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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계산 중인데 내 뒤 편에 사람이 서 있는 게 느껴졌다

2026-07-24 00:29:13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계산 중인데 내 뒤 편에 사람이 서 있는 게 느껴졌다. 처음엔 그냥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 더 들어오는구나 싶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산대 앞에 있는 내 시선보다 한 발자국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들더라. 거울처럼 반사되는 진열대 유리로 뒤를 슬쩍 봐도 사람은 보이는데, 그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내 등 뒤 공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어.

나도 그날은 피곤해서 대충 물건 고르고 카드를 대려던 참이었어. 계산대 옆에 작은 거울이 있어서 손님들이 각자 고른 물건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는 것 같았는데, 그 거울 속에선 내 뒤가 잘 보여. 그런데 평소 같았으면 누군가 지나가거나 거리만 벌어졌을 텐데, 그 사람은 계속 내 뒤에 딱 붙어 있었어. 마치 내 계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처럼.

점원이 “다음 분요”라고 말하기도 전에, 내 귀 뒤쪽으로 아주 가까운 숨소리가 들린 건지, 아니면 그냥 소음이 그렇게 들린 건지 헷갈렸어. 근데 분명한 건, 내가 결제하려고 카드를 들고 있는 그 순간에 뒤편에서 한 번 손가락이 계산대에 닿는 듯한 소리가 났다는 거야.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 끝으로 톡 하고. 나는 그게 내 뒤에서 뭔가를 만지는 소리라고 확신했어.

카드 결제를 마치고 영수증이 출력되기까지 몇 초가 있는데, 그 몇 초가 유난히 길었어. 점원은 바쁘게 다른 쪽을 보고 있었고, 매장 안 음악은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내 뒤에 있는 사람의 존재만 소리처럼 또렷했어. 나는 고개를 돌리면 이상하게 보일까 봐 천천히 정리하듯이 영수증을 집어 들었어. 그때 거울을 통해 보이던 뒤쪽 인물은, 머리 위치가 내 어깨 높이에 정확히 맞춰져 있었어.

그 사람이 얼굴을 보려는 건 아니었는데, 시선이 자꾸 부딪히는 느낌이 들더라. 거울 속에서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니고, 그냥 시선이 걸리는 것 같았어. 게다가 그 사람은 너무 얌전했어. 편의점에서 계산 기다리다 보면 발을 까딱거리거나 폰을 만지거나 하는데, 그 사람은 그런 게 전혀 없었거든. 나는 물건 봉투를 들고 한 발 뒤로 물러나려고 했는데, 그 순간에도 뒤편은 내 움직임을 따라오는 듯했어.

혹시 내 착각일까 해서 일부러 천천히 돌아서 봤어. 돌아서는 순간엔 아무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의외로 계산대 바로 앞—내 뒤에서 서 있던 자리에 사람의 모양이 그대로 있었어. 그런데 그게 ‘서 있는 사람’이라기보단, 뭔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었어. 옷이 움직이지도 않고, 숨을 쉬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손도 어딘가에 고정된 것처럼. 나는 순간적으로 식은땀이 났어.

그래서 나는 먼저 말 걸기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계산대 쪽을 피해서 바로 문으로 나가려 했어.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뒤에서 아주 낮게 “계산하셨어요?” 같은 말이 들릴 뻔했어. 근데 실제로 누가 말한 건지 확신이 안 됐어. 목소리가 들렸다기보단, 내 머릿속에서 그렇게 들려온 느낌. 그리고 그 다음에, 내 등 뒤에 있던 공기가 확 꺼지는 것처럼 식어버렸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누가 따라붙었다가, 딱 맞춰 떨어지는 그런 느낌.

나는 밖으로 나가면서 뒤를 보지 않았어. 대신 문이 닫히고 나서야 한 번 돌아봤는데, 편의점 안엔 다른 손님이 들어오는 중이었고, 아까 내가 느꼈던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어. 점원도 평소처럼 진열을 하고 있었고, 계산대 뒤에 사람만 있는 것 같았어. 그냥 손님이 잠깐 다른 곳을 보러 갔나 싶기도 했지. 근데 내 머릿속엔 계속 남아 있던 장면이 있어. 거울 속에서 내 어깨 높이와 맞물리던 그 시선, 그리고 톡 하고 닿던 손가락 소리.

집에 와서도 계속 찜찜했어. 결제 내역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켜는데, 이상하게 영수증에 찍힌 시간이 내 기억보다 몇 분 더 뒤로 나와 있었거든. 게다가 결제를 시작할 때쯤 내가 뒤편을 의식한 게 분명한데, 그 시간대가 흐릿하게 끊긴 느낌이 있었어. 마치 누군가가 그 몇 분만 손으로 쓱 훑고 지나간 것처럼. 그날 이후로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는 유난히 뒤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됐어. 그리고 가끔은, 누가 내 뒤에 서는 것보다 먼저—내가 먼저 누군가의 자리에 맞춰지고 있는지—그걸 생각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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