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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히며 동시에 누가 ‘괜찮아요’라고 했다

2026-07-17 16:29:11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히며 동시에 누가 ‘괜찮아요’라고 했다. 그 말이 들린 건, 분명히 출입문이 완전히 붙기 직전이었는데도 이상하게 또렷해서, 나는 그 순간부터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달라진 것처럼 느꼈다.

퇴근하고 아파트 8층으로 올라가던 날이었어. 택배 상자 들고 버튼 눌렀고, 도착했을 때도 문이 바로 열리길래 “오늘은 빨리 오네” 싶었지. 그런데 막 들어가려는 찰나, 뒤에서 누가 한 발 늦게 들어오더라. 옷은 검은색이었고 얼굴은 잘 안 보였는데, 손만 먼저 보였어. 마치 급하게 뛰어온 사람처럼 손가락이 조금 떨린다 싶었어.

나는 “죄송합니다”도 안 하고 그냥 안쪽 자리로 들어섰고, 그 사람은 버튼 쪽에 서서 자신의 층을 누른 줄 알았어. 근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기도 전에,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똑같은 타이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요.’ 누군가가 나한테 하는 말처럼 들렸거든. 이상하지, 내가 누굴 막은 것도 아닌데.

“네?” 하고 되묻기도 전에 엘리베이터가 출발했어. 출입문은 완전히 닫혔고, 그 사람은 가만히 버튼을 보고 있었는데 표정이 안 보여. 거울처럼 반사되는 스테인리스 벽에 비친 모습이 흐릿했는데, 그 흐림이 더 무섭더라. 누가 거기 없는데도, 누가 거기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괜찮아요’라고 말한 사람의 위치가 어딘지 자꾸 착각이 났어. 내 바로 뒤인지, 내 앞인지, 혹은 천장 스피커 쪽인지.

엘리베이터는 7층에서 잠깐 멈췄다 열리지도 않고, 경고음 같은 작은 삑 소리만 났어. 그때 그 사람이 한 번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는데, 마치 오래 참았다는 느낌이었어. 나는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층을 확인하려고 버튼을 봤는데, 내 8층 버튼이 켜져 있지 않았어. 나는 분명 8층을 눌렀거든. 설마 내가 손이 떨려서 잘못 눌렀나 싶었는데, 그 순간 배면에서 또 작은 목소리가 들렸어. “괜찮아요.” 이번엔 거의 속삭이듯이, 내 귀에 닿을 만큼 가까웠어.

그 사람이 다시 말했나? 싶어서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었어. 나는 정말로 돌아봤어. 문 옆에 비치는 흔들림까지 다 봤고, 스테인리스 표면에 남는 잔상도 확인했는데도.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의 형태가 없더라. 대신 내 옆에는, 아주 가까이에 서 있던 것처럼 상자 모서리만 살짝 젖혀져 있었고, 엘리베이터 바닥에는 누군가가 흘리고 간 것 같은 물기 자국이 얇게 퍼져 있었어.

그 다음부터는 시간이 느려졌어.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움직였는데,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오듯 잡음이 스쳐갔고, 화면은 층수를 멈칫거리며 바뀌었어. 7층, 6층, 7층…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가 갑자기 8층에서 딱 멈추더라. 문이 열릴 때 나는 내 발이 안쪽으로 굳는 느낌을 받았어. 복도는 평소랑 똑같았는데, 누구도 나올 기미가 없고, 바닥은 조용히 정돈된 느낌이라 더 이상했어.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바로 복도로 나가서 관리실 쪽을 보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 안쪽이 내 눈에는 조금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았어. 뒤를 돌아봤을 때, 엘리베이터 칸은 비어 있었고 버튼 패널은 정상적으로 보였거든. 그런데 거울처럼 반사되는 벽면에, 누가 서 있었던 자리쯤에 얇은 김 서린 자국이 생겨 있었어. 마치 누군가가 숨을 쉬며 “여기”라고 표시라도 해둔 것처럼, 희미한 타원형. 그 위쪽에 아주 작은 글씨가 긁혀 있었는데, 나는 바로 못 읽었어. 손을 가까이 대고 확인하려고 하니까, 글씨가 안 보이고 김 서린 자국만 더 번져버리더라.

그날 이후로도 그 엘리베이터는 자주 탔는데, 이상하게도 ‘괜찮아요’라는 말만큼은 매번 비슷한 타이밍에 들려. 문이 닫히기 직전, 누가 숨을 고르는 순간처럼. 어떤 날은 내 뒤에서, 어떤 날은 스피커에서. 그리고 나는 계속 같은 생각을 하게 돼. 그 말이 내게 하려던 건지, 아니면 누군가 다른 누군가에게 “다 괜찮아”라고 확인해주는 건지. 엘리베이터는 늘 정직하게 위로 올라가는데, 이상하게도 그 문이 닫히는 1초 동안만은, 내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이 먼저 닫히는 것 같거든.

그래서 가끔은 8층 버튼을 누르기 전에 멈칫해. ‘괜찮아요’가 먼저 나오면, 나는 괜히 늦을까 봐 더 빨리 들어가게 되더라고. 그런데 그날 이후로, 내가 버튼을 제대로 눌렀는지보다도 내가 먼저 괜찮아졌는지를 확인하게 돼. 문이 닫히는 소리 다음에 들려오는 그 말이, 나를 안심시키는 건지 아니면… 이미 누군가를 대신해버린 건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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