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연락 자주 했는데 요즘 뜸해진 썸남
처음엔 진짜 순탄하게 갔어. 회사 근처에서 같이 프로젝트 맡으면서 자주 마주쳤는데, 그때부터 썸남이 “나랑 얘기하면 시간 빨리 간다” 이런 식으로 말투가 살짝 다정했거든. 처음엔 그냥 친해지는 건가 싶었는데, 문제는 초반 흐름이 너무 좋았다는 거야.
연락도 그랬어. 우리가 본격적으로 서로 호감 신호를 주고받기 시작한 건 한 달쯤 됐을 때쯤? 퇴근하고 카톡이 꼭 왔어. “오늘도 수고했지?”로 시작해서 간단한 일상 얘기하다가, 가끔은 웃긴 짤이나 짧은 목소리(10초 안팎)로 마무리했어. 나는 그게 은근히 기대됐고, 답장도 빨리 하게 되더라.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약속도 빨리 잡혔어. “주말에 밥 먹자”라고 했는데, 그는 “시간 맞춰줄게. 너 좋아하는 거 고르라” 이런 말까지 했어. 약속 전날에도 카톡이 왔고, 당일에도 “나 지금 나간다” “도착하면 톡할게” 이 정도로 진행을 깔끔하게 해줬지. 나는 솔직히 여기서 확신 비슷한 게 생겼어. ‘이 사람은 그냥 친한 동료가 아니라 진짜로 나를 보고 있구나’ 싶어서.
근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어. 약속 끝나고도 며칠은 괜찮았어. 그날 밥 먹으면서 대화가 잘 됐고, 헤어질 때도 “다음에 또 보자”를 자연스럽게 했거든. 그런데 그 주가 끝나갈 무렵부터 카톡 빈도가 갑자기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대화가 끊긴 느낌이 들었어. 내가 먼저 톡을 보내면 “응응” “그래그래” 정도로 짧게 오고, 자기 얘기는 잘 안 이어지더라.
처음엔 내가 예민한가 했지. 그래서 일부러 기다려봤어. 월요일엔 말 그대로 안부 정도만 보냈거든. “이번 주도 힘내. 오늘 좀 덜 더웠으면 좋겠다” 했더니, 답은 왔어. 근데 그 답이 “고마워. 너도” 이렇게 끝이었어. 보통은 거기서 상대가 한 번 더 받아주면서 얘기가 이어졌는데, 이번엔 그게 없었던 거야. 그 다음 날도 내가 가볍게 “점심 뭐 먹었어?” 물어보니까, 몇 시간 뒤에 “대충 먹었어” 이런 식으로 와. 대화가 ‘지나가는 말’처럼 느껴지더라.
나는 이런 변화를 겪을 때 제일 무서운 게, 상대가 바뀐 건지 아니면 내가 뭔가 실수했는지 모른다는 거더라. 그래서 썸남이 바쁜가 싶어서 상황을 맞췄어. “요즘 일이 많아?”라고 직접 물어보기엔 너무 티 날까 봐, 그냥 가끔 공감만 해줬어. 예를 들면 “오늘은 컨디션 어때? 힘들면 푹 쉬어” 같은 식으로. 그런데 그것도 답은 와. 다만 톤이 예전보다 차가웠달까. 예전엔 카톡 오면 내가 웃고 있는 모습이 먼저 떠올랐는데, 요즘은 답장 읽고 나서 손가락이 멈칫해지는 느낌이었어.
어느 날은 정말 신기하게 타이밍이 어긋났어. 내가 퇴근하고 “오늘도 고생했어”라고 보냈더니, 그는 다음 날 새벽에 답을 “미안 늦었네”라고 했어. 그럼 내가 보통 그 자리에서 “괜찮아, 지금은 쉬어” 이렇게 이어가잖아? 그런데 그는 또 그 뒤에 질문을 안 던졌어. “너는?” 이런 것도 없고, 그냥 답만 딱 하고 끝. 나는 그 메시지를 보고 속으로 ‘아, 이건 단순히 바빠서 늦은 게 아니라… 관심의 속도가 달라졌구나’ 하고 체감했어.
그래서 결국 한번은 조심스럽게 확인해봤어. 너무 추궁처럼 보이기 싫어서, “요즘은 카톡이 뜸하네. 나 너랑 대화하는 거 좋아해서, 바쁜 거 아니면 가끔 얘기해도 돼?” 이렇게 말했거든. 그는 잠깐 뜸 들이다가 “요즘 좀 정신이 없어서 그래. 너한테 소홀하고 싶진 않았어”라고 답했어. 말은 그럴듯했지. 근데 그 다음 날부터도 큰 변화는 없었어. 오히려 전보다 더 짧아진 느낌. 그래서 나는 속으로 정리했어. ‘바쁘면 바쁜 대로,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한텐 최소한의 리듬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은 완전히 끊진 않았어. 다만 예전처럼 내가 먼저 선점해서 끌고 가는 방식은 멈췄어. 회사에서 마주치면 인사는 잘 하고, 카톡은 내가 감정 먼저 소모하지 않게 조절 중이야. 예를 들면 “오늘도 수고해” 같은 건 보내도, 그 다음 연장 질문은 안 던져. 상대가 다시 스스로 대화의 손잡이를 잡아주길 기다리는 중이랄까.
근데 이게 참 애매해. 혹시 정말로 일이 터진 건지, 아니면 그냥 마음이 식었는데 예의는 지키는 건지, 그 경계가 너무 얇아. 나는 그 사이에서 자꾸 그 초반의 카톡들, 웃기던 짤, 목소리 짧게 남기던 습관을 떠올리게 돼. 그래서 가끔은 생각해. ‘혹시 이 사람도 뭔가를 고민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빨리 기대해버린 걸까?’
결론은 아직 안 났어. 다만 분명한 건, 지금처럼 연락이 뜸해진 상태에서 내가 계속 밀어붙이면 나만 더 지치더라. 그래서 이번 주는 일부러 기다려보려고 해. 만약 정말 마음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대화가 이어질 거라고 믿고 싶고, 반대로 아니라면 그때는 나도 천천히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연락 한 번이 오고, 그 사이의 공백이 사라지는 순간이 언젠가 오겠지. 그게 지금일지, 조금 뒤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직 완전히 놓치진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