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문 앞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가 흔들렸다
배달기사님이 문 앞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가 흔들렸다. 그날도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문 앞에 놓인 음식 상자 옆에서 폰 카메라가 툭툭 떨리더니 사진이 몇 장이나 연속으로 올라가더라. 나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나가려던 손을 잠깐 멈췄고, 현관 앞 스피커로 “다 됐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바로 이어졌다. 근데 그 인사도, 배달 완료 알림도 유난히 빠르게 끝나는 느낌이었어.
문을 열기 전에 먼저 휴대폰을 봤다. 배달 앱에 “문 앞 사진”이 떴는데, 그 사진이 좀 이상했어. 음식 상자랑 문 손잡이는 보이는데, 문 앞 바닥 쪽이 찌그러진 것처럼 흐릿했고, 조명이 한 번 더 번진 것처럼 보였거든. 내가 원래 늦게 확인하는 편이라 저장된 사진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찍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사진이 너무 흔적처럼 찍혀 있었어.
나는 괜히 찝찝해서 문을 열고 현관 바닥을 확인했어. 음식은 멀쩡히 놓여 있었고, 상자 끈도 풀리지 않은 상태였어. 그런데 문턱 아래, 신발장 쪽으로 아주 얇은 가루 같은 게 길게 끌려간 흔적이 보였어. 먼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선이 너무 직선이고, 마치 누가 무언가를 끌고 지나간 것처럼 이어져 있었어.
그때 문앞에 붙어 있던 문구를 봤다. 내가 현관문 안쪽에 붙여둔 메모가 하나 있었거든. “문 앞 사진 찍고 벨 누르지 마세요. 문이 울려요.” 평소엔 손님들이 읽고 잘 따르는데, 그 메모가 살짝 구겨져 있었어. 구겨진 위치가 이상하게도 메모의 모서리만 살짝 눌려 있었고, 누가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올린 흔적 같은 게 남아있었지.
배달기사님께 바로 연락하려고 했는데, 앱에서 기사님 프로필을 보니 통화 버튼이 회색이더라. 보통 배달 완료 후에도 연락이 가능한데, 그날은 완료 처리와 동시에 연결이 끊긴 것처럼 보였어. 나는 “사진이 좀 흔들려서요, 바닥에 뭐가 묻어 있네요. 괜찮으세요?”라고 메시지를 쓰다가 지웠어. 솔직히 말하면, 괜찮냐는 말이 너무 가벼워 보였거든.
현관문을 닫고 다시 사진을 확대해서 봤다. 흐릿한 부분이 이상하게도 특정한 모양을 띠고 있었어. 음식 상자 바로 옆, 문 손잡이 아래쪽이 아니라 문 바깥쪽 공기 같은 곳에 어렴풋한 선이 있었는데, 마치 누군가가 카메라를 “가리듯” 지나간 것처럼 보였거든. 사진이 흔들린 이유가 단순한 이동 때문이라면 그런 선이 남기 어려울 텐데, 그건 너무 의도한 것 같았어.
또 하나, 이상했던 건 배송 메모였어. 내가 주문할 때 늘 “벨 누르지 말고 문 앞에 놓아주세요”만 적어놨거든. 근데 앱에 뜬 배달기사님 기록엔 메모가 다르게 남아 있었어. “문 앞 사진 확인 부탁드립니다.” 같은 문장이었는데, 내 메모랑 내용이 달랐어. 누가 내 말을 대신 적었나 싶었는데, 그 문구는 내가 주문한 날 처음 보는 표현이었어. 그리고 그 문장이 내 메시지 영역이 아니라 기사 메모처럼 들어가 있었지.
그날 밤, 현관문에 남아 있던 얇은 선을 닦으려고 물티슈를 가져왔는데, 닦아도 닦아도 뭔가가 계속 번지는 느낌이었어. 먼지라기보단 무언가가 얇게 스며든 것 같달까. 결국 물로 한 번 더 닦고 말렸더니, 처음엔 보이지 않던 아주 희미한 자국이 나타났어. 신발 밑창 패턴 같은 게 아니라, 손가락을 쓸어내린 듯한 길이었고, 무엇보다 자국이 문턱 바깥쪽으로만 이어져 있었어.
다음 날 아침에 게시판을 켜서 같은 동네 글을 봤는데, 누가 “문 앞에서 사진 찍고 가는 택배/배달이 이상하다”는 글을 올려놨더라. 내용은 간단했는데, 공통점이 있었어. 기사들이 사진을 찍을 때 잠깐 화면이 흔들리고, 사진이 여러 장 연속으로 올라온다는 거. 그리고 가장 소름이었던 건, 어떤 사람은 “내 메모가 구겨져 있었다”는 식으로 비슷한 말을 했어. 그걸 읽는 순간, 내 현관 앞 메모가 떠올라서 목이 딱 굳어버렸지.
나는 그 뒤로 배달 올 때마다 문 앞에서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했어. 근데 문제는, 카메라가 흔들리던 그 순간이 “우연”처럼 지나가 버렸다는 거야. 배달기사님은 언제나처럼 “다 됐습니다” 하고 끝내고, 앱은 깔끔하게 완료 처리해버렸고, 내가 확인하려고 한 질문들은 연결되지 않았어. 혹시 그때 카메라가 흔들린 게 손의 떨림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사진 속에 남기려는 것’을 건드린 거라면… 그럼 우리는 늘 문 앞에서 같은 장면만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