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벨을 누르지 않고 호출만 하고 갔어
배달기사님이 벨을 누르지 않고 호출만 하고 갔어. 진짜로 ‘문 앞’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안 하고, 그냥 호출 버튼만 연타하듯이 남겨두고 사라진 거야. 처음엔 바빠서 그랬겠거니 했는데, 그날 밤 내내 내가 뭘 놓친 건지 계속 생각나더라.
그날은 늦은 시간이라 택배도 배달도 다 조용할 때였어. 나는 현관 앞에 거실 불만 켜 둔 채로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고, 전화도 안 오길래 앱에서 배달 완료 뜨는 것만 봤지. 그리고 정확히 2분쯤 뒤에 초인종 알림이 울렸는데, 소리가 나긴 했어도 이상하게 짧았어. 벨 소리가 ‘띵’ 하고 바로 끊기고, 곧바로 앱에 “문 앞입니다”라고 뜨더라.
근데 문제는 내가 문 손잡이를 잡기 전까지는 아무도 문 앞에 없었단 말이야. 현관 쪽은 방음이 좀 잘돼서, 발자국 소리나 카드 찍는 소리 같은 것도 다 들렸거든. 그런데 그 순간엔 조용했어. 호출만 남기고 간 것 같은데, 앱에서 위치도 ‘도착’으로 찍혀 있으니 기사님이 실제로는 앞까지 왔다는 뜻이잖아.
나는 보통은 현관문 열기 전에 다시 확인하거든. 그날도 현관 쪽 창문으로 복도 쪽을 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모습만 보이고 사람이 사라졌더라. 복도등이 어두워서 얼굴은 잘 안 보였지만, 누가 손으로 뭔가를 누르는 동작은 분명히 봤어. 딱 초인종을 누르는 자세였는데, 정작 문 앞 벨은 거의 울리지 않았고 바로 알림만 남긴 느낌이었지.
그래서 나는 ‘혹시 다른 집에 잘못 온 거 아닌가’ 싶어서 조용히 문을 열고 복도를 확인했어. 현관 바닥에는 배달 음식 상자가 있어야 정상인데, 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기사님은 앱엔 완료로 찍어놨는데 물건이 없으니, 그럼 어디에 두고 간 거지? 관리실에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도, 그 시간엔 괜히 민망해서 그냥 다시 앱을 봤다.
앱에는 “문 앞에 보관 완료”라고 뜨는데, 지도는 내 주소에서 바로 끊겨 있었어. 그리고 화면 아래에 작은 메모가 하나 더 있었거든. “벨 안 누르셔서 잠깐만 호출할게요.” 이 문장이었는데, 나는 벨 안 눌렀다고? 내가 누른 적이 없는데? 그 말을 보자마자 등줄기가 서늘해졌어. 분명 초인종 호출은 내가 받은 거였거든. 그런데 앱 메모는 마치 내가 벨을 안 눌러서 기사님이 확인을 못 한 것처럼 적혀 있었어.
잠깐만, 하고 나는 그때부터 현관문 주변을 자세히 봤어. 문틈으로 비치는 복도 불빛이 평소랑 다르게 흔들리는 게 느껴졌고, 문 손잡이 쪽엔 아주 얇은 먼지 자국 같은 게 남아 있었어. 누구 손이 잠깐 닿았다가 바로 떨어진 것처럼, 손자국이라기보단 ‘잡았던’ 자국처럼 보였는데, 내가 문을 열기 전엔 그럴 일이 없었거든. 설마 내가 못 본 사이에, 누군가 문 앞에 물건을 두거나 확인을 하고 간 건가?
그래서 나는 곧장 다시 앱에 문의를 넣었어. “물건이 안 보입니다. 문 앞에 보관했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답변이 이상하게 빨랐어. 상담창엔 “기사님께 전달했습니다”라고 뜬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 옆에 두고 연락 드렸습니다”라는 내용이 올라왔지. 연락을 드렸다는 건 초인종 호출을 말하는 건지 알겠는데, 문제는 ‘현관문 옆’이 어디냐는 거야. 우리 집은 현관이 바로 벽이랑 맞닿아 있어서 문 옆에 둘 자리 자체가 없거든. 있던 거라곤 신발장 옆 좁은 공간인데, 그건 보통도 안에 걸려서 택배를 올려둘 수가 없어.
그제야 나는 창문으로 복도를 다시 봤고, 엘리베이터 앞 바닥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들었어. 그런데 그때, 정확히 내가 서 있는 현관 바깥쪽에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가 움직이는 게 보였어. 사람 그림자라기엔 너무 얇고, 바람에 옷자락이 흔들리는 정도도 아니었어. 마치 누가 문 앞을 가리고 서 있다가, 내가 문을 확인하는 타이밍에 잠깐 숨는 것 같은 느낌. 나는 숨을 삼키고 가만히 있었고, 한 10초쯤 뒤엔 다시 완전히 고요해졌어.
다음 날 관리실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침 그때 문 앞에 또 뭔가 알림이 떴어. 배달 앱이 아니라, 집 인터폰 화면이 켜지면서 “연결됨” 문구가 떠 있더라. 그리고 아주 짧게 화면이 깜빡이더니, 소리가 나지 않은 대신 ‘호출’만 남겼어. 그때부터 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 기사님이 벨을 누르지 않고 호출만 하고 갔던 게,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뭔가 확인하려고 습관처럼 남긴 행동이었을 가능성. 아니면 우리 집이 이미 누군가의 동선에 ‘다음 타깃’처럼 저장돼 있었던 건지.
지금도 그날 밤을 떠올리면, 초인종은 분명 울렸는데 왜 물건은 없었는지, 그리고 앱 메모는 왜 내 입장처럼 적혀 있었는지 계속 반복돼. 누가 일부러 문 앞을 비워둔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열린 문틈으로 놓친 게 있는 걸까. 확실한 답은 없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배달을 받으면 꼭 벨 소리부터 다시 확인하게 됐고, 밤엔 현관 앞이 너무 조용한 순간을 유난히 싫어하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