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하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면 엘리베이터 소리가 따라왔다
회사 지하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면 엘리베이터 소리가 따라왔다. 그날도 야근 끝나고 혼자 정리하려고 내려가는데, 위에서 들려야 할 “딩-동”이 이상하게도 내 발걸음 사이로 끼어들었다.
평소엔 지하 층 계단을 쓰면 소리가 잘 안 들렸는데, 그날은 유독 또렷했다. 철제 난간을 잡고 내려갈 때마다 귀 안쪽이 간질거릴 만큼 일정한 간격으로 엘리베이터 벨이 울렸다. 나는 걸음을 빨리하면 소리도 빨라지고, 멈추면 소리도 멈추는 것처럼 느껴서 손바닥에 힘이 들어갔다.
지하는 창고랑 설비실이 섞인 구역이라 불 켜진 곳도 있고 꺼진 곳도 있다. 계단 끝에 도착하면 늘 어두운 복도가 나오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라벨 작업할 박스들을 찾으러 들어갔다. 그런데 복도에 들어서는 순간, 뒤에서 또 “딩” 하고 울렸다. 분명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는데, 내가 있는 위치보다 위에서 울리는 느낌이 아니었다.
처음엔 이어지는 장비 소리겠거니 했다. 건물은 오래됐고, 환기 덕트나 전기 설비가 울리면 종종 비슷한 패턴이 생긴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한 칸씩 천천히 내려가 봤다. 벨 소리는 계단의 높이와 정확히 맞물렸다. “내가 움직이는 속도에 반응하는 것” 같은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머릿속에서 자꾸 부정이 튀어나왔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려고, 계단 쪽을 향해 화면을 비추는 동안에도 “딩-동”은 멈추지 않았다. 화면에는 아무도 없었다. 복도 불빛만 흔들리고, 계단 아래로 이어지는 어둠이 길게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게도 벨 소리는 가까워지는 듯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진동이 반복됐다.
그때 관리팀에서 자주 들려오던 말이 떠올랐다. “저 층은 가끔 구형 엘리베이터가 테스트 모드로 돌 때가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회사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까지만 내려간다. 내가 있는 건 지하를 지나 지하 창고 쪽으로 더 깊은 계단 구역이라, 엘리베이터가 도착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소리는 층을 바꾸는 순서처럼 분명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치 누군가 버튼을 누르듯이.
결국 나는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는데, 소리가 뒤에서 따라왔다. 그런데 이번엔 더 확실했다. “딩” 하고 울릴 때마다 내 오른쪽 귀가 살짝 먹먹해졌다. 계단 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손을 더 세게 잡았는데, 그 순간 난간 끝에서 아주 옅은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발로 바닥을 톡톡 치는 것 같은데, 나는 분명 혼자였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 건 2층 높이쯤 남았을 때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소리가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내가 있는 곳에서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숨을 삼키며 더 빨리 걸었고, 마지막 계단을 밟는 순간 소리가 딱 끊겼다. 문을 밀고 복도에 나왔을 때, 내 등 뒤는 차갑기보단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땀이 식지 않은 채로 굳어 있는 느낌.
다음 날 출근해서 관리팀에 물어봤다. “지하 계단 쪽에서 엘리베이터벨 같은 소리 들리던데, 테스트 같은 거 하세요?” 그러자 담당자가 잠깐 멈칫하더니 “그 구역은 오래된 제어선이 간헐적으로 울릴 수는 있어. 종종 착각하는 사람이 있긴 하고…”라고 얼버무렸다. 나는 더 묻고 싶었지만, 그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괜히 내가 이상한 사람 된 것 같았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찝찝했다.
그 뒤로도 나는 가끔 지하 계단을 내려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려가기 전엔 아무 소리도 없다가 계단을 세 번째로 밟는 순간부터는 반드시 “딩-동”이 따라왔다. 이번엔 일부러 천천히 걸어봤다. 소리는 내 발걸음과 어긋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계단에서 벗어나 복도로 들어서는 순간, 엘리베이터 벨 대신 아주 낮은 기계음 같은 게 아주 가까이에서 들려서, 나는 그날 이후로 지하 계단을 거의 쓰지 않게 됐다. 가끔은 ‘그 소리가 따라온다’가 아니라, ‘내가 먼저 가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