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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부엌 식탁에 누군가 포크를 반듯하게 두고 갔다

2026-07-15 16:29:13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부엌 식탁에 누군가 포크를 반듯하게 두고 갔다. 처음엔 그냥 누가 급히 먹고 정리하다가 잊었나 싶었는데, 그날 저녁 내내 머리가 계속 그 모양을 따라가더라. 포크는 설거지대 옆에도 아니고, 싱크대 물기 닦는 수건 바로 아래도 아니었어. 부엌 식탁 가운데, 소금통이 있는 쪽이랑 정확히 각도를 맞춰서 딱 반듯하게 놓여 있었거든.

내가 집에 들어온 시간은 오후 늦게였고, 마당에서 신발 털고 들어오는 소리도 꽤 났을 거야. 그때는 비가 오락가락해서 부엌 쪽이 습했는데, 식탁 위 포크는 묘하게도 반짝였어. 젖은 흔적도 없고, 눅눅한 기운이랑 따로 노는 느낌. 더 이상한 건, 포크 손잡이 쪽에 아주 얇게 먼지가 껴 있어야 정상인데 그건 깨끗했어.

처음엔 가족들 중 한 명이 해놓고 갔나 생각했지. 아침에 우리 엄마는 부엌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시는데, 그분이 그런 걸 ‘반듯하게’ 놓고 갈 분은 아니거든. 식탁이 원래 좀 지저분한 편도 맞고, 엄마는 대충 대충 정리하는 스타일이야. 그런데 그 포크는 누가 봐도 ‘놓는 방식’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딱 맞았어. 마치 누군가가 자리를 재서 정확히 두고 간 것처럼.

그래서 나는 포크를 들어서 혹시나 하고 확인했어. 손잡이 끝부분에 종이 같은 게 붙어 있진 않았고, 이상한 냄새도 없었어. 다만 포크 이빨 부분이, 이상하게도 식탁 위에서 한 번도 미끄러진 자국이 없더라. 누군가 들고 와서 ‘딱’ 놓은 뒤에, 다시 손을 뗀 것 같은 상태랄까. 나는 그제야 문득 생각이 났어. 우리 집 부엌은 현관이랑 동선이 조금 애매해서, 누가 들어오려면 최소한 마당부터 거쳐야 해. 그런데 그날은 누가 올 만한 사람도 없었어.

저녁 먹을 때도 그 포크가 눈에 계속 걸렸어. 식탁 위에 두면 아무도 안 쓰니까, 내가 다시 넣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은 찬장으로 옮겼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에 잡히는 순간, 포크가 식탁 위에 놓였던 위치를 계속 ‘기억’하는 느낌이었어. 옮기는 내내 시선이 자동으로 그 자리를 따라가더라고.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게 더 신경 쓰였어.

밤이 되자 그 포크 생각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선명해졌어. 창문 너머로 가로등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부엌 식탁이 보일까 말까 하는 각도가 생기잖아. 그 각도에서 문득문득 식탁 가운데가 떠올랐고, 마치 누군가가 방금 전까지 거기 있었던 것처럼 공기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어. 나는 괜히 무서워서 거실 조명을 밝히고, 휴대폰으로 날씨 앱 확인하듯 시간을 계속 봤어. ‘이 시간에 누가 오지 않았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머릿속엔 빈 동선만 남더라.

다음 날 아침,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자마자 소름이 돋았어. 찬장 문을 열어 포크를 보려던 순간, 식탁 위에 똑같은 포크가 또 반듯하게 놓여 있던 거야. 분명 어젯밤에 내가 넣었는데, 식탁 가운데에 다시. 손잡이 각도도 똑같고, 소금통이랑 맞춰진 방향도 똑같았어. 더 기분 나쁜 건, 찬장에 남아 있어야 할 포크가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야. 마치 원래부터 식탁에 있던 것처럼, 집 안 어딘가에 있던 포크가 ‘한 번’ 더 등장한 것처럼.

나는 그때서야 문 손잡이와 창문 잠금 상태를 하나씩 확인했어. 현관문은 제대로 잠겨 있었고, 뒤쪽 창문도 잠금장치가 걸려 있었어. 게다가 마당 쪽은 비가 와서 발자국이 남기 쉬운 날이었는데, 신발자국도 없었지. 누군가가 다녀갔다면 적어도 젖은 흙 위에 흔적이 있어야 했거든. 하지만 그날 마당은 너무 조용했어. 바람이 지나간 것 같은 흔적만 있고, 사람의 흔적은 없었어.

그날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한두 번 더 생겼어. 정확히 ‘포크’만 그랬고, 숟가락이나 젓가락은 아니었어. 이상하게 부엌 식탁 가운데, 딱 그 위치. 나는 결국 식탁을 쓰지 않게 됐고, 포크는 아예 냉동실에 넣어 잠가둘 정도로 조치를 해뒀어. 그래도 가끔은 새벽에 깜짝 놀라서 부엌을 바라보곤 했어. 아무것도 없는데도, 식탁 가운데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뭔가가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며칠 뒤, 나는 포크 자리를 습관처럼 닦다가 이상한 걸 봤어. 식탁 표면이 아주 미세하게 눌려 있었고, 마치 얇은 받침이 잠깐 얹혔다가 옮겨간 것처럼 그 자리에만 광이 달랐어. 누군가가 매번 똑같이 ‘놓고’ 가서 생긴 흔적 같았는데, 그게 더 무서웠어. 만약 누군가가 장난이라면, 같은 자리에 그렇게 오래 신경 써서 남길 이유가 없잖아. 지금도 가끔 부엌에 들어갈 때면, 식탁 가운데를 먼저 눈으로 확인하게 돼. 그리고 반듯하게 놓인 포크가 없으면, 그제서야 숨을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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