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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 요청을 안 했는데 ‘기사 도착’ 문자가 먼저 왔다

2026-07-18 04:29:11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대행 요청을 안 했는데 ‘기사 도착’ 문자가 먼저 왔다. 그 문자가 뜬 건 평소처럼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토요일 새벽, 잠결에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확인한 뒤였다. 앱 알림처럼 보이는데, 배달 앱은 물론이고 최근 주문 내역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화면엔 딱 그 문구가 떠 있었고, 바로 아래엔 “기사 도착까지 1분”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내 폰이 장난친 줄 알았다. 요즘은 광고성 푸시도 많고, 예전에 써둔 배달 주소가 남아 있으면 뭔가 꼬일 때가 있다고들 하잖아. 그래서 “누가 잘못 시켰나 보다” 하고 넘기려는데, 문제는 그 뒤였다. 문자가 두 번 더 연달아 왔다. 30초 남았다는 말, 그리고 마지막엔 “기사 도착했습니다. 출입문 확인 부탁드립니다.” 같은 문장이었다.

나는 그 시간에 창문도 닫혀 있었고, 집에는 나 혼자였다. 새벽이라 택배기사도 안 오고, 배달은 더더욱 없을 시간. 그래도 혹시 몰라서 현관 쪽으로 가 문을 보려는데, 복도 조명이 희미하게 깜빡거렸고 초인종 버튼은 눌리지 않은 상태였다. 문틈으로는 바람이 한 번 스쳤는데, 그게 배달 가방에서 나는 플라스틱 냄새랑 비슷하게 느껴져서 더 이상했다.

잠깐 멈칫하는데, 휴대폰이 또 울렸다. 이번엔 문자 알림이 아니라 앱에서 온 “기사님이 연락을 시도 중입니다”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연락할 사람도 없었고, 통화 연결 버튼을 눌러도 상대가 있는지부터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불안해서 전화 버튼을 누르자 바로 연결이 됐는데, 통화 상대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대신 아주 멀리서 문을 여는 소리 같은 잡음만 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끊겼다.

그제야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우리 집은 자동문이 아니라 손으로 여는 문인데, 누군가가 문을 열려고 하면 최소한 철컥 하는 소리가 나야 한다. 그런데 소리는 내 쪽에서 들리지 않았고, 마치 반대편 복도에서 누가 뭔가 확인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얼른 발코니 쪽 커튼을 제끼지 않았다. 대신 문고리를 잡고 귀를 문에 붙였다. 그러자 아주 조용히, 누군가가 현관문 앞에서 서성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혹시 잘못 온 건가요?”라고 말하면 확인이 될 것 같아서, 나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기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그 순간, 문자 화면에 다시 알림이 떠 있었다. “기사님이 잠시 대기합니다. 고객님께서 문 앞 수령 부탁드립니다.” 문자를 읽는 순간, 너무 뜬금없이도 내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나는 배달 앱에 실명으로 쓰는 편이긴 한데, 문제는 주문한 적이 없는데도 그 정보가 그대로 쓰이고 있었다는 거였다.

나는 그때부터 이상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계정을 훔쳐서 주소를 등록했나, 누군가 우리 건물 복도에 접근할 수 있나. 하지만 내가 이 동네에서 배달을 자주 받는 편이라도, “새벽에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는데 도착 안내가 먼저 온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됐다. 그렇다고 경찰에 전화하기엔 너무 애매했다. 괜히 소문만 내는 꼴이 될 것 같아서, 나는 대신 조용히 휴대폰을 붙잡고 앱의 주문 추적 화면을 눌렀다.

그 화면은 이상하게도 새 주문이 아니라, ‘진행 중’이라고만 표시돼 있었다. 지도는 로딩 중이었고, 배달 기사 사진은 없었다. 대신 “기사님과 연락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만 반복됐다. 그리고 진짜 소름은, 내 위치를 중심으로 점이 찍혀 있었는데 그 점이 우리 집 문이 아니라 건물의 계단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거였다. 계단은 공동 출입구로 이어지는 곳이라, 내가 현관에서 안 움직여도 누군가 그 근처에 있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문 앞에서 한동안 아무 소리도 없더니, 갑자기 아주 짧게 ‘띵’ 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그런데 초인종을 누르는 손길이 ‘정확히’ 문 앞에서 나는 소리였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앱의 알림처럼 작동시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바로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다시 문자를 확인했는데, 이번엔 “고객님이 수령을 확인하지 않으셔서 재시도합니다”라는 문장이 떴다. 그 재시도 시간도 1분 단위로 딱딱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날 새벽 내내 이어지던 알림이 한 번에 끝났다. 화면엔 주문이 취소됐다는 안내가 뜨고, 곧이어 “감사합니다. 안전한 배송이었습니다.” 같은 문장과 함께 조용해졌다.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앉아 있다가 아침이 됐을 때야 베란다에서 복도를 확인했다. 특별히 아무도 없었고, 누가 물건을 두고 간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현관문 손잡이는 차갑고, 문틈엔 아주 약하게 누군가가 잠깐 숨을 쉬고 간 것 같은 습기 냄새가 남아 있었다. 주문은 없었는데, 내 폰만 먼저 도착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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