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우편물이 아니라 내 물건이 포장되어 돌아왔다
시골집에서 우편물이 아니라 내 물건이 포장되어 돌아왔다. 그날도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관 앞에 놓인 박스가 딱 내 이름으로 붙어 있어서 손이 먼저 굳어버렸다.
박스는 택배 상자라기보다 오래된 이삿짐 포장처럼 테이프가 여러 겹이었고, 겉면엔 “파손 주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글자가 조금씩 번져 있었다. 택배기사님이 실수로 잘못 보내신 건가 싶어서 뜯어보려다 멈췄다. 이상하게도 내 물건을 받으려면, 뭔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한 달 전, 도시에서 쓰던 작은 전자기기를 시골집에 보내서 수리 맡기려 했었다. 회사가 아니라 동네 수리점이었고, 부품이 오면 연락 준다고 했으니 급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물건이 왜 지금, 아무 연락도 없이 포장까지 해서 돌아와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상자를 열자 안엔 내가 보냈던 그 기기 본체가 들어 있었다. 설명서도 원래 있던 그대로였는데, 더 불안한 건 포장이 “처음부터 다시 한 번” 한 것처럼 정돈돼 있다는 거였다. 비닐 완충재의 접는 각도까지, 내가 보냈던 방식이랑 거의 같았다. 마치 누가 내 집에서 그걸 다시 포장해서 주소만 바꿔 끼워 넣은 것 같았다.
그 옆엔 작은 종이 쪽지가 끼워져 있었는데, 펜으로 적힌 글씨가 번져서 정확히 읽기엔 힘들었다. 그래도 한 줄은 선명했다. “여긴 주소가 아니에요. 집은 다시 찾아가야 해요.” 읽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주소가 틀렸다는 안내문도 아니고, 장난치기엔 내용이 너무 이상했다.
나는 그 종이를 들고 바로 수리점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안 되다가 겨우 받았는데, 통화하고 한참 뒤에야 “그거 아직 안 왔는데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나는 택배 송장 번호를 말했지만, 수리점 사람은 “그 번호는 우리 쪽으로는 들어온 기록이 없어요”라고 했다. 그 말이 떨어지는 동안에도 창밖에서 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제야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내가 보낸 주소는 분명히 시골집 주소였고, 우체국이나 택배사 시스템에서 반송 처리됐다는 문자도 없었다. 그런데 상자엔 반송 라벨이 없었다. 대신 누군가가 내 이름을 다시 적어 붙였고, 포장 테이프도 내 집에서 쓰던 것처럼 낡은 갈색이었다. 내가 집에 없을 때 누가 와서 포장한 것처럼 느껴졌다.
밤이 되자 나는 상자를 거실에 두고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자꾸만 상자에서 “뭔가가 움직였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실제로는 소리 한 번 안 났는데, 마음이 먼저 겁을 만들어냈다. 새벽에 잠깐 깼을 때, 현관 쪽 바닥에 얇게 빛이 들어오길래 커튼 사이로 봤다. 택배차가 아니라, 작은 반짝임이 마당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가만히 보니 그건 테이프 조각이었다. 누군가 상자를 또 포장하려다 떼어낸 것 같은 모양인데, 집에서 쓰지 않는 색이었다. 내가 쓰는 테이프는 좀 더 하얗고, 그건 약간 회색빛이었다.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에는 아주 짧은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빨리 지나가서 생긴 것 같은, 걸음도 아닌 자국 같은 모양.
다음 날 아침, 나는 우편함부터 확인했다. 평소엔 청구서나 지인이 보낸 편지 정도만 들어오는데, 이번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우편함 안쪽에 얇은 종이가 하나 더 끼워져 있었다. 그 종이에는 주소도, 이름도 없고 “돌려보낸 건 물건이 아니라, 당신이 남긴 빈자리예요”라고만 적혀 있었다.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누군가가 내 물건을 되돌려준 게 아니라, 내 연락처와 집의 형태를 이용해서 “내가 어디쯤 있어야 하는지”를 확인하려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나는 수리점에도 연락을 더 했고, 택배사에 문의도 했다. 기록은 없고, 라벨도 없고, 설명은 늘 공백뿐이었다. 지금도 그 기기는 집에 있는데, 이상하게도 전원을 켜면 화면이 잠깐 켜졌다가 바로 꺼진다. 그 짧은 순간에 화면이 보여주는 건 늘 같은 문장뿐이다. 마치 누가, 내 물건을 통해 내 집을 다시 찾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