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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접종 확인을 했는데 팔에 바코드가 없었다

2026-07-17 08:29:13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접종 확인을 했는데 팔에 바코드가 없었다. 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설마 내가 잘못 알았나?’였는데, 그날 이후로도 머릿속에서 계속 그 장면이 돌아가더라. 접종실 앞에서 대기하다가 간호사가 “확인만 하고 들어가세요”라고 말했을 때도, 별일 없겠지 싶었거든.

처음에는 그냥 평소처럼 스티커 붙이고 끝나는 줄 알았다. 접종 전에 신분 확인하고, 동의서 확인하고, 팔을 내밀라고 해서 상완 쪽을 보여줬는데 간호사가 내 팔뚝을 한 번 훑더니 조용히 손을 멈췄어. “어… 바코드 있어요?” 하고 묻는 톤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내가 못 본 건가 싶었다.

난 “바코드요? 그냥 스티커는 안 붙였던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했지. 그 순간 간호사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어. 웃긴 건, 그전까지는 안내 방송처럼 다정하게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질문이 오간 뒤로는 말이 짧아졌어. “잠깐만요. 다른 확인부터 할게요.”라고만 하고, 뒤쪽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대기실에 다시 앉으라는 건 아니었고, 그냥 내 이름이랑 접종차수를 다시 확인하더라. 접종 대상자 확인 시스템에서 뭔가를 몇 번 눌렀는지,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어. 그런데 그 화면을 보는 표정이 이상할 정도로 조심스러웠어. 마치 틀린 걸 봤는데도 아는 척하면 안 되는 사람처럼. 내가 “이상 있나요?”라고 묻자, 간호사는 “아뇨, 확인이 조금 더 필요해요”라고만 했어.

그때 옆자리에 있던 보호자 한 분이 속삭이듯 “원래 팔에 저렇게 붙여주던데…”라고 말했어. 나도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팔 안쪽 혹은 상완 쪽에 작은 흰색 바코드 스티커가 선명하게 붙어 있더라. 나만 없었고, 그게 더 신경 쓰였어. 혹시 내가 잘못 씻었나, 혹은 떨어졌나 싶어서 팔을 가까이 살펴봤는데, 남아 있는 흔적도 없었어. 완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간호사가 다시 다가와서 내 팔을 조금 더 가까이 보더니, “혹시 오늘 접종 전에 다른 데 들렀어요?”라고 물었어. 난 “아침에 회사에서 검사하고, 그 다음 여기 왔어요. 접수할 때도 바코드 받았다는 말은 없었는데요”라고 했지. 그러자 간호사는 잠깐 입을 다물고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데도 목소리를 낮춰 “오늘은 접종 확인 절차가 두 단계예요. 바코드가 없으면 시스템에 기록이 안 붙어요.”라고 말했어.

여기서부터는 솔직히 기억이 좀 끊긴 느낌이 있어. 간호사가 급하게 누군가를 호출했고, 나는 접종대 앞에 그대로 앉아 있었거든. 팔을 내밀라고 해서 내 상완을 가리고, 뭔가를 스캔하려는데 스캔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 발생했어. 화면에 “미등록” 비슷한 문구가 떴는지, 간호사가 짧게 한숨을 쉬고는 손에 쥔 기기를 다시 다른 쪽으로 돌렸어. 그리고 그때,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내 팔이 ‘기록을 못 찾는’ 것처럼 느껴졌어.

대기 중이던 사람이 “저 사람은 바코드가 왜 없지?”라는 식으로 흘끗 보던 눈빛이 있었고, 나도 왠지 변명부터 나올 것 같았어. 근데 그 변명 자체가 틀린 게, 난 정말로 접종 전 안내를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했거든. 간호사가 결국 상급자처럼 보이는 직원을 불러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돌아와서 “죄송한데, 접종은 지금 잠깐 보류할게요. 다른 확인이 필요합니다.”라고 했어. 그 말 한마디가 너무 평범한데,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더라.

잠깐 기다리는 동안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종이 팔찌를 보여줬는데, 거기에도 뭔가 바코드가 붙어 있었어. 나는 그 종이 팔찌는 받았는데, 팔에 붙이는 스티커는 없었지. 그 차이가 점점 크게 느껴졌어. “확인”을 한다는 게, 실제로는 누구를 확인하는 건지… 그 생각이 들었거든. 간호사가 다시 나타나서는 “방금 확인했어요. 기록은 이상이 없는데, 접종 전 단계에서 스티커가 누락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 그런데 누락이라는 단어가 이렇게까지 무섭게 들릴 줄 몰랐어.

마지막으로, 그날은 결국 접종을 했는지 안 했는지 정확히 단정하긴 어렵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내 팔에 바코드를 붙이는 순간이야. 간호사가 바코드 스티커를 조심스럽게 붙였고, 스캔기를 대는 동작이 유난히 느렸어. 붙인 뒤에는 ‘정상’처럼 화면이 바뀌는 게 보였거든. 그런데도 내 머리는 이상하게 멍했어. 팔에 무언가가 붙자마자 문제가 해결되는 느낌이 아니라, 그동안은 “내가 시스템에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는 느낌이 남았거든.

돌아가는 길에 손목시계를 보는데,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 뒤에서 확인 버튼을 계속 누르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문득, 그날 접종실에서 바코드 스티커를 받지 못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원래 붙어 있어야 하는 게 ‘없던 채로’ 들어간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지금도 병원 갈 때마다 내 팔 안쪽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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