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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호출을 했는데도 내가 탄 적 없는 층에 도착해

2026-07-15 20:29:13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 호출을 했는데도 내가 탄 적 없는 층에 도착해버렸어.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 같은 시간대에 같은 버튼을 누르면 손끝이 더듬거리듯 떨리는 느낌이 남더라.

사건은 평범한 퇴근길이었어. 회사 건물은 층마다 입주업체가 달라서 로비에서 내 층을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방식이거든. 나는 평소대로 7층에 내리면 되는 자리라 7번 버튼을 눌렀고, “띵” 하고 승강기가 잡히는 소리까지 들었어. 그 다음부터는 이상했어. 도착 알림이 아니라, 문이 열리기 직전의 그 미세한 흔들림이랑 함께, 안내음이 7층이 아닌 다른 층 숫자를 말했거든.

“8층입니다.”라고 스피커가 또렷하게 나왔어. 근데 나는 7층으로 출근하고 7층으로 퇴근하는 사람이라, 8층 버튼을 누른 기억이 없어.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속도를 줄이잖아. 그 타이밍에 내 머리도 같이 멈춘 느낌이었어. 손에 들린 출입증을 확인하려고 보려는 순간, 이미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로비 쪽 형광등이 아니라 복도 조명이 보이더라.

문밖은 내 사무실 복도랑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랐어. 벽면 색이 한 톤 어둡고, 바닥에 붙은 경고 스티커 모양이 다르더라. “아, 혹시 내가 잘못 눌렀나?” 싶어서 바로 1층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그때 이상하게도 패널이 굳어 있었어. 손가락이 닿긴 했는데 반응이 없었고, 눌린 감각도 없었어. 전원 고장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버튼이 내 손을 모르는 것 같았달까.

대신 안쪽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좀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보였어. 엘리베이터 안은 CCTV가 달려 있어서 거울이 약간 왜곡된 걸로 유명한 편이거든. 그런데 그날만큼은 왜곡이 아니라 “지연”이 있었어. 내가 팔을 들어 패널을 톡톡 두드릴 때, 거울 속 내 손이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거야. 나는 그 순간 숨이 턱 막혀서 그냥 가만히 섰고, 문이 완전히 열리는 소리까지 들었지.

근데 열리자마자 아무도 없었어. 복도 끝에는 누가 두고 간 듯한 종이박스가 하나 있었고, 그 위에 작은 종이가 접혀 얹혀 있었는데 글씨가 흐려서 안 보였어. 그냥 바람이 없는 날인데도 박스 옆이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났고, 그 소리가 이상하게 엘리베이터 내부의 “띵” 소리처럼 겹쳤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그때 엘리베이터 내부 표시등이 잠깐 꺼졌다 켜졌거든.

그리고 스피커가 다시 나왔어. “7층으로 이동합니다.”라고. 나는 방금 8층에 서 있었잖아. 그런데 그 말은 내가 선택한 걸 되돌려준다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문밖을 보는 걸 멈추고, 그래도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출입증을 손에 쥔 채로 기다렸어. 문은 열려 있는 상태로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닫혔고, 엘리베이터는 바로 내려가기 시작했어. 내려가면서 숫자 표시는 7로 바뀌었는데, 그 숫자가 너무 깔끔해서 더 찝찝했어. 내가 누르지 않았는데도 정해진 경로로만 움직이는 느낌이었거든.

열릴 때는 또 달랐어. 7층 버튼을 누른 평소의 ‘툭’ 하는 정차 느낌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문을 당겨서 맞추는 것 같은 정밀한 소리였어. 문이 열리자 내 복도는 그대로였고, 내 사무실 앞도 그대로였는데—복도 중간 벽에 붙어 있던 공지문이 없었어. 원래는 한 주마다 바뀌는 양식인데, 그날은 공지가 비어 있었고 대신 얇은 테이프 자국만 남아 있었어. 나는 어안이 벙정해서 테이프 자국을 만지려다 멈췄어. 손끝에 묻은 건 먼지인지, 아니면 무언가 묻어 있는 느낌인지 잘 구분이 안 갔거든.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혹시 내가 뭘 잘못 눌렀나”를 계속 자책했는데, 자책이 길어질수록 이상한 확신이 생기더라. 나는 평소에 7층 버튼을 누르면서도 다른 버튼에는 손가락이 가지 않는 방식으로 누르는 편이거든. 그런데 그날은 그 확신이 깨졌어. 그리고 가장 찝찝한 건, 8층으로 갔던 일이 끝난 뒤에도 엘리베이터에서 내 기록이 남는 것 같았다는 거야. 회사 앱으로 이동기록 같은 걸 보는 사람은 없지만, 출입증 찍히는 시간대가 엇갈리면서 내가 7층에 도착한 시각이 몇 분씩 밀리더라고.

지금도 가끔 그 시간대가 다가오면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손이 먼저 움찔해. 버튼을 누르기 전엔 괜찮은데, 누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쿵 내려앉아. 누가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아니면 엘리베이터가 내 의도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마지막으로 여운이라면, 그날 8층 복도에서 보였던 종이박스가 아직도 떠오른다는 거야—문이 닫히기 직전, 그 종이의 접힌 모서리가 아주 짧게 흔들리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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