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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산 매트리스 커버에서 오래된 향이 배어 나왔다

2026-07-19 16:29:13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산 매트리스 커버에서 오래된 향이 배어 나왔다. 처음엔 그냥 헷갈릴 정도로 옅은 냄새였는데, 며칠 지나니까 그게 “오래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숨겨둔 것” 같은 방향으로 번져서, 지금도 가끔 그날 냉장고 문 열듯이 등골이 서늘해진다.

처음 거래는 평범했어. 동네 중고앱에서 매트리스 커버를 샀는데 상태는 깔끔하다고 했고 사진도 잘 나왔거든. 나는 원래 새 거 사려다 가격 때문에 그냥 커버만 먼저 맞추는 쪽이었고, 판매자는 “한 번 깔았다가 금방 치웠다”고 말했지. 냄새는 확인할 수 없으니까 그냥 도착하면 환기하고 세탁하면 되겠지, 그런 마음으로 결제했다.

택배 상자를 뜯고 커버를 펼쳤을 때, 딱 첫 느낌이 이상했어. 먼지나 곰팡이 같은 생활 냄새가 아니라, 어디선가 오래 맡아본 “향” 같은 게 났거든. 정확히는 비슷한 계열인데 형태가 없는 느낌. 향수는 아닌 것 같고, 섬유탈취제도 아닌데, 뭔가를 가리려다가 실패한 냄새랄까. 나는 일단 세탁망에 넣고 세탁을 돌리면서도 “원래 섬유에서 베어 나오는 향이겠지” 하고 넘겼다.

근데 세탁 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 물에 빨래한 다음에도 커버를 접어 서랍에 넣을 때마다, 손으로 가장자리를 만지면 다시 올라오는 냄새가 있었거든. 특히 햇볕 쬐고 말린 날 저녁에 침대에 다시 얹으니까, 그날 밤부터 냄새가 더 또렷해졌다. 머리맡에 닿는 쪽이 아니라, 커버 전체에 아주 얇게 깔린 것처럼. “어딘가에서 오래 눌어붙은 것” 같은 잔향이랄까.

나는 그냥 향이 남은 줄 알고, 추가로 섬유유연제 양을 줄이고 식초물 헹굼 같은 걸 해봤어. 그래도 달라지지 않았어.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냄새가 더 복잡해졌는데, 처음엔 한 가지 느낌이었다면 그 다음엔 여러 층이 생긴 것처럼 변하더라. 어떤 날엔 달콤한 쪽이 올라오다가, 어떤 날엔 시큼한 기분이 섞였고, 또 어떤 날엔 마치 젖은 종이를 말리는 것 같은 느낌이 뒤늦게 따라왔어.

그러다 내가 진짜 이상하다고 느낀 건, 냄새가 “내가 뭘 하느냐”에 반응한다는 걸 알았을 때야. 예를 들면 커버를 덮고 있다가 땀이 조금이라도 나면 냄새가 확 퍼졌다가, 환기시키고 완전히 식히면 다시 얇아졌어. 침대에서 일어나서 한동안 냄새가 천천히 빠지는 걸 보니까, 단순한 향이 아니라 열과 습도에 반응하는 어떤 잔류 물질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이거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확인하고 싶은데 확인하는 방법이 없어서 더 찜찜해졌지.

결국 나는 세탁을 더 강하게 하려고 커버를 뜯어 확인했어. 안쪽 봉제 라벨 근처에 박음질이 두 겹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 있더라. 그 안쪽 실밥 근처에서 아주 미세하게 다른 냄새가 났어. 손톱으로 살짝 건드렸을 때, 뭐가 묻었는지 확인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공기 중에서만 나는 냄새’가 아니라 커버 자체에 남아있는 냄새라는 걸 확신하게 됐어.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이걸 그냥 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었어.

판매자에게 연락했는데, 답이 늦고 말이 애매했어. “환기하면 괜찮을 거예요” “세탁하셨으면 됐을 텐데요” 이런 식. 내가 냄새가 점점 변한다고 구체적으로 말하자 그제야 “저희도 그런 냄새는 못 느꼈어요”라고만 했지. 교환이나 환불은 어렵다는 뉘앙스도 섞였고. 나는 처음엔 단순한 불만이 되는 게 싫어서 계속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그 말투가 왠지 ‘설명할 의지가 없다’는 쪽으로 들려서 더 답답했다.

며칠 뒤, 나는 결국 커버를 다시 세탁하고도 버리지 못해 베란다에 걸어놨어. 근데 이상하게도 밤이 되면 베란다 창문을 닫기 전까지는 냄새가 약하다가, 문을 닫는 순간부터 다시 올라오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라벨 부분을 기준으로 구석구석 확인하고, 냄새가 가장 잘 모이는 지점을 알아내려고 했어. 그런데 그때 아주 짧은 순간, 냄새 사이에 섞인 듯한 무언가가 떠올랐어. 사람 냄새라고 단정할 순 없는데, 누군가가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숨 쉬고, 땀과 열이 배어 들어간 느낌. 그게 ‘냄새의 성격’을 바꿔버린 것 같았어.

지금은 커버를 치워버렸고, 새 걸로 갈아탔어. 그래도 가끔 이불을 정리하다가 커버가 있던 자리를 눈으로 더듬게 되더라. 중고거래는 늘 감수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내 경험은 그냥 “사용감”이 아니라 “시간이 눌어붙은 흔적” 같았거든. 그 향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날 이후로 누군가가 버리고 간 물건을 펼칠 때마다 마음이 먼저 움츠러든다. 문득, 그 냄새가 완전히 사라진 건지, 아니면 내가 아직 내 코로 증거를 못 지운 건지—그게 제일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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