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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뒤뜰에서 누가 젖은 발자국을 끌고 갔다

2026-07-19 08:29:10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뒤뜰에서 누가 젖은 발자국을 끌고 갔다. 그날 새벽, 나는 화장실 가려고 거실 창문을 슬쩍 열었는데 바람이 아니라 물기 섞인 냄새가 먼저 들어왔어. 마당 쪽 어둠이 조금씩 정리되면서, 바닥에 뭔가가 끌린 듯한 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더라. 발자국이라고 하기엔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젖은 것처럼 번들거렸어.

처음엔 비가 다녀간 줄 알았지. 우리 집 뒤뜰은 배수로가 좀 막히는 편이라 장마철엔 물이 고일 때가 있거든. 근데 그날은 구름도 없었고, 새벽에 비 소리도 없었어. 자국은 마당 가운데에서 시작해서 창고 뒤쪽으로 이어졌는데, 끌린 듯한 흐름이 발 앞부분보다 뒤쪽에서 더 진하게 남아 있었어.

난 괜히 무서워서 더 확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그 자국이 계속 내 쪽을 향하는 느낌이 들었어. 시골집은 밤이면 소리도 다르게 들려서, 작은 것 하나도 크게 번져. 그래서 대충 양말 신고 나가서 창고 쪽을 봤는데, 바닥에 보이는 게 전부였고 누군가가 서 있는 흔적은 없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자국 주변이 차갑게 느껴졌어. 손등만 대도 금방 식는 느낌.

창고 문은 원래 잠가두는데, 그날은 잠금쇠가 살짝 걸려 있던 상태였어. 내가 어제 분명히 끝까지 닫았는데, 지금 보니 한 칸 정도 헐거웠지. 혹시 누가 장난친 건가 싶어서 마당 끝까지 둘러봤는데, 뭔가 묻어 있는 듯한 흔적이 더 있었어. 젖은 발자국이 바닥에서 끝나지 않고, 창고 아래 틈으로 이어져 있었거든. 누가 일부러 끌고 지나간 것처럼.

그 순간, 창고 안에서 정말 작은 소리가 났어. “사각… 사각…” 하고 바닥을 긁는 소리 같은데, 바람에도 그렇게 날 것 같진 않아. 나는 문을 열고 싶지 않았지만, 궁금함이 공포보다 먼저 올라오더라. 문고리를 잡는 순간 손바닥에 물기가 닿았어. 분명 밖은 습하지 않았는데, 금속이 차갑고 축축했어.

문을 반쯤 열었을 때, 냄새가 확 들어왔어. 흙 냄새와 오래 젖어 있던 천 냄새 같은 게 섞여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비 냄새랑은 달랐어. 그리고 창고 안 바닥에 또 다른 자국이 있었지. 아까 마당에서 이어지던 길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와서, 물건 더미 옆까지 휘어져 있었어. 그 자국은 이번엔 끌린 방향이 확실했어. 마치 무게가 있는 걸 끌고 간 것처럼.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는데, 그때 창고 바깥쪽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났어. 누가 뒤뜰의 모서리에서 작은 돌을 건드린 것 같은 소리. 바로 다음엔, 젖은 걸 끌고 가는 듯한 소리가 다시 났어.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소리가 창고 안에서 나는 게 아니라 집 바깥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들렸다는 거야. 즉, 누군가가 창고를 피해가면서 마당을 한 바퀴 도는 느낌.

내가 숨을 삼키는 동안, 자국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 어두운 바닥인데도, 젖은 부분만 유난히 드러나는 것 같았거든. 뒤뜰로 이어진 길이 점점 길어지면서, 아까 끝났던 자리에서부터 창문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어. 난 그제야 깨달았어. 누군가가 ‘그냥 지나간’ 게 아니라, 어딘가를 확인하듯 집 주변을 돌아가고 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아예 불을 켜고 현관으로 나가서 문을 잠그고, 창고 문은 끝까지 닫은 다음 겨우 다시 잠들었어. 아침이 되자 자국은 사라져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바닥에 남은 자국처럼 보일 만한 물기도 없었어. 다만 창고 안 바닥에 있던 일부 물건들이 젖은 채로 옆으로 밀려 있었고, 그 젖은 부분만 손대면 먼지가 들러붙듯 끈적했어.

그날 이후로 비 오는 날이 아니어도 가끔 새벽에 물기 없는 냄새가 먼저 올라와. 그리고 뒤뜰을 한 번씩 보면, 누가 끌고 간 것처럼 정돈되지 않은 바닥 결이 아주 조금씩 바뀌어 있어. 물론 매번은 아니고, 누가 봤을 때만 장난처럼 사라지는 것 같아. 지금도 가끔 창고 문틈에 손을 대고 싶어지는데,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등 뒤가 서늘해져. 젖은 발자국이 사라진 자리는 늘 깨끗한데, 왜인지 그 자리가 마당의 어둠보다 더 어둡게 느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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