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배달음식 봉투를 뜯었는데 포크가 아니라 젓가락이 없었다

2026-07-21 16:29:13 조회 2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음식 봉투를 뜯었는데 포크가 아니라 젓가락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같이 와야 하는 게 포크인데 포크는 온데간데없고, 이상하게 젓가락 칸도 비어 있었어. “뭐지, 누락인가?” 하고 넘기려다가, 그때부터 계속 찝찝함이 꼬리를 물더라.

그날은 야근하고 들어와서, 그냥 배고픈 마음에 대충 확인도 안 하고 봉투를 식탁에 올렸어. 스티커랑 봉합 상태는 멀쩡했고, 음식은 뜨끈하게 잘 도착했는데 문제는 반찬이 아니라 ‘도구’였어. 햄버그나 샐러드 같은 건 기본으로 포크나 스푼이 들어오잖아. 근데 내 봉투엔 포크가 없었고, 포크 대체로 젓가락이 들어가는 메뉴도 아니었는데도 젓가락 자리만 텅 비어 있었어.

처음엔 단순 실수겠지 싶어서 앱에서 “도구 누락”을 선택하고 문의를 넣었어. 사진도 찍었고, 봉투 안쪽 포장지에 적힌 구성품 표시가 있길래 그 부분도 캡처했지. 그런데 주문한 시간부터 이미 40분 넘게 지났는데도 답이 없더라. 알림은 계속 왔는데 “확인 중”만 반복되는 느낌. 뭐가 그렇게 확인이 오래 걸리는지, 그게 더 이상했어.

혼자 먹을 수는 있었지만, 그날 메뉴가 뜨거운 면류랑 소스가 많은 타입이라 젓가락 없이 포크로 집어먹는 게 편했거든. 결국 손으로 집어 먹다 보니 손가락이 끈적해지고, 소스가 여기저기 묻어서 더 짜증이 났어. 그러다 문득 봉투 바깥 포장에 손자국 같은 게 묻어 있는 걸 봤는데, 그게 기름인지 뭔지 애매했어. 살짝 만져봤더니 마른 기름처럼 닦여서 번지는 느낌이었어.

“누가 먼저 뜯었다가 다시 붙인 거 아닐까?”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데, 그 생각이 너무 싫어서 바로 밀어냈어. 어쨌든 음식은 잘 밀봉되어 있었고, 냄새도 이상하진 않았거든. 다만 마음 한구석에 ‘누락’이 아니라 ‘원래부터 없었던 것’ 같은 찝찝함이 남았어. 포크가 있어야 하는데 포크가 없고, 젓가락도 없고, 그 빈 칸이 너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말이지.

잠시 후, 배달원이 다시 문 앞에 오더라. “도구 드리러 왔습니다”라고 하면서 봉투를 하나 더 건네줬는데, 그 봉투는 아까 내가 받은 것과 재질이 달랐어. 얇고 하얀 비닐인데, 바깥에 쓰여 있는 로고가 조금 흐릿했고 봉인 스티커도 각이 덜 살아있었달까. 그래서 “방금 문의 넣었는데요, 이쪽이요?” 하니까 배달원이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바로 내려가 버리더라. 얼굴을 바로 못 봤어. 후드 모자에 눌러쓴 느낌이었고, 말수가 적었어.

나는 그 자리에서 도구 봉투를 뜯었는데, 거기에도 포크는 없었어. 대신 젓가락만 두 쌍 들어있었지. 근데 문제는, 젓가락이 ‘새 거’처럼 포장된 게 아니라, 안쪽 종이 포장도 살짝 눌린 상태로 들어있더라. 한 쌍은 뜯을 때 종이가 찢어져 있었고, 다른 한 쌍은 접힌 자리가 기름처럼 배어 보였어. “아, 이건 다른 주문에서 가져다 준 건가?” 싶었는데, 젓가락을 왜 내 주문에 넣었는지 납득이 안 됐어. 내 메뉴에 젓가락이 필요 없거든.

그래서 다시 앱에 문의를 넣으려다 말았어. 솔직히 귀찮기도 했고, 괜히 더 엮이면 일이 커질 것 같았거든. 그런데 그때부터 머리가 이상하게 돌기 시작했어. 아까 처음 봉투에서 빈 칸이 너무 ‘정리된’ 느낌이었잖아. 누락이라기보다, 누군가가 먼저 확인하고 ‘원래 없는 구성’처럼 만들려고 정리한 것 같은 느낌. 내가 손으로 음식 포장지를 만졌을 때도 어딘가에 미세하게 미끌거리는 자국이 남았고, 그 자국이 포크가 놓였을 자리 주변이랑 비슷하게 이어져 있었어.

결국 밤새 잠이 잘 안 왔어. 음식은 먹긴 했지만, 한 입 한 입이 자꾸 도구 생각으로 돌아가더라. 혹시 누가 내 주문을 잘못 받았다가 다시 바꾸는 과정에서 섞인 걸까. 혹시 배달 대행이나 가맹점 쪽에서 도구를 따로 챙기다가, 누군가가 다른 포장에 끼워 넣었을까. 그런데 “포크가 없어야 할 봉투에 포크가 없고, 젓가락도 없어야 할 봉투에 젓가락이 없었다가, 나중엔 젓가락만 왔다”는 흐름이 너무 이상했어. 실수라고 보기엔 순서가 너무 정확하고, 누락의 모양이 너무 깔끔했거든.

다음 날, 나는 결제를 취소하려다 그냥 정지하고 넘어갔어. 대신 배달 앱에서 그 가게 리뷰를 길게 남겼는데, 이상하게도 내 글만 “검토 중” 상태로 계속 묶이더라. 그 가게는 평점이 높았고, 사람들 후기는 대체로 친절하다는 말뿐이었는데, 내가 적은 건 도구 누락과 이상한 봉투 느낌이 전부였거든. 그날 이후로 포장 봉투 뜯을 때마다, 포크가 들어있어야 하는지, 젓가락이 들어있어야 하는지부터 먼저 확인하게 됐어. 봉투를 열기 전엔 몰랐던 게, 어느 순간부터는 딱 보이더라. 비어 있는 자리의 모양은, 생각보다 쉽게 눈에 남는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