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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자리엔 없는데 내 이름표만 바뀌어 있었다

2026-07-20 08:29:13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내 자리엔 없는데 내 이름표만 바뀌어 있었다. 그날도 나는 아침 점호 끝나고 체감상 늘 하던 루틴대로 사물함 정리하고, 내무반 복도 끝 창문 앞까지 걸어가서 잠깐 숨 돌리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상했어. 우리 내무반 책상들은 다 똑같은 위치에 있고, 내 자리도 분명 있었거든. 근데 그날 아침엔 내 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이름표만은 말끔하게 새 걸로 달려 있었다.

처음엔 내가 깜빡했나 싶었다. 이름표라는 게 매번 똑같이 철제 받침에 걸어놓는 거라서, 누가 옮기면 금방 티가 났거든. 그런데 내 자리의 철제 받침에는 내 이름이 적힌 이름표가 있었고, 글씨는 같은데 색깔과 글씨체가 미묘하게 달랐다. 예전 이름표는 약간 누렇게 바랬는데, 새 이름표는 하얀 종이 느낌이 강했다. 나는 한 번 더 확인하려고 자리 주변을 둘러봤다. 내 개인 물건들, 예비군처럼 챙겨두는 작은 것들까지도 그대로여서 더 헷갈렸다.

“내가 오늘 아침에 이름표를 바꿨나?” 하고 중얼거리는데, 그 순간 내 눈이 사물함 손잡이 쪽으로 갔다. 사물함 키링이 평소랑 각도가 조금 달랐어. 누가 만지면 손의 힘이 남는다고 해야 하나, 걸리는 느낌이 달랐다. 바로 그때 누가 뒤에서 말 걸었는데, 취사장 다녀온 선임이더라. 선임은 아무렇지 않게 “야, 이름표 교체했냐?”라고 물었다. 나는 “아니요”라고 하니까, 선임이 웃으면서 “그럼 됐지. 어제 누가 전부 바꾸라더라”라고 툭 던지고 지나갔다.

근데 그날 내내 머리가 계속 그 부분을 붙잡고 있었어. 우리가 이름표 교체를 하는 건 보통 소대 단위로 방송을 하고, 누가 누구 명단대로 배부한 뒤에 각자 달게 하잖아. 그런데 나는 그런 방송을 못 들었고, 달아달라고 누가 내 앞에 온 적도 없었다. 게다가 내 자리엔 내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 날 아침부터 ‘내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 발을 디딜 때마다 내 자리 경계가 어긋나는 느낌이랄까. 웃긴 말인데, 진짜로 눈으로 보는 건데 손으로 만지면 다른 것 같았다.

점심 먹고 나서 나는 일부러 이름표를 떼서 철제 받침을 확인했다. 받침 위에 얇게 눌린 자국이 있었어. 분명 누군가가 비슷한 크기의 이름표를 자리에 잠깐 댔다가 떼어낸 흔적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자국을 따라가며 바닥 쪽까지 시선을 옮겼다. 내 자리 아래, 매트가 깔려 있는 그 모서리에서 먼지가 평소보다 얇게 긁힌 줄이 보였는데, 그게 누군가가 정리하다 급하게 움직인 흔적 같았다. 문제는 그 긁힌 방향이 내 사물함 쪽이 아니라, 바로 옆 기둥 방향으로 이어졌다는 거야.

그 옆 기둥에는 원래 전기선이 지나가는데, 거기엔 방수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거든. 군대에서 테이프는 그냥 붙이면 끝이 아니라, 누가 뜯어보면 자국이 남아. 그런데 그날 저 테이프는 가장자리가 살짝 들려 있었고,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아주 약간 퉁 하고 걸리는 느낌이 났다. 나는 급하게 만지진 않았어. 대신 저녁에 복도 청소 담당이 끝나고, 조심스럽게 기둥 주변을 닦다가 일부러 테이프 가장자리를 더듬어 봤다. 손끝에 묻은 건 먼지가 아니라, 종이를 뜯어낸 뒤 남은 새하얀 가루 같은 거였어.

그때부터는 솔직히 무서웠다. 상상은 쉽게 가지만 현실은 더 무섭잖아. 누가 테이프를 건드렸고, 이름표를 바꿨고, 내 자리 아래나 주변을 확인했다면—그건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 어려웠다. 나는 그날 밤, 자는 척하면서 내 옆 침상 사람들의 움직임을 봤다. 누가 내 이름표를 바꿀 수 있는 타이밍이 있는지, 누가 테이프 쪽을 만질 수 있는지. 그런데 그날도 딱히 눈에 띄는 행동은 없었어. 다들 피곤해서 고개 숙이고 자는 얼굴뿐이었고,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도 별것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 나는 다시 내 자리로 갔다. 그런데 이번엔 더 이상한 게 생겼어. 이름표는 그대로였는데, 철제 받침의 각도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다. 마치 누가 떼고 다시 걸었는데, 그 걸 때 방향을 딱 맞추지 못한 느낌. 그리고 내 자리 옆에 놓인 개인 가방 끈이, 내가 평소에 묶는 방식이랑 다른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그 끈을 풀어 다시 똑같이 묶어놨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누가 장난을 치는 거면, 오늘은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 생각이 끝나자마자,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누군가가 “야, 너 오늘 교육 일정 바뀐 거 확인해”라고 말했거든. 그 말투가 딱 내 선임들하고 비슷했는데, 문제는 그 순간부터 내 주변 공기가 확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교육 일정 확인을 하라는 말을 들었으면서도, 내 휴대폰엔 그런 문자도 없었고, 행정반에서 뭔가 공지가 뜬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름표는 여전히 새하얗고 또렷했다. 내 자리엔 없는데, 내 이름표만 바뀌어 있었다는 말이 그제야 이해되는 것 같았어. 누군가가 내 자리를 ‘나’로 대체해버린 거라면, 나는 내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취급될 수 있겠지.

그날 이후로 나는 이름표를 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꼼꼼히 확인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름표가 바뀌는 일은 더 이상 없었고, 내가 교육 일정에서 빠진 적도 없었어. 그래서 다들 “설마 네가 정신이 없었던 거 아냐?”라고 말했지. 근데 나는 안다. 그때 내 사물함 키링 각도가 왜 달랐는지, 테이프가 왜 들렸는지, 철제 받침 자국이 왜 누군가의 손길로 남아 있었는지. 아직도 가끔 내 자리를 지나갈 때, 철제 받침에 이름표가 걸려 있는 모서리 부분을 보면 등골이 서늘해져. 누군가는 분명히 내 자리에 손을 댄 적이 있는데, 그 손이 내 손이 아니었다는 사실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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