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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 발자국 소리가 먼저 들리고 뒤늦게 따라왔다

2026-07-19 12:29:11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내 발자국 소리가 먼저 들리고 뒤늦게 따라왔다.

그날도 평소처럼 건물 3층에서 택배를 받고, 비밀번호 누르고 버튼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기분이 좀 이상했는데, 내가 내는 소리보다 한 박자 빠르게 “딱, 딱” 하는 발자국이 안쪽에서 먼저 들렸다. 분명 내가 먼저 계단에서 옮겨온 것도 아니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 혼자였거든.

처음엔 기계음 착각인가 했어. 그래도 소리가 너무 또렷했어. 내 신발 밑창이 바닥에 닿는 리듬이랑 맞물리는 느낌이라, 괜히 고개를 숙여서 바닥을 봤다. 그런데 거울처럼 비친 반사도 없고, 카메라가 달린 면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숨을 멈췄고, 그 순간 발자국 소리도 멈췄다. 다시 숨을 내쉬자마자 소리도 다시 시작됐는데, 그게 너무… 따라온다는 느낌이었어.

엘리베이터는 5층쯤에서 멈칫하더니 다시 출발했다. 그 사이에 나는 버튼을 눌렀는데, 문구가 안 보일 정도로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손바닥에 땀이 차면서, 소리가 “내 뒤에서” 나는 것처럼 방향성이 생겼어. 평소엔 소리가 그냥 주변에서 퍼지는데, 그땐 내 등이 먼저 감각을 받는 것 같았다. 속으로 “장난 아니지?” 하고 중얼거렸는데, 내가 말한 소리는 바로 들리고 발자국은 또 한 박자 늦게 들렸다.

문이 열리기 직전, 엘리베이터가 아주 잠깐 늦게 움직였다. 그 사이에 나는 타이밍을 확인하려고 일부러 천천히 한 발을 옮겼다. 발자국은 내 발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딱” 하고 찍혔다. 그리고 내가 발을 실제로 옮겼을 때, 그 소리가 뒤늦게 따라왔다. 마치 누가 내 걸음을 예측해서 먼저 재생해놓고, 실제 움직임을 보고 그에 맞춰 다시 늦게 출력하는 느낌.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더 무서웠다.

5층 문이 열렸을 때, 복도는 평소처럼 조용했다. 복도 끝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바닥에 길게 늘어져 있었고, 관리실 쪽 형광등은 깜빡이지 않았다. 나는 어깨를 움츠린 채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내 뒤에서 따라오던 “딱, 딱” 소리는 문이 닫힐 때까지도 계속 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밖으로 걸어나간 뒤에는 소리가 한 번도 내 발자국과 겹치지 않았다. 내 발은 복도 소리를 내는데, 방금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리던 리듬은 마치 같은 공간에 갇혀 있는 것처럼 거기에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바로 관리실에 가서 물어보려다가, 말이 헛나갈 것 같아서 그냥 그날은 집에만 갔다. 집에 와서 문 닫고 나서도 계속 그 리듬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는데, 신발을 벗는 순간에 또 한 박자 늦게 “툭” 하고 들리는 착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이상하게, 내가 혼자 있는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 내겠더라. 걸을 때마다 혹시 내 소리가 먼저 튀어나가고 뒤늦게 다시 따라오는 거 아닌가 계속 귀를 기울였어.

며칠 뒤, 같은 건물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어. 이번엔 일부러 휴대폰 화면을 끄고, 소리에 집중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딱” 하는 작은 잡음이 한 번 들렸고, 그다음에 내 발을 디뎠을 때는 발자국이 딱 맞게 따라왔다. 안심하려는 찰나, 문이 닫히고 켜져 있던 층 표시등이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움직였다. 그 짧은 정지 동안에, 또다시 내 발자국 소리가 앞서 찍히는 느낌이 왔다. 딱 한 번. 그리고 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에서 내 걸음이 유난히 크게 들릴 때가 있어. 물론 모든 게 착각일 수는 있지. 근데 이상한 건, 내가 일부러 걸음을 멈추면 그 “앞서 들리던” 소리도 멈추다가, 문이 열리고 내가 밖으로 나가면 그제야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야. 아직도 계단 내려갈 때는 괜히 뒤를 한 번씩 돌아보게 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내가 먼저 내 소리를 내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먼저 내 소리를 만들어놓고, 내가 그 뒤를 따라가는 건지… 그 차이가 자꾸만 흐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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