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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른 손이 스스로 놓이는 느낌이 들었다

2026-07-23 08:29:11 조회 1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른 손이 스스로 놓이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모든 감각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때의 손바닥 감촉이 떠오르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날 나는 늦은 퇴근이라 엘리베이터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탔다. 사무실에서 내려오는 길이라 그런지 버튼들이 유난히 반짝였고, 손가락 끝이 닿는 지점이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선명했다. 7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거였는데,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딸깍’ 버튼을 눌렀다.

그냥 눌렀다 싶었는데 이상했다. 버튼을 누르고 있던 순간, 손가락이 의도와 상관없이 아주 미세하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 손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손이 내 손가락에 붙어 있다가, 약속된 타이밍에 슬쩍 떼어내는 것처럼.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시 힘을 줘서 버튼을 더 눌렀다. 그런데도 손끝은 자꾸 미끄러져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는 평소대로 움직였고, 내부 조명도 깜빡임 없이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가 더 불길했다. 버튼 옆의 작은 표면이 유독 매끈하게 느껴졌고, 손바닥에 닿는 진동이 이상하게 늦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손을 내려서 확인해보려 했는데, 그때야 말로 더 이상하게 손목이 무겁게 굳어버렸다.

“뭐지, 손이 떨리나?” 하고 웃으려는 순간, 내 손등이 바닥을 향해 살짝 기울어지는 걸 봤다. 나는 분명히 손을 고정하려고 했는데, 손이 스스로 자리를 바꾸는 듯했다.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CCTV 표시도 있었고, 비상벨도 있었다. 그런데 비상벨 위치가 갑자기 멀게 느껴졌고, 버튼을 가리키는 표지판 글자가 잠깐 흐려졌다.

1층 도착 알림이 울리자마자 문이 열렸고, 나는 재빨리 밖으로 나가려 했다. 문제는 그때였다. 문이 열리는 바람에 소매가 휘날리며 손이 앞으로 쏠렸는데, 그 손이 내가 생각하기 전에 먼저 엘리베이터 안쪽을 ‘한 번 더 누르고’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제야 버튼을 놓친 줄 알았는데, 동시에 버튼 아래의 빈 공간이 이상하게 어두웠다. 마치 손가락이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지 못한 것처럼.

나는 엘리베이터를 뒤로하고 복도에 서서 손바닥을 봤다. 특별한 상처는 없었다. 다만 손바닥 한가운데에 아주 얇은 잔흔 같은 게 남아 있었다. 물리적으로 눌린 자국이라기엔 너무 미세했고, 마치 “여기 있었어”라고 표시를 해둔 도장 같았다. 손가락 끝도 평소보다 감각이 무뎌져서, 열쇠고리를 쥐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날 집에 가서도 계속 그 생각이 떠올랐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건 습관처럼 자동인데, 그 자동이 끊기고, 내 손이 아닌 무언가가 동작을 이어받은 듯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 날 다시 출근해서 같은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이번엔 일부러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층이 움직이는 걸 지켜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손이 자꾸 버튼 쪽으로 향했다. 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버텼다.

다만 그날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퇴근길, 같은 층에서 탔는데 엘리베이터가 ‘내가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미 내려가기 시작한 적이 있었다. 기사님이 관리하던 기계라면 그런 일이 없을 텐데, 문득 엘리베이터 내부 거울에 내 손이 한 박자 늦게 보였던 느낌이 떠올랐다. 그 이후로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손가락이 살짝 풀리는 순간을 기다리게 됐고, 그 틈에 뭔가가 대신 눌러주는 기분을 떨치기 어려웠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엘리베이터는 사람을 ‘옮기는’ 장치라기보다 어떤 사람의 동선을 ‘기록’하는 데 더 가까운 것 같았다. 내가 버튼을 누르던 손이 스스로 놓이는 느낌이 들었다는 건, 내 의지만큼이나 다른 의지가 그 틈에서 손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도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볼 때마다, 손끝이 닿기 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멈칫하게 된다. 그리고 그 멈칫이… 다음엔 내 손이 먼저 놓일까 봐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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