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가스레인지에 불꽃이 한 번만 튀었다
중고거래로 받은 가스레인지에 불꽃이 한 번만 튀었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 처음엔 그냥 기스 난 중고라서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불꽃이 “한 번만” 튄 다음부터 내 집 주방 분위기가 이상해지더라. 지금 생각해도 그 짧은 순간이 계속 머릿속에서 되감겨.
사건은 평범하게 시작됐어. 동네 중고 앱에서 가스레인지를 저렴하게 올린 글을 보고 연락했지. 판매자는 “잘 쓰던 거고, 점화도 잘 돼요”라고 했고, 직거래로 가져가면 된다고 했어. 나는 포장할 것도 없이 그대로 트렁크에 실었고, 집에 와서 바로 설치했어. 배관 연결하고 버튼 눌렀을 때도 딱히 문제 없었어. 불은 잘 붙고, 약불도 됐고.
문제는 첫 조리에서 생겼다. 물을 올리고 잠깐 다른 일 하다가 주방 쪽을 봤는데, 버너에서 불꽃이 아주 작게 튀는 게 보였어. “퍽” 하는 소리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냥 순간적으로 위로 솟는 느낌? 딱 한 번만. 보통은 불이 붙는 과정에서 가끔 살짝 튀거나 하잖아. 근데 그때는 점화도 아니고, 이미 불이 붙어서 타고 있는 상태에서, 그냥 한 번 튀었어.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튄 방향이 이상했어. 불꽃이 위쪽으로 튀지 않고, 레인지 바깥쪽 테두리 쪽으로 “비스듬히” 튀었거든. 그리고 튄 뒤에 타는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어. 평소처럼 일정한데, 그 다음부터는 마치 바람이 한 번 스치는 것처럼 조용히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어.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다음 날도 같은 조짐이 있었어.
둘째 날엔 불꽃이 직접적으로 튀진 않았는데, 이상한 건 “점화 타이밍”이었어. 버튼을 누르면 불이 붙는 게 조금 늦어졌고, 불이 붙는 순간이 아니라, 붙기 직전에 손끝이 약간 차가워지는 느낌이 있었거든. 처음엔 건조해서 그런가 했는데, 손이 차가운 정도가 매번 일정했어. 그리고 가스레인지 옆에 두는 소금통이나 후추통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날이 있었는데, 내가 부엌 환기를 했던 것도 아니야.
셋째 날쯤부터는 더 말이 안 되는 일이 생겼어. 요리를 하다가 냄비에서 나는 김이 특정 각도로만 올라오는 거야. 보통은 자연스럽게 퍼지는데, 그날은 버너 쪽에서만 김이 한 번 접힌 것처럼 얇아졌다가 확 퍼졌어. 마치 누가 손으로 공기를 눌렀다 놓는 느낌? 나는 그저 열 흐름이 이상한가 보다 했고, 청소도 해봤어. 렌지 위는 물론이고 버너 주변도 분해해서 닦았는데, 닦아도 “그 한 번 튄 불꽃”이 남긴 자국 같은 건 없더라.
그래서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다시 보냈지. “설치하자마자 불꽃이 한 번 튀는데 혹시 전날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근데 답이 오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답이 왔을 때는 너무 짧았어. “원래 가스레인지 오래 쓰면 가끔 그런 거 있어요. 점검 받은 거고, 제가 마지막으로 쓴 날엔 이상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문장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마지막으로 쓴 날’이라는 말이 딱딱하게 박혀 있었거든. 마치 누군가의 마지막 날을 강조하는 것처럼.
그 뒤로는 내 쪽만 유독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밤에 불을 켜지 않아도 주방 쪽에서 가스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난다 싶다가, 가스가 새는지 확인하려고 비눗물로 점검하면 멀쩡해. 그리고 비슷한 시간대에만 그런다. 내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부엌 불을 켜기 전쯤, 딱 그때만. 불이 튀었던 그 ‘한 번’이 계속 시간을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무서웠어.
결국 나는 교체를 결정했어. 중고로 산 게 아깝기도 했지만, 안전이 우선이니까. 그런데 새 가스레인지를 올려서 테스트할 때, 이상하게도 첫 점화 순간에 내가 예전에 쓰던 레인지에서 느꼈던 그 차가운 손끝이 다시 떠오르더라. 그리고 레인지를 떼어내는 순간, 밑바닥 쪽에서 아주 작은 이물질이 하나 떨어졌어. 먼지 같지도 않은, 딱 불꽃이 닿았을 때 생기는 얇은 재 찌꺼기 같은 것. 크기는 손톱만 한데, 형태가 동그랗게 말린 모양이라 더 이상했어.
버너와 배관은 멀쩡했는데도, 그 레인지는 내 집에서 딱 “한 번만” 불꽃을 튀겼고, 그 다음은 불꽃 대신 분위기로 남더라. 지금도 조리대 위에 손을 올리면, 누가 아주 잠깐 손등을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감각이 남아 있어. 그날 불꽃이 한 번만 튄 걸, 그냥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정확한 타이밍이 반복돼서…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새 레인지로 물 끓일 때마다 창밖을 한 번씩 보게 돼. 아무도 없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