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무실 주차 스티커가 다른 숫자로 덮여 있었다
회사 사무실 주차 스티커가 다른 숫자로 덮여 있었다. 그게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친 거겠지 싶었는데, 그날부터 뭔가가 계속 제 자리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더라.
사건은 출근하고 나서 주차장 정산기 앞에서 시작됐어. 난 늘 전날 밤에 차량에 붙여두는 사무실 주차 스티커를 그대로 따라 붙이거든. 근데 그날은 시야에 걸린 게 하나 있었어. 내 스티커 맨 아래 숫자 중에 ‘3’이 원래대로라면 보여야 하는데, 그 자리에 검은 테이프 조각처럼 뭔가가 덮여 있었고, 그 위로 다른 숫자가 또렷하게 찍혀 있었어.
처음엔 운전석 쪽 유리 반사 때문에 착각한 줄 알았는데, 손으로 살짝 만져보니까 달라. 겉면이 새로 붙인 것처럼 매끈했거든. 테이프 끝이 들뜬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일부러 깔끔하게 덮어놓은 느낌. 그래서 나는 그냥 ‘아, 직원이 실수로 다른 거 붙였나 보다’ 하고 지나가려고 했어.
근데 그날따라 경비 아저씨가 유난히 오래 내 차를 보더라. 원래는 스티커만 대충 확인하고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분은 창문을 살짝 더 내리라고 하더니 숫자 부분을 유독 가리키는 거야.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 내가 바꿀 일이 없었거든. 스티커를 뜯어낼 마음도, 장난칠 이유도 없고.
나는 경비실로 가서 “이거 붙여둔 거 그대로였는데요”라고 말했어. 그러자 아저씨가 “다른 차 스티커랑 섞였던 것 같네. 관리실에 확인해봐”라고만 하고 바로 넘어가버렸어. 그 말이 오히려 더 찜찜했어. 섞였다기엔 너무 정확했거든. 내 숫자 중 하나가 특정한 방식으로 덮여 있고, 덮인 숫자도 ‘그냥 비슷한 다른 차량 번호’가 아니라, 사내에서 자주 들리는 특정 라인 번호였거든.
관리실에 연락하니까 담당자가 “주차권 발급은 우리가 전산으로 하고, 스티커 자체는 박스 단위로 봉인돼 있어요”라고 하더라. 말은 그럴싸한데, 그 순간 떠오른 게 있었어. 예전에 누군가가 “봉인은 있어도, 사람 손을 한번 타면 끝” 같은 말을 했던 기억. 그리고 우리 주차장은 CCTV가 많긴 한데, 출입구 바로 옆 구역은 각도가 애매해서 번호를 선명하게 못 잡는 시간이 있거든. 새벽 2~3시쯤, 누가 지나가면 스티커만 보면 알 수 있는 구간.
그날 오후, 나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내 스티커 사진을 찍어놨어. 근데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확인해보니까, 숫자 덮개가 한 번 더 정리돼 있었어. 처음엔 검은 테이프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더 얇고 균일하게 붙어 있었거든. 누군가가 다시 손대고 갔다는 뜻이잖아. 나는 그제야 장난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누가 일부러 ‘확인하러 오게’ 만들고 있는 건지, 아니면 누가 ‘나를 의심하게’ 만들려고 하는 건지.
그때부터 사소한 것들이 연달아 튀어나왔어. 사무실 책상 서랍 안에 넣어둔 키링이 하루만에 위치가 바뀌어 있었고, 내가 늘 같은 자리에서 쓰던 볼펜이 각도가 반대로 틀어져 있었어. 직접적으로 뭘 훔쳤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딱 “네가 보는 방향을 바꿔놓겠다”는 느낌. 그리고 주차 스티커 숫자 덮이는 일이 떠오르니까, 누군가가 내 일상을 작은 단서로 건드리고 있다는 게 너무 선명해졌어.
결국 나는 회의 때 운을 띄워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어. “주차 스티커 숫자 부분이 바뀐 것 같은데, 혹시 관리에서 실수 나온 건가요?”라고. 근데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라. 그중 한 사람이 웃으면서 “요즘 지하에서 장난치는 사람 있어요?”라고 했는데, 그 말투가 이상했어. 마치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내 질문을 받아넘기는 느낌. 질문을 던진 사람이 맞춰야 할 타이밍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달까.
며칠 뒤, 회사 단체 공지로 ‘주차 스티커 오류 발견 시 즉시 반납’ 같은 문구가 올라왔어. 내용은 짧았고, 정확히 어떤 오류인지도 안 적혀 있었지. 근데 그날 밤에 유독 천천히 퇴근하면서 주차장에 다시 잠깐 들렀거든. 내 차 옆에 누군가 차를 세우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들어가는 걸 알아차렸는지 바로 시동을 걸고 나가 버렸어. 떠나기 직전, 차창 너머로 스티커 숫자가 아주 잠깐 보였는데… 덮여 있던 숫자랑, 내가 처음 봤던 덮인 숫자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정리돼 있었어.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등줄기가 식어. ‘내가 바뀐 걸 봤다’는 사실 자체가 누군가한테는 기록이 되었을지 모르잖아. 회사 주차 스티커가 다른 숫자로 덮여 있었다는 걸, 나는 우연이라고 넘기지 못해. 왜냐면 그 숫자들은 계속 같은 자리에 있었고, 매번 누군가가 “다음엔 네가 더 빨리 알아챌 거야” 하고 맞춰놓는 것처럼 보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