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어딘가에서 내 키와 같은 소리가 울렸다
지하주차장 어딘가에서 내 키와 같은 소리가 울렸다. 진짜로, 정확히 “딸깍” 하고 문 잠금 풀릴 때 나는 그 리듬이랑 똑같았어. 근데 그날은 내가 차 문도 열지 않았고, 차도 아직 시동을 안 걸었고, 나는 엘리베이터 버튼만 누른 상태였거든.
퇴근하고 건물 1층 로비에서부터 이상했어. 사람들 말소리는 들리는데, 발걸음 소리만 유난히 둔탁하게 눌려서 들어왔달까.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마자 공기가 차가워졌고, 형광등이 깜빡이진 않는데도 시선이 자꾸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어. 그때였어. 내 차 근처는 아니고, 주차장 통로 어딘가에서 딸깍 소리가 났지.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지하주차장은 워낙 바람이랑 소리 반사가 심하니까, 누가 키를 돌렸거나 리모컨을 눌렀겠거니 했어. 그런데 딸깍 소리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어. 두 번, 세 번 연달아 나는데, 간격이 내 습관이랑 비슷했어. 내가 차를 잠글 때는 습관적으로 한 박자 쉬고 다시 한 번 확인하잖아. 그 리듬이 그대로였어.
나는 일부러 뒤를 돌아봤어. 근데 시야가 이상했어. 차들 사이가 텅 비어 보이는데, 유리창이나 반사면에 누군가 서 있는 것처럼 비치는 각도가 계속 달라지는 거야. “아, 저기 누가 차에서 내리는 거구나” 싶다가도, 그 자리에 있던 그림자가 어느 순간부터는 내 쪽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빨리 걸었어. 차키를 손에 쥐고, 주머니 속 금속 마찰 소리까지 크게 들리게.
통로 끝까지 가는데, 이번엔 소리가 내 키랑 같은 온도로 울렸다고 해야 하나. 키를 손바닥에 쥐었을 때 나는 금속 감촉이랑 비슷한 느낌으로 “딸깍”이 들렸어. 그리고 소리의 방향이 내 뒤에서 옆으로, 다시 앞쪽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느껴졌지. 분명히 발자국은 없었는데도, 내 귀만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어.
차 앞에 도착했을 때는 솔직히 웃음이 나왔어. “하… 누가 장난하나” 싶어서. 손을 들어 리모컨을 누르려는 순간, 내 차 번호판 아래쪽에서 아주 작은 진동이 느껴졌어. 마치 누가 차키를 바닥에 살짝 톡 건드린 것처럼. 나는 차문을 열어젖히지 않고 잠깐 멈췄어. 근데 그때, 바로 옆 주차칸의 차량에서 시동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번 딸깍이 났어. 내 키 소리랑 똑같이.
나는 그 차를 쳐다봤어. 옆 차량은 내 차랑 같은 차종이고 색도 비슷했는데, 그 차는 평소에 잠깐씩만 보였거든. 직원 주차칸이라고 들었는데, 그날은 누가 거기 차를 대놓고 간 건지 몰랐어. 그런데 시동 소리는 들리는데 운전석 쪽에는 아무도 없었어. 창문은 올라가 있었고, 와이퍼가 한 번도 안 움직였는데도 차 내부가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고, 딸깍 소리는 그 차 주변에서만 반복됐어.
이제 진짜로 식은땀이 났어.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꺼내려 했는데, 화면이 안 켜지더라. 지하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다른 앱은 켜지는데 카메라만 계속 실패했어. 렌즈가 더럽혀진 것도 아닌데 “촬영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같은 말만 반복됐지. 그 사이에도 딸깍 소리는 멈추지 않았어. 한 번 누르면 한 번 울리고, 내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다음 딸깍이 따라오는 것 같아서, 숨조차 억지로 조절하게 되더라.
결국 나는 차키를 손에 쥔 채로,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뒤로 물러섰어.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통로 끝이 더 멀어져 보였어. 걸을 때마다 형광등의 깜빡임이 없는데도 눈이 피로해졌고, 등 뒤에서 “키를 돌리는” 미세한 금속 소리가 계속 들렸어.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돌아보면 그 소리가 멈출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봤지.
근데 아무도 없었어. 대신 내 시야 앞,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처럼 보이는 작은 반짝임이 있었는데 그게 내 차키 모양이랑 너무 똑같았어. 내가 분명히 가지고 있던 키가 어딘가에 있었던 게 아니라, “그 소리”가 내 모양을 먼저 떠올려 만들어낸 것처럼.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고, 그때 딸깍 소리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더니, 바로 내 손 안에서 키가 돌아가는 감각이 동시에 왔어. 나는 그제야 깨달았어. 누군가가 내 키를 잡은 게 아니라, 내가 내 키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소리가 완성되는 거였다는 걸. 그날 이후로 지하주차장만 지나가면, 내 손바닥이 먼저 차가워져. 마치 아직도 딸깍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