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기사가 내 휴대폰 알람 소리를 따라 흉내 냈어
택시에서 기사가 내 휴대폰 알람 소리를 따라 흉내 냈어. 처음엔 그냥 장난인 줄 알았는데, 내 폰에서 울리던 멜로디랑 박자, 심지어 내가 설정해 둔 알람의 “끊기는 타이밍”까지 너무 똑같아서 순간 숨이 멎더라.
그날 밤, 비가 조금씩 내리던 시간에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어. 기사 아저씨는 말수가 많지 않았고, 기사석 뒤로는 형광등이 깜빡이는 느낌이었어. 나는 뒷좌석에 앉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알람을 확인했지. 어차피 몇 분 뒤에 중요한 일정이라, 일부러 큰 소리로 맞춰둔 상태였거든.
출발하고 나서 한 1~2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기사님이 라디오도 아닌데 혼잣말처럼 “따다다—뚜, 따다다—뚜” 하고 흉내를 내기 시작했어. 처음엔 내가 방금 본 알람 소리랑 비슷한 멜로디가 들려서 착각인가 했는데, 그 멜로디가 내 폰 알람이랑 같은 음역이었고, 특히 마지막에 짧게 끊기는 부분이 똑같았어.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다시 봤어. 당연히 아직 알람 시간은 아니었고, 화면도 잠금 상태라 소리 재생 중인 건 없었거든. 그런데도 택시 안에서 들리는 그 리듬은 계속 이어졌고, 아저씨는 내 폰을 보지도 않는데 계속 정확히 맞추더라. 마치 누가 스피커로 틀어놓은 것처럼, 아니면 귀로 듣고 그대로 흉내내는 것처럼.
나는 괜히 예민해졌나 싶어서, 그냥 태연한 척 창밖만 봤어. 근데 그 순간 아저씨가 내 쪽으로 시선을 잠깐 던졌는데, 그 눈빛이 “알고 있지?”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때부터 소름이 확 올라왔어. 내가 알람 소리를 설정할 때 쓰는 멜로디가 흔한 기본값이 아니거든. 인터넷에서 누가 추천해 준 걸로 바꿔놨고, 친구들도 잘 모르는 곡이었어.
내가 더 신경 쓰이게 된 건, 흉내를 내는 방식이 단순히 따라하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야. 중간에 딱 내가 폰에서 진동을 끄기 전 설정해 둔 “약간 늦게 들어가는 첫 음” 그 타이밍까지 맞췄어. 그리고 알람이 울리면 보통 화면에 남는 ‘시간 표시’ 같은 게 자동으로 깜빡이잖아. 그런데 아저씨 흉내도 매번 그 깜빡이 순간에 맞춰서 “딱 끊겼다가 다시 시작”했어.
순간 나도 모르게 폰을 켰는데, 알람 시간은 아직 3~4분 남아 있었어.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볼륨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손끝이 떨려서 화면이 몇 번이나 제대로 안 눌렸지. 그때 아저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서 도로 옆 가로등 아래로 차를 세우는 것처럼 움직였어. 안전상 이유로 신호라도 걸린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차는 바로 멈추지 않았고, 그냥 ‘멈춘 것처럼’ 잠깐 흔들렸어.
그리고 그 짧은 흔들림 사이에, 아저씨가 흉내를 멈췄다가 딱 한 번만 더 같은 소리를 냈어. 그 다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운전대만 붙잡고 다시 도로를 달렸지. 나는 그 순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보고 있는 건가?” 싶었어. 택시에 타면 내 폰 화면이 보일 수 있는 각도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아저씨가 내 폰을 직접 건드릴 방법은 없어 보였거든.
집에 거의 다 도착할 때쯤, 나는 아예 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꿨어. 그리고 알람 소리도 바로 기본 멜로디로 바꿨지. 혹시 내 폰이 뭔가 이상해서 자동으로 소리를 흘리거나, 블루투스랑 엮이는 문제인가 싶어서. 근데 다음 날에도 그 멜로디로 다시 설정해보긴 했는데, 이상한 건 계속 남아있어. 그때 이후로는 어떤 택시든 기사님이 내 멜로디를 맞추는지 귀가 먼저 반응하더라. 괜히 음악 소리만 들어도 뒤통수가 찌릿한 느낌이 생겼고.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그 흉내가 단순한 장난일 수는 있어. 하지만 왜 하필 그 멜로디였고, 왜 알람이 끊기는 타이밍까지 똑같았는지, 왜 아저씨가 내 쪽을 확인하듯 쳐다봤는지…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돼. 무엇보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이미 그 사람이 먼저 “내가 듣게 될 소리”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 무섭더라. 그래서 그날 밤을 떠올릴 때마다, 아직도 택시 안 전조등 깜빡이는 느낌이 손끝에 남아 있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