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엘리베이터에서 층이 올라가는데도 귀가 먹먹하지 않았다

2026-07-14 00:29:13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이상하게도 층이 올라가는 동안 귀가 멀쩡했어요. 보통은 “어…” 싶게 먹먹해지잖아요. 그런데 그날은 아무 감각이 없었고, 그게 오히려 더 찝찝했습니다. 버튼은 분명히 눌렀는데, 손끝이 감각을 잃는 느낌도 같이 들었고요.

사건은 퇴근하고 아파트 관리동 쪽으로 들어가면서부터였어요. 평소엔 사람들이 많아서 엘리베이터도 금방 오는데, 그날은 유독 조용하더라고요. 카운터 근처에 “정기점검으로 인해 10분간 운행 단축”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누가 읽기 전에 떼어낸 것처럼 가장자리가 들떠 있었어요. 저는 그냥 “아, 늦게 오나 보다” 하고 2동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문이 닫히자마자 내부 조명이 조금씩 흔들리는 게 보였어요. 깜빡이는 건 아닌데, 빛의 농도가 얇게 밀리는 느낌? 바닥 타일 무늬는 그대로인데, 그 위로 제 그림자가 살짝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전 귀가 멀쩡하다는 걸 딱 알아차렸죠. 보통 3층만 넘어가도 귀가 먹먹해지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습니다.

“오늘은 기압 변화가 덜한가” 싶어 창밖을 보려고 버튼 쪽이 아니라 거울처럼 반사되는 벽을 봤어요. 그런데 제 얼굴이 정상인데도, 눈 밑이 더 어둡게 보였어요. 정확히는 제 눈 밑만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안 공기 전체가 그림자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요. 저는 순간 헛기침을 했고, 그 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2층, 3층 표시가 올라가는데도 귀가 멀쩡한 게 계속 신경 쓰였어요. 스피커에서 안내방송도 없고, 대신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렸거든요. 전기 타는 소리 같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 숨을 아주 가까이서 쉬는 소리 같은데… 분명 엘리베이터엔 사람도 없었어요. 버튼 옆에 있는 비상통화 버튼에 손가락이 스쳤는데, 그때야 좀 이상했어요. 제 손가락이 닿은 부분이 차갑다기보다, 피부만 떼어낸 것처럼 감각이 둔해지더라고요.

저는 급하게 7층 버튼을 눌렀어요. 근데 눌렀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버튼이 눌리는 ‘딸깍’ 소리는 들렸는데, 제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 느낌이라서요. 그리고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속도가 아주 잠깐 느려졌어요. 딱 심장이 멎는 찰나처럼요. 그 뒤로는 다시 정상처럼 움직였는데, 귀가 여전히 멀쩡했죠. 오히려 멀쩡해서 더 무서웠습니다. 귀가 닫히지 않으면, 뭔가 들어오고 있다는 감각이 올 법하잖아요.

4층을 지나 5층으로 넘어갈 때, 거울 벽에 제 뒷모습이 조금 늦게 나타났어요. 제 몸은 그대로 서 있었는데, 그림자만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돌아보려고 했는데, 목이 안 돌아가지는 않았어요. 대신 머뭇거리게 되는 거예요. 마치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목구멍이 먼저 받은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하고, 천천히 숨을 골랐습니다.

6층에서 7층으로 넘어갈 때, 엘리베이터가 ‘쿵’ 하고 살짝 흔들렸는데 아무 경고도 없었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흔들림 덕분에 귀가 먹먹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소리도 더 또렷해지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이 오히려 정교해졌습니다. 그때 스피커가 갑자기 “띵” 하고 울리더니, 안내방송이 아니라 아주 짧은 말이 나오는데요. “내려오세요.” 라고, 누가 문 옆에서 말한 것처럼 가까운 톤으로요.

저는 웃으려다가 웃음이 안 나왔어요. “내려오세요”가 제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같은 타이밍에 문 옆에 있는 층수 표시가 한 칸씩 넘어가는 게 아니라,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더라고요. 7층에서 잠깐 멈추고, 6층으로 다시 내리는 듯한 속도로요. 그때 저는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비상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 손이 더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결국 저는 그냥 정면 유리창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숨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때야 아주 이상한 걸 들었어요. 엘리베이터 안에는 제 숨소리만 있지 않았거든요. 제 숨을 따라 하는 숨이 있었어요. 제가 들숨을 쉬면, 한 템포 뒤에 누가 똑같이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고요. 그 소리는 귀가 멀쩡해서 더 잘 들렸습니다. 귀가 먹먹해졌다면 가려졌을 텐데, 오히려 선명해서, 마치 내 귀가 ‘열려 있는 통로’가 된 것처럼 느껴졌어요. 문이 열릴 때까지 저는 움직이지 않았고, 문이 열리고 나서야 그 소리가 뚝 끊겼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관리동 안내표를 봤는데, 그 층(제가 가려던 층)은 정상적으로 적혀 있었어요.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분명히 본 층수 표시가, 제 눈엔 한 번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호흡 같은 간격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그날 이후로 저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귀가 먹먹해지는 걸 일부러 기다리게 됐어요. 아무 감각이 없는 상태가 오히려, 누군가가 아직 문 밖에서 기다리는 시간 같아서요.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