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편의점에서 내가 들고 있던 상품이 다른 칸에서 발견됐다

2026-07-16 12:29:12 조회 1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계산하고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계속 찝찝했다. 내가 막 들고 나온 상품이, 분명히 내 손에 있었는데도 어느 순간 다른 칸에서 다시 발견된 걸 알게 됐거든. 그날 이후로는 편의점 진열대 앞에 서면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된다. 누가 장난친 건지, 아니면 내가 뭔가를 놓친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날은 늦은 밤이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이라 손님도 많지 않았고, 편의점 불빛이 유난히 하얗게 번져 보였다. 나는 물이랑 간단한 간식만 집으려고 진열대 쪽으로 갔다. 평소엔 그냥 슥 보고 고르는데, 그날은 유독 시선이 한 칸에 오래 머물렀다. 내가 집으려던 게, 분명 같은 이름의 다른 제품이랑 색이 비슷해서 자꾸 헷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나는 익숙한 걸로 골랐다. 냉장 진열대에서 음료 하나를 잡고, 그 옆에 있던 작은 빵이랑 과자도 같이 집었다. 손에 잡히는 감촉이 또렷해서, ‘아, 이건 내가 지금 집은 거다’ 싶을 정도였다. 계산대 가는 길도 기억이 난다. 카운터 앞에서 계산하고, 카드는 긁고, 봉투는 잘 챙겨서 나왔다. 그때까진 평범했다. 비가 창문에 떨어지는 소리랑, 계산대 위 진동벨 소리만 또렷하게 남아 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봉투를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멈칫했다. 내가 들고 나온 음료가 하나 더 있어야 하는데, 손에 쥐어진 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산 그 음료”가 보이긴 했는데, 병 라벨이 살짝 다르게 붙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상품인데도 포장 상태가 어딘가 미묘하게 달랐다. 더 이상 확인하면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때 과자 봉투를 펼치다가 뭔가가 바닥에서 딸깍 소리를 냈다.

작은 영수증 조각이 하나 떨어져 있었는데, 거기에 시간과 함께 ‘동일 상품’이 두 번 찍혀 있었다. 첫 구매는 내가 계산한 금액 그대로였는데, 추가로 찍힌 한 줄이 묘하게 눈에 걸렸다. 내가 분명히 집었던 건 한 개뿐인데, 영수증에는 칸을 한 번 더 채운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혹시 계산할 때 내가 다른 칸에서 집은 걸 잘못 담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서 ‘그 음료를 집었던 손’이 다시 떠올랐다. 분명히 내 손은 그 칸에서 음료를 꺼냈다. 그럼 대체 왜, 영수증에는 다른 흔적이 남았을까.

다음 날 낮에 그 편의점을 다시 갔다. 비슷한 시간대에 가면 직원들이 기억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문을 열자마자 냄새가 났다. 어제랑 같은 냄새인데, 이상하게도 더 차갑고 건조했다. 카운터 쪽으로 가서 어제 산 걸 다시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직원이 “어제는 손님이 많아서요” 하면서도 영수증을 보여달라 했다. 나는 영수증 조각을 내밀었고, 직원은 잠깐 화면을 보더니 표정을 한 번 굳혔다. 그리고는 “이거… 어제 매대에서 다시 넣으신 건가요?” 같은 말을 했다.

그 말이 이상했다. 나는 “제가요? 아니요”라고 했고, 직원은 진열을 정리하는 쪽을 잠깐 가리켰다. 마치 그 제품이 어제 누락됐다가 방금 발견된 것처럼 설명하는데, 그 설명이 내 귀에는 ‘이미 다른 칸에 놓여 있다’는 느낌으로 들렸다. 그 순간 떠오른 게 있었다. 어제 계산 전에, 진열대에서 손을 떼며 잠깐 다른 칸을 봤던 순간. 그때 내가 본 건, 내가 들고 있던 상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 머릿속은 계속 “그게 내 거였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직원이 정리하면서 잠깐 진열대 안쪽을 보여주었는데, 거기엔 어제 내가 집어 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포장이 있었다. 다만 포장 상태가 ‘방금 꺼낸’ 느낌이 아니라, 이미 손님이 만졌다가 다시 들어간 것 같은 자국이 있었다. 직원도 “이상하네요”라고 했고, “어제 밤에 누가 한 번 다시 꽂아두고 간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확실히 기억한다. 내가 그 칸에서 꺼낸 건, 분명히 그 자리에 ‘없어져야’ 했다. 내가 계산해서 가져갔으니까. 그런데 영수증과 진열대의 위치가, 그 기본 상식을 계속 뒤엎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같은 편의점에 더 이상 잘 가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뭘 가져갔는지, 내가 뭘 봤는지, 그런 기억이 어느 순간부터 서로 엇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말이지만, 머릿속에만 자꾸 장면이 남아 있었다. 누가 장난친 거라면 설명이 되는데, 그 설명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다른 칸에서 발견됐다”는 직원의 말이 계속 반복됐다. 그 상품은 결국 내 손을 거쳤을까, 아니면 내 손을 ‘거친 것처럼 보이게’만 했을까.

지금도 가끔 편의점 CCTV 같은 걸 떠올리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내가 그 앞에서 무엇을 집었는지, 어떤 칸에서 어떤 순간에 시선이 멈췄는지까지는 기억나는데, 정작 결정적인 ‘칸의 변하는 타이밍’이 비어 있다. 마치 누군가가 그 시간만 살짝 잘라 붙인 것처럼. 그날 비가 내리던 밤, 봉투를 닫으며 들었던 소리—그 딸깍임이 유난히 크게 들렸는데, 그건 아마도 내 귀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다음엔 여기로 와”라고 말한 소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