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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뒷좌석을 확인하고 조용해졌어

2026-07-22 00:29:10 조회 1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내 뒷좌석을 기사님이 확인하고 나서, 이상하게도 그 뒤로는 내내 조용해졌어. 처음엔 그냥 손님이 좀 불편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날 이후로도 가끔 등골이 서늘해져서 이걸 꼭 적어두고 싶더라.

그날은 밤이었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었어. 나는 지하철역에서 택시를 잡아서 집 쪽으로 가고 있었고, 뒷좌석엔 내 가방이랑 물병 하나밖에 없었어. 기사님은 말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시동 걸고 출발할 때도 내 이름을 부르진 않았거든.

문제는 차가 한 번 꺾을 때였어. 도로가 약간 어두운 구간이었는데, 갑자기 기사님이 거울로 뒷좌석을 보더니 핸들을 잡은 손을 잠깐 멈추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는 “아, 여기… 잠깐만요.” 같은 말도 없이, 그냥 라디오를 끄고 창문 쪽을 한번 더 확인했어.

처음엔 내가 뭔가를 흘렸나 싶어서 가방 쪽을 봤거든. 그런데 가방은 그대로였고, 물병도 넘어지지 않았어. 난 괜히 신경 쓰여서 “네? 기사님?” 하고 물으려다 말았어. 기사님이 고개를 돌린 채로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시선이 다시 앞으로 고정됐어.

그때부터 대화가 사라졌어. 보통 택시 타면 길 얘기나 날씨 얘기라도 한마디 나오잖아. 근데 그분은 내 목적지 방향만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계속 진행했는데, 평소 톤이 전혀 아니더라. 심지어 브레이크 밟을 때도 소리가 얇게 나서, 차가 아니라 누군가의 숨 같은 걸 듣는 느낌이었어.

나는 혹시나 해서 뒷좌석을 한 번 더 확인하려고 몸을 살짝 틀었는데, 그 순간 기사님이 재빨리 백미러를 다시 봤어. 눈이 마주친 건 아닌데, 뒤를 확인하는 동작이 나랑 타이밍이 맞물린 느낌이랄까. 그때 “아, 아뇨” 같은 소리가 기사님 입에서 아주 낮게 새어 나왔고, 바로 입을 다물었어.

차가 신호등 앞에 섰을 때, 기사님이 천천히 라디오를 다시 켰어. 그런데 음악이 아니라 잡음이 더 크게 들렸고, 화면에는 시간만 깜빡였어. 난 그 잡음 속에서 뭔가 다른 소리가 섞여 있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확실하진 않았어. 다만 그 잡음과 함께 뒷좌석이 아주 조금씩 “쿵” 하고 울리는 것처럼 들렸거든.

나는 그제야 내 가방 지퍼가 제대로 잠겨 있는지 확인하려고 손을 뻗었어. 그런데 손끝에 닿는 감촉이 이상했어. 가방 안이 젖어 있는 것 같은 차가운 기운이 손에 전해졌고, 비 오기 전엔 없던 냄새도 났어. 물병을 확인하니 물은 그대로였는데, 가방 안쪽 어딘가에서 천이 스치며 나는 소리가 계속 났어. 내가 뭔가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아주 조용했는데도 계속 이어졌어.

기사님은 그 상황을 아는 사람처럼 행동했어.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속도를 더 줄이더니, “여기서 세워드릴게요.” 하고 말투를 바꿨어. 평소엔 ‘-요’로 끝내던 분인데, 그때는 말이 짧았고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크게 들렸어. 나는 내리면서 뒷좌석을 다시 봤는데, 거기엔 내 가방이 그대로 있고, 물병도 넘어져 있지 않았어. 대신 좌석 바닥에 얇게 젖은 흔적 같은 게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 방향이 내가 앉아 있던 자리 쪽으로 이어져 있었어.

택시에서 내린 뒤 집까지 걸어가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도,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더라. 다음 날 출근길에 택시 앱을 열어 기사님 리뷰를 남기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택시 기록이 사라져 있었어. 카드 결제 내역은 남아 있었는데, 탑승 기록만 비어 있는 거야. 나는 그때부터 계속 떠올랐어. 정말 내가 뒷좌석을 확인하려던 타이밍에, 기사님도 확인하고 있었던 게 맞는지. 그리고 그분이 조용해진 이유가 ‘손님이라서’가 아니라 ‘뒷좌석에 뭔가가 있어서’였던 건지. 밤길 택시는 늘 무섭지만, 그날처럼 차 안이 너무 조용해진 순간은 아직도 잊히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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