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회식에서 메뉴 추천하다가 별명 붙은 썰
회사 회식에서 메뉴 추천하다가 별명 붙은 썰, 그날 생각하면 아직도 웃기면서도 약간은 아찔해요. 보통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 풀려고 “이 집은 여기 시그니처가 맛있어요!” 같은 말 한마디씩 하잖아요. 저는 그날 유난히 자신만만했고, 문제는 그 자신감이 메뉴 추천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거예요.
장소는 팀장님이 잡아주셨고, 인원도 적당히 많아서 다들 “오랜만에 제대로 먹겠다” 모드였어요. 술은 천천히들 시작하셨는데, 저는 평소에 뭘 좋아하는지 티를 내는 편이라 메뉴판도 꼼꼼히 보면서 “저는 이거 좋아해요”를 앞에 세워서 말하더라고요. 다들 웃으면서 듣다가도 어느새 누가 봐도 제 차례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다들 무난했어요. “해산물 쪽 괜찮아요?” “고기 종류가 더 나을까요?” 이렇게 평범한 대화가 오가다가, 갑자기 제가 “여긴 메뉴가 딱 두 종류예요. 소스가 맛있는 메뉴랑 소스가 덜 묻는 메뉴.” 이런 말이 튀어나왔죠. 전 진짜로 맛 표현하려고 한 건데, 듣는 사람들이 ‘아 뭐야, 소스 전도사야?’ 같은 얼굴을 했어요.
그다음부터가 시작이었어요. 누가 “그럼 뭐 시켜요?”라고 묻자 저는 뭔가 사명감이 생겨서, 손가락으로 메뉴를 가리키면서 “이거요. 이건 소스랑 같이 먹으면 끝” “이건 소스가 핵심” “저는 소스가 없으면 여기서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같은 식으로 말이 계속 나왔어요. 웃긴 건 제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팀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거예요. 제가 아는 맛이 아니라 제 설명이 맛있었던 거죠.
문제는 그 설명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누가 중간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거예요. “아니 그 정도로 소스 강조할 일 있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술잔이 돌고, 누군가 계속 주문을 “그 사람 말대로”로 맞추고 있었어요. 결국 저희 테이블에는 제가 추천한 소스 라인이 거의 다 올라갔고, 다들 먹어보더니 “오 이거 진짜다” 하면서 더 몰아주기 시작했죠.
그때 한 대리가 슬쩍 제 별명을 만들 듯이 중얼거렸어요. “형, 소스 없으면 못 사는 거 아냐?” 그러고는 제 쪽을 보며 웃었고, 옆자리 직원이 바로 이어서 “그러면 이름은… 소스맨이다.”라고 딱 끊어 말했어요. 저는 “야 과한데”라고 하려다가 이미 분위기가 그쪽으로 굳어버린 상태라, 웃으면서도 얼어버렸던 기억이 나요. 아무도 제 말에 제동을 안 걸었거든요.
이름이 붙고 나서는 더 빨랐어요. 제가 물 한 잔 달라고 해도 “소스맨은 물도 따로 부어야 돼?” “형, 오늘 소스는 어디까지 허용해?” 같은 장난이 계속 나왔고, 심지어 메뉴판을 다시 보는데도 “소스맨 검증 필수”라고 하면서 누가 제 멘트를 기다리는 눈빛을 보내더라고요. 저도 그냥 장단 맞추면 되겠지 싶어서 “오늘은 소스의 날입니다” 같은 말로 받아쳤는데, 그게 또 별명이 길어지는 트리거가 됐어요.
저는 원래 회식에서 크게 말하는 타입은 아닌데, 그날은 메뉴를 고르는 순간마다 제 존재감이 커지는 느낌이었어요. 팀장님도 “야, 너 추천한 거 다 맛있네. 다음에도 너 시켜봐”라고 하시니까, 저는 더 이상 도망갈 수가 없었죠. 일단 먹는 건 다들 좋아해서 분위기는 최고였는데, 제 입장에서는 “나 이제 회사에서 소스맨으로 기록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나중에 계산하고 나가면서도 끝이 아니었어요. 나갈 때도 누가 “소스맨 다음 회식 때도 책임져”라고 하고, 어떤 직원은 단톡방에 짧게 “소스맨 등장”이라고 올렸대요. 그날 집에 가서도 댓글이 더 붙더니,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인사부터 달라져 있었어요. “어제 소스맨 잘 먹었어?” “소스맨 오늘은 뭐 먹고 싶어?” 이렇게요. 사람들 입에 붙으면 정말 빨리 굳는다는 걸 그때 처음 체감했어요.
그래도 돌이켜보면 결국 제가 한 말은 그냥 맛있게 먹고 싶었던 거고, 분위기를 살리려던 의도였는데 별명이 그걸 넘어가 버린 거더라고요. 저는 그 뒤로 메뉴 추천을 할 때 “소스가 맛있다”는 말을 조금만 줄이고, 대신 사진처럼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려고 해요. 가끔은 회식 때 제 쪽으로 시선이 모이면 마음이 긴장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날처럼 다들 웃는 얼굴을 보면… 소스맨이라는 이름이 나쁘기만 하진 않다고 느끼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