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도착 1분 전부터 현관 앞이 이상하게 조용해졌다
배달 도착 1분 전부터 현관 앞이 이상하게 조용해졌다. 보통은 초인종 누르기 직전에 신발장 쪽에서 바람 같은 소리가 나거나,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끌리는 소리가 같이 섞이는데 그날은 달랐다. 시계 초침 소리조차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집 안이 멈춘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야근 끝나고 허기져서 배달앱을 켰다. 화면에 “조리중”이 아니라 “도착까지 1분”이라고 떠 있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했다. 현관 쪽을 바라보면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귀가 먼저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것처럼 먹먹해졌다. 전화벨도 진동도 아닌데, 바깥에서 내는 소리만 유난히 사라져 버렸다.
도착 1분 전 알림이 울린 지 몇 초, 나는 무의식적으로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현관 앞 복도에서 평소처럼 들려야 할 발소리가 없었다. 대신 아주 얇은 스피커 잡음 같은 게 한 번, 뚝 하고 끊기더니 완전히 정적이 들어찼다. “어? 엘리베이터가 멈췄나?” 싶어 문틈으로 틈을 살짝 열었는데, 바람도 없었다.
배달 기사님 연락이 왔다. “문 앞에 둘게요.” 보통이면 “몇 호예요?” 같은 확인이 들어가는데 그날은 짧게 한 마디만 하고 끝이었다. 나는 “네, 알겠습니다”를 치고 나서도 이상해서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현관문 아래쪽 틈에서 보이는 건 복도 바닥의 얼룩뿐이고, 사람 그림자나 움직임은 없었다. 그 상태가 이상하게도 ‘지연’이 아니라 ‘정지’처럼 느껴졌다.
알림이 바뀌었다. “배달 도착”이라고 떠야 할 타이밍인데, 화면엔 그저 “도착까지 0분”이라고만 깜빡였다. 배달 기사님은 이미 문 앞에 도착한 것처럼 말했는데,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못 들었다. 포장지 비닐이 바닥에 닿는 소리, 신발을 정리하는 소리, 그런 기본 소음이 전부 빠져 있었다. 마치 내 집 현관만 외부 소리를 필터링해 버린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초인종 소리가 아닌데도 “딩” 하고 작은 울림이 났다. 그런데 그 울림은 문 밖에서 들린 게 아니라, 내 안쪽 어딘가에서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등이 차가워졌다. 동시에 휴대폰 화면이 다시 켜지면서 배달 위치가 순간적으로 흔들렸고, 지도 핀이 문 앞에 그대로 붙어 있는 상태로 멈췄다.
나는 문을 열지 않고 그대로 대기했다. 대신 CCTV 앱을 켰는데, 카메라 화면은 멀쩡했다. 복도는 밝았고, 쓰레기 분리수거함까지 정상적으로 보였다. 문제는 그 ‘정상’이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이상했다는 거다. 복도에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카메라가 감지한 것처럼 움직임 알림이 계속 떴다. “움직임 감지됨”이 3초 간격으로 울렸다.
그때 배달 기사님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문 안 열고 계세요? 문 앞에 놔둘게요.” 나는 답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현관문 쪽을 보며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만 있었다. 그런데 문 앞 복도 쪽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숨소리라기엔 너무 가까웠고, 귀에 붙어 있는 것처럼 울렸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은 채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배달 앱에는 마지막으로 한 줄이 떴다. “도착 완료.” 그 동시에, 현관문 바깥쪽 우편함이 아주 천천히, 마치 누가 열어보는 것처럼 움직였다. 나는 울컥해서 문틈을 더 크게 보려 했는데, 그 순간 복도 카메라 화면이 잠깐 하얗게 끊겼다. 다시 돌아왔을 땐 우편함이 움직이지 않았고, 복도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다만 바닥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내려앉은 듯한 그림자 자국이 생겨 있었다.
나는 그 후로 몇 번이나 같은 알림을 확인했다. “배달 도착 1분 전”이라는 문구가 뜨면 현관 앞이 조용해지는 일이 다시 나타났고, 그때마다 나는 문을 먼저 열지 않았다. 이상한 건, 음식이든 편의점이든 결국 오긴 온다는 거다. 대신 늘 어떤 공기가 먼저 도착한 것처럼 느껴진다. 도착하기 1분 전부터 조용해지는 건, 누군가가 오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가 안에 들어와 있는 걸 감추려고 바깥 소리를 잠깐 꺼두는 걸지도 모르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