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차가운 공기 속에 냄새가 먼저 도착했어
지하주차장 차가운 공기 속에 냄새가 먼저 도착했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코끝이 먼저 알아챘달까. 처음엔 “비 냄새 섞인 먼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냄새가 차 안에서가 아니라, 차가운 바닥 공기 자체에서부터 스며들어 오더라.
그날 나는 퇴근하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있었고, 바닥은 늘 그렇듯 축축한 빛이 돌고 있었어. 계단 쪽에서 사람들 발소리가 섞여 들렸는데도, 그 냄새만은 일정했어. 누가 실수로 뭔가 흘린 것처럼 단순하진 않았고,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향도 아니었지. 차갑게 식어버린 뭔가가, 아직도 천천히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차를 찾기 위해 주차 구역을 지나가는데, 냄새는 “여기서부터” 같은 경계가 있어. 정확히는 그 경계가 아니라, 냄새가 진해지는 방향이 있어. 벽면 기둥에 붙은 번호판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기둥 뒤로 가면 더 세지고, 그 뒤로는 갑자기 한 번 꺼지는 것처럼 느껴졌어. 마치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공기가 갈리는 것 같았지.
처음엔 바닥 배수구 근처에서 나는 악취겠거니 했어. 관리실에서도 “조금씩 올라올 때가 있어요” 같은 말은 한 적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건, 배수구가 있는 통로 쪽을 확인해도 딱 거기만큼은 아니야. 배수구 근처는 그저 축축한 정도인데, 냄새는 그보다 한 발짝 옆에서 더 강하게 올라왔어.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냄새가 따라오듯 진해지더라.
그리고 그때, 지하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아주 짧은 잡음이 한 번 났어. 경보음도 아니고 방송도 아닌데, 누군가 볼륨 낮춰놓고 테스트하는 듯한 소리. 나는 무의식적으로 멈춰 섰고, 그 순간 냄새가 확 하고 “한 번 더” 가까워졌어. 발밑에서부터가 아니라, 옆 기둥 안쪽 공기에서 밀려오는 느낌이어서 등골이 서늘했어.
휴대폰을 켜서 화면 불빛으로 기둥 틈을 비춰보려 했는데, 그때 내 시야에 이상한 게 들어왔어. 벽에 기대어 있던 분리수거 라벨지 같은 게 바람도 없는 데 흔들리고 있었거든. 사실 지하주차장은 바람이 거의 없잖아. 그런데 그 라벨지는 마치 누가 아주 천천히 밀고 당기는 것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조금씩 이동했어.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고, 스스로도 “그냥 착각이겠지”라고 생각하려고 애썼어. 하지만 냄새는 계속 쌓였어. 차가운 공기가 아니라, 공기 속에 섞인 무언가가 내 호흡을 대신하는 것 같았거든. 그 냄새는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 더 또렷해져서, 목구멍 안쪽이 싸하게 굳어버리는 느낌이었어. 불쾌해서가 아니라, 너무 ‘정확하게’ 내 몸을 건드리는 향이라서 더 이상했어.
결국 나는 차로 돌아가려고 뒤돌았는데, 뒤쪽에서 누가 문을 여는 소리가 났어. 내 차가 있는 칸에서 “딸깍” 하고 잠금 해제되는 소리처럼. 근데 나는 내 차 리모컨을 누르지 않았어. 동시에, 아까부터 진해졌다 꺼지던 냄새의 흐름이 “내 차 쪽”으로 옮겨오는 게 느껴졌어. 그게 제일 소름이었어. 냄새가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감각은 분명히 방향을 읽었거든.
차 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알림도, 이상 소리도 없었는데 그냥 차 내부 공기가 달랐어. 겉은 멀쩡했는데, 실내 매트 위쪽에서부터 아주 얇게 올라오는 냄새가 있었고, 그 냄새는 아까 지하의 공기랑 똑같았어. 나는 순간적으로 소름이 올라와서 문을 닫고 다시 뒤를 봤는데, 아까 보이던 라벨지 흔들림은 멈춰 있었어. 대신 주차장 천장 쪽에서 아주 미세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그 뒤로 며칠 동안 나는 엘리베이터 타기 전에 지하 냄새를 먼저 맡게 됐어. 사람들은 “아랫집에서 음식 냄새가 올라오나?” 같은 농담을 했지만, 나는 그 냄새가 농담에 들어갈 종류가 아니라고 느꼈어. 언제나 지하주차장 차가운 공기 속에서, 냄새가 먼저 도착하고, 그 다음에야 뭔가가 따라오는 것 같았거든. 아직도 가끔 주차장 내려가는 길에 코끝이 먼저 차가워지면, 나는 내 차 문을 열기 전에 잠깐 멈춰 서게 돼. 누가 먼저인지, 내가 먼저인지—그 차이만은 지금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