밖으로 나가려고 차들 사이를 지나가는데, 주차장 통로 끝에서 누가 천천히 걸어오는 소리가 났어. 누군가 일부러 발을 끄는 느낌.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그 소리의 리듬이 내 심장 박동이랑 맞물리는 것처럼 느껴졌어. 휴대폰은 진동을 멈추지 않았고, 잠금화면 위로 똑같은 발신자 표기가 계속 뜨는 게 보였어.
그때 형이 내 옆에서 낮게 말했어. “야, 너 지금 위치 어디냐?” 나는 “통로 중간쯤”이라고 답했는데, 형은 “나도 그때 딱 그쯤이었어. 근데 문자로 주소를 찍어서 보내왔어.” 형이 보여준 화면에는 아파트 동/호수, 그리고 주차장 층까지 표시돼 있었거든. 근데 문제는… 그건 내가 아직 관리실 직원한테도 말하지 않은 정보였다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형이 웃음을 억지로 삼켰는데, 그 웃음이 너무 어색해서 오히려 더 소름 돋았다. 경보기는 결국 직원이 전원을 끄고 나서 조용해졌는데, 이상하게도 그 조용함이 오래가지 않았어. 폰 알림음만 계속 울리다가, 마지막으로 화면이 바뀌었거든.
마지막 문장은 진짜 짧았어. “경보기 울리면, 너도 같이 울린다.” 그 다음 알림은 더 이상 안 왔고, 통화도 끊겼는데, 주차장 바닥에 비친 내 그림자만 이상하게 길어져 보였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뒤에서 누가 한 번 더 “삐—” 하고 장난치듯 소리를 냈던 것 같아. 그리고 오늘도 가끔, 퇴근해서 지하로 내려갈 때면 내 휴대폰이 먼저 울릴까 봐 손이 자동으로 주머니로 들어가. 그때만은 아직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였던 게 맞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