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처음으로 곰팡이 제거제 냄새에 기절할 뻔한 썰
자취하면서 처음으로 곰팡이 제거제 냄새에 기절할 뻔한 썰이야. 그날은 진짜 별일 아닌 줄 알았어. 벽지 모서리에 까맣게 점점 올라오는 게 보여서 “오래된 곰팡이겠지, 그냥 제거하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거든.
문제는 그게 하필 욕실 바로 옆 방이라는 거였어. 환기도 애매한 구조라 문을 열어도 공기가 잘 안 도는 편이거든. 그래도 제품 설명서가 있잖아. “분사 후 일정 시간 두었다가 닦아내세요” 이 말만 믿고, 장갑 끼고 창문 조금 열고 바로 작업 들어갔어.
처음엔 냄새가 “뭔가 약품 냄새” 정도였는데, 1분쯤 지나니까 갑자기 코 안이 얼얼해지더라. 눈이 간질간질하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이 칼로 스치는 느낌이었어. 나는 솔직히 겁이 났는데, 동시에 “설마 이 정도로 위험하겠어?” 싶어서 계속 분사했거든. 그게 진짜 첫 번째 실수였어.
한 2~3분쯤 지나니까 머리가 띵해지고, 바닥이 살짝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어. 정확히는 어지러움이 아니라, 기절하기 직전의 그 특유의 멍함. 손에 힘이 풀리면서 스프레이가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는데, 순간적으로 “여기서 쓰러지면 큰일인데” 생각이 들어서 그제야 멈췄어.
그때부터는 본능적으로 환기부터 했어. 창문을 활짝 열고 문도 전부 열어놓고, 방으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거실에서 버텼거든. 근데 그 냄새가 생각보다 오래 남더라. 바람이 들어와도 약품 향이 공기 중에 남아 있어서, 마치 방 전체가 한 번 푹 절여진 것처럼 계속 코를 때렸어.
나는 물을 마시고 앉아서 숨을 천천히 쉬는데도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졌어. “괜찮아질 거야”라고 스스로 달래면서도, 혹시라도 기절하면 어쩌지 싶어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 그냥 멍하니 있다가 침대나 바닥으로 드러눕는 상상만 했는데, 그 생각 자체가 너무 무서웠다.
그 와중에 더 웃긴 건, 내가 제거하려던 곰팡이 자리는 이미 살짝 하얗게 변해 있었어. 그러니까 효과는 있었던 거야. 그런데 문제는 그 “효과”를 내 코와 머리가 먼저 받아버렸다는 거지. 그제야 설명서의 주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어. “환기 필수, 보호장비 착용 권장, 장시간 흡입 금지.” 나는 뭘 했냐면 장갑은 꼈지만, 마스크는 안 썼지.
결국 나는 작업을 끝내지 못하고 냄새가 어느 정도 빠질 때까지 기다렸어. 한참 뒤에야 다시 돌아가서 닦아내는데, 솔직히 그때도 코가 너무 예민해서 힘들더라. 그래도 닦아내고 나서 벽을 보면 점이 꽤 지워졌고, 까맣던 게 줄어든 게 보였어. 그래서 더 복잡했어. “효과는 좋았는데, 나만 거의 탈출 못 할 뻔했네?” 이런 느낌.
그날 이후로 내가 바뀐 건 딱 하나야. 약품은 ‘조금만’이라고 생각하면 바로 사고 나더라는 걸 몸으로 배운 거. 다음부터는 환기부터 확실히 하고, 가능하면 마스크도 쓰고, 장갑도 제대로 끼고, 시간도 최소로 하게 됐어. 그리고 무엇보다 제품을 쓰기 전에 “이게 냄새가 얼마나 세지”를 먼저 상상해보게 됐지.
지금도 가끔 벽 모서리에 작은 점이 보이면 손이 먼저 가려고 해. 근데 그때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기절하기 직전의 멍함이야. 곰팡이랑 싸우는 건 결국 내 몸을 보호하면서 해야 하더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약품을 꺼내기 전에 창문부터 열고 마음부터 단단히 먹는 중이야. 그날 이후로 집은 더 깨끗해졌고, 나도 조금 더 조심해지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