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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소파 뒤에 놓인 물건이 매일 위치가 바뀜

2026-07-14 08:29:11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소파 뒤에 놓인 물건이 매일 위치가 바뀜. 처음엔 그냥 내가 깜빡했나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나 말고 누가 건드린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어.

그날도 늦게까지 야근하고 집에 들어왔어. 현관 열고 불 켜기 전에부터 뭔가가 이상했는데, 소파 뒤쪽 바닥에 있던 작은 물건—그때는 장난감 자동차였거든—이 평소랑 반대 방향을 보고 있더라. 원래는 소파 등받이와 벽 사이 틈에 살짝 끼워둔 채로 두는데, 그날은 틈이 아니라 소파 바로 뒤, 사람이 지나가다 발로 차고도 남을 자리만 딱 차지하고 있었어.

나는 웃으면서 “아, 청소할 때 내가 대충 밀었나 보네” 하고 대충 정리했지. 그 다음 날도 출근 전에 똑같이 확인했어. 그리고 또 바뀌어 있었어. 이번엔 자동차가 아니라, 리모컨 건전지 케이스 같은 얇은 플라스틱 통이 소파 옆 바닥에 놓여 있었고, 위치가 아주 미세하게 틀어져 있었어. 한 번쯤 어긋난 것도 아니고, 마치 누가 “오늘은 여기” 하고 좌표 찍듯이.

문제는 내가 그 물건들을 쳐다보는 습관이 원래 없었다는 거야. 소파 뒤에 뭐가 있는지 딱히 신경 쓰지 않는데도 매일 아침이면 눈에 먼저 걸리더라. 이상하게도 물건이 바뀐 날엔 공기가 달라진 느낌이 있었고, 꼭 누가 방 안에 오래 머물렀다 나간 것처럼 먼지 냄새가 섞여 있었어. 그리고 소파 등받이 쪽에서 아주 작게, 딱-딱 하는 소리가 날 때도 있었는데, 내가 움직이기 전엔 분명히 아무 소리도 없었거든.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달아보기로 했어. 집주인한테 말도 꺼내기 애매해서, 일단 임시로 휴대폰을 소파 반대편 선반에 세워두고 녹화를 켰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상을 확인해보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초인종도 안 울리고, 창문도 닫혀 있고, 현관문도 그대로 잠겨 있어. 다만 화면 밖에서 뭔가가 “정확히” 움직인 것처럼 화면 가장자리 어딘가가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그게 손일 수도 있고 그림자일 수도 있어서 확신이 안 들더라.

일주일쯤 지나니까 물건이 바뀌는 범위가 좁아졌어. 처음에는 자동차, 케이스 같은 것들이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소파 뒤에 놓인 것들이 전부 내가 집에 들인 것들이더라고. 내가 산 줄 알았던 물건들만 골라서, 그 순간에 필요한 것처럼 배치가 바뀌는 느낌이었어. 예를 들면, 다음 날 출근용 가방에 뭘 넣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물건이 소파 뒤에서 그 가방과 연결되는 동선 쪽으로 이동해 있거나, 내가 잃어버릴 만한 것들을 일부러 보이게 만들어 둔 것처럼.

그리고 제일 소름이었던 건, 내가 일부러 물건을 “못 움직이게” 해둔 날이 있어. 테이프로 소파 바닥 틈을 막고, 자동차 같은 건 두꺼운 책으로 살짝 눌러 고정했지. 그 다음 날 아침에 책을 치우는데, 테이프는 그대로 붙어 있는데도 자동차는 책 아래가 아니라 소파 뒤쪽 벽 면에 딱 붙어 있었어. 손으로 옮길 수 없는 각도였고, 그렇다고 책이 밀려나간 흔적도 없었어. 그냥… 위치만 바뀐 채로,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그때부터 난 밤마다 소파 뒤를 바라보게 됐어. 불을 끈 상태에서 소파 등받이와 벽 사이 틈을 보면, 어쩐지 눈금처럼 어둠이 정렬된 느낌이 들어. 바닥에 놓인 물건이 사라진 날엔 틈이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 자리를 비켜준 것처럼 더 또렷하게 보이더라. 나는 어느 순간부터 “누가 들어와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가 잠든 사이에 방 안에서 뭔가가 정해진 순서대로 바꾸고 있는 건가?” 같은 생각까지 했어.

마지막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소파 뒤에 있던 작은 물건이 다른 자리에 놓여 있었어. 그런데 이번엔 자동차도 케이스도 아니었어. 내 열쇠고리가 현관 쪽이 아니라, 소파 등받이 안쪽—내 손이 닿지 않는 각도—에 걸려 있더라. 열쇠고리는 내가 어디에 걸어뒀는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거든. 그걸 보자마자 이상하게도 등 뒤가 서늘해지면서, “내가 매일 확인하니까, 누군가가 더 이상 확인할 필요 없게 만들어버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정작 무서운 건, 다음 날이 돼도 또 바뀔 거라는 사실보다도, 언젠가부터는 “소파 뒤”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바뀔 것 같은 예감이 든다는 거야. 오늘 밤은 소파 뒤를 보지 않으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불 꺼진 어둠 속에서 자꾸만 소파 뒤쪽이 먼저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직도 눈이 잘 안 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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