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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점심시간 되자마자 무조건 복사기부터 확인하는 사람 썰

2026-07-14 08:14:10 조회 1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직장에서 점심시간 되자마자 무조건 복사기부터 확인하는 사람, 진짜 있어요. 저는 처음엔 그냥 습관인가 보다 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아, 이 분 점심시간의 시작 버튼이 복사기구나” 싶더라고요.

점심시간만 되면 사무실 공기가 딱 바뀌어요. 다들 도시락 꺼내거나 커피 들고 나가거나, 아니면 자리에서 유튜브 소리 작게 켜는 그 타이밍인데요. 그분은 예외였어요. 시계가 12시를 찍는 순간, 거의 동시에 걸어가서 복사기 앞에 서더니 버튼을 누르면서 상황을 확인합니다. 딱 “빵 터지기 직전의 제빵기”처럼 경쾌한 루틴이랄까.

처음엔 제가 “저렇게 빨리 확인하면 잔업 줄어드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괜히 눈치도 보이길래 한 번 지나가듯 물었죠. “점심시간에 복사기 꼭 확인하세요?” 그랬더니 그분이 되게 진지하게 “복사기 상태가 점심을 좌우해요”라고 하더라고요. 농담처럼 말했는데, 표정은 진지해서 더 헷갈렸어요.

그 다음 날부터는 진짜 패턴이 보였어요. 점심시간 시작하자마자 복사기 체크 → 잠깐 대기 → 종이 걸림 있나 확인 → 토너 잔량 확인 → 이상 없으면 돌아옴. 그리고 이상 생기면요? 그분이 아예 한 사람 몫을 더 붙잡고 있어요. “오늘 이거 급해요, 저 먼저 처리할게요.” 그러면서 본인은 식당도 안 가고 복사기를 붙잡고 있죠.

제가 한 번 더 관찰해보니까, 그분이 확인하는 포인트가 꽤 디테일해요. 종이 트레이가 꽉 차 있는지, 용지 방향이 정상인지, 스캔이 잘 넘어가는지. 어떤 날은 복사기 화면에 오류 문구가 뜨면, 점심시간 내내 그 오류를 해결하느라 계속 움직이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제 누가 종이를 잘못 넣었나?” 하고 넘기는데, 그분은 “점심시간에 해결 안 하면 오후에 폭발해요”라고 말하면서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복사기를 붙잡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진다는 거예요. 복사기 앞은 늘 그분 자리로 고정되고, 누가 “방금 문서 출력해야 하는데요” 하면 웬만하면 대답은 빨리 해요. 근데 몸이 계속 그쪽에 붙어 있어서, 결과적으로 대기 시간이 생기죠. 특히 팀장님이 오후에 갑자기 보고서 뽑아오라고 하면, 다들 복사기 앞에서 숨을 고르는 분위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분은 “아까 점심에 상태 확인해놨어야 했는데” 같은 말을 하며 묘하게 여유를 부려요. 본인은 고생한 걸 알리려고 한 게 아닌데, 듣는 사람은 약간 “응, 그 말 나한테 들으라고 한 거지?” 이런 느낌이 들 수밖에 없어요.

저는 어느 날 그분이 점심시간에 복사기를 확인하는 이유를 진짜로 알게 됐어요. 새로 들어온 직원이 있었는데, 첫날부터 인수인계를 하다 말고 출력이 안 되는 상황이 생겼거든요. 그때 그분이 직원한테 차분히 설명하더라고요. “복사기 오류는 대부분 종이 때문에 나요. 그리고 종이 때문에 생기는 오류는, 점심시간에 해결하면 오후에 다들 멀쩡히 일해요.” 말투가 정말 생활 밀착형이었어요. 알고 보니 그분은 예전부터 출력 문제로 한 번 크게 사고를 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점심시간을 ‘사무실을 미리 정비하는 시간’처럼 써온 거죠.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그 루틴이 신기했어요. 회사에서 점심시간은 대체로 휴식이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휴식보다 복사기 상태를 먼저 챙기고, 그게 어느 순간부터는 팀 전체 운영 방식이 된 거예요. 저도 처음엔 짜증이 났는데, 어느 날 제가 급하게 출력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복사기 상태가 괜찮아서 바로 됐던 적이 있어요. 그때야 깨달았어요. 누군가는 조용히 사전에 문제를 막아두고 있었다는 걸요. 그래서 그분이 복사기 앞에서 바쁘게 움직일 때, 저는 이제 굳이 눈치 보지 않고 “오늘도 잘 버텨주네” 같은 마음으로 지나가게 됐어요.

점심시간 되자마자 복사기부터 확인하는 사람, 처음엔 이상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습관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모두가 각자 밥 먹으러 흩어지는 시간에, 그분은 사무실의 작은 고장들을 먼저 달래고 있는 거니까요. 오늘도 12시 되자마자 그분이 복사기 앞에 서는 걸 보면, 저도 은근히 마음이 정리됩니다. 복사기는 그냥 기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조용한 신호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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