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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밤마다 책상 서랍이 저절로 한 칸씩 당겨진다

2026-07-16 04:29:13 조회 1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밤마다 책상 서랍이 저절로 한 칸씩 당겨진다. 처음엔 바람인가 싶었다. 창문도 꼭 닫혀 있고, 난방 틀어도 바닥이 크게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는데, 새벽 네 시쯤이면 책상 아래쪽에서 ‘툭’ 하고 걸쇠가 풀리는 소리가 나면서 서랍이 아주 조금, 그러니까 딱 손가락 한 마디 정도만 앞으로 나온다.

난 그날 늦게까지 과제하다가 잠들었고, 아침에 보면 서랍이 원래 위치보다 한 칸 나가 있다. 문제는 내가 어제 정리하면서 서랍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는 걸 기억한다는 거다. 잠결에 힘주다 덜 닫힌 것도 아니고, 서랍 레일이 매끈해서 ‘살짝’ 나와 있는 걸 내가 못 봤을 리가 없다. 그래서 첫 날엔 그냥 내 착각을 뒤집어쓰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 다음 날도 똑같이 벌어졌다. 밤마다, 정확히는 내가 잠들고 깊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시작되더라. 휴대폰 알람이 울리기 직전, 어김없이 책상 쪽에서 소리가 났다. 소리는 크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잠을 확 깨우는 종류였다. 나는 귀를 세우고 듣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확인하러 나갔다. 서랍은 이미 한 칸 나와 있었고, 손잡이 쪽으로 먼지가 아주 미세하게 쓸린 흔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작은 실험을 했다. 서랍 앞에 얇은 종이를 끼워두거나, 연필로 레일 주변을 표시해두는 식으로. 다음날 아침, 종이는 그대로였고 연필 표시는 살짝 지워져 있었다. 누가 와서 종이를 치운 게 아니라, 서랍이 움직일 때 마찰이 생기면서 문질러진 것처럼 보였다. 그날 밤엔 아예 잠을 안 자고 버텼는데, 새벽이 되자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결국 잠깐 스르륵 잠들었다.

잠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다시 ‘툭’ 소리가 났다. 이번엔 더 선명했다. 서랍이 한 칸 더 나왔다. 처음엔 서랍이 총 다섯 칸 정도였는데, 둘째 날 아침엔 세 칸까지 나와 있었다. 난 장난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그 순간 책상 위로 손을 얹고 ‘아무도 없는 거지?’ 같은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웃기지만, 그 말이 마치 내 확인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상한 건, 움직임이 일정하게 이어진다는 점이야. 매번 한 칸씩만. 서랍이 갑자기 쭉 열리거나 문 전체가 흔들리는 건 아니었다. 마치 누가 레일을 따라 천천히, 딱 정해진 규칙대로 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서랍을 다시 끝까지 밀어 넣으면, 다음 날에는 그 ‘새 위치’에서 다시 한 칸씩 진행됐다. 그래서 포인트는 서랍 자체가 아니라, 어떤 “순서”가 있는 것 같다는 거다.

나는 결국 관리실에 말하려고 했는데, 말하는 순간부터 뭔가 망설여졌다. 누가 “밤마다 서랍이 한 칸씩 나옵니다”라고 하면 어떻게 믿어주겠어. 대신 나는 몰래 녹화를 설치하려고 했고, 그날 밤은 더 긴장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설치한 다음 날부터는 소리가 줄었다. 서랍이 움직이긴 했는데, 한 칸씩이 아니라 중간쯤에서 멈추는 날이 생겼다. 마치 누군가가 “보고 있으면 속도를 늦춘다”는 듯이.

그러다 며칠 후, 서랍이 다섯 칸 전부 나오고 나서부터는 한동안 멈췄다. 난 그제야 안도했다. 혹시 이사 온 전 세입자가 남긴 무언가, 오래된 스프링이 헛도는 문제, 아니면 레일이 닳아서 생긴 현상일 수도 있겠다고. 그런데 다음날 새벽, 서랍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더 이상 앞으로 밀리는 게 아니라, 딱 열린 상태에서 손잡이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더니, 책상 아래쪽으로 ‘끌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서랍이 아니라, 서랍 안쪽 어딘가가 당겨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나는 결국 마지막 칸을 열어봤다. 안에 있던 건 별거 없었다. 종이 뭉치, 영수증 몇 장, 예전에 받았던 상담 카드 같은 것들. 근데 그 카드의 뒷면에, 연필로 누군가가 써 둔 글자가 있었다. 내용은 딱 한 줄이었고, 내 이름이 아니라 내가 이사 오기 전 집에서 쓰던 별명—그러니까 내가 여기 들어와서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별명—이 적혀 있었다. 나는 손이 굳어서 종이를 들었다가 놓는 것도 잘 안 됐다. 그리고 그날 밤, 서랍은 다시 한 칸씩 당겨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반대로, 닫히는 방향으로.

원룸에서 밤마다 책상 서랍이 저절로 한 칸씩 당겨진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정확히 설명은 못 하겠어.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해. 서랍이 열릴수록 뭔가를 찾는 느낌이 들다가, 닫히기 시작할 때는 마치 누군가가 “찾는 걸 끝냈다”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거. 그래서 난 밤에 잠들기 전에, 서랍을 끝까지 밀어 넣고도 잠깐 책상 앞에 앉아 있어. 조용해질 때까지, 그리고 문득 생각해. 만약 어떤 날은, 서랍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라… 내 쪽으로 한 칸씩 다가오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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