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이 늦길래 전화했는데 통화가 너무 공손했던 썰
배달 음식이 늦길래 전화를 했는데, 그쪽 통화가 너무 공손해서 오히려 내가 민망해진 썰이 있어.
그날도 그냥 평범하게 시켜서 배고프니까 얼른 오겠지 싶었는데, 앱엔 예상 시간이 자꾸 늘어나더라. 처음엔 “사정이 있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결국 한참을 지나도 라이더 위치가 움직이질 않아서 결국 전화를 걸었어. 솔직히 나도 좀 짜증이 살짝 올라오긴 했지.
전화 연결음 뜨고 얼마 안 돼서 기사님이 아니라 콜센터 같은 목소리로 받더라. 내가 “주문한 거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하고 묻자, 상대가 말투부터가 조심조심이었어. “고객님,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현재 배달 진행 상태를 확인해도 될까요?” 이런 식으로, 딱 사과부터 정중하게 하더라고.
나도 그 순간 “아, 그럼 기사님이랑 통화한 게 아니라 확인 단계구나” 하고 마음이 좀 가라앉았는데, 상대는 계속 공손 모드였어. “혹시 고객님 주문 번호를 확인 가능하실까요?” 하면서, 내가 말하는 동안 끊지 않고 기다려주고, 말 끝나면 바로 “네, 고객님 감사합니다” 같은 반응을 해주더라. 평소 같으면 ‘어디쯤이에요?’ 하고 짧게 끝내고 싶은데, 통화 상대가 너무 예의 바르게 굴어서 내가 더 정중하게 말하게 됐어.
나는 “대략 몇 시쯤일지 예상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물었고, 상대는 바로 “네, 고객님. 확인 후 안내드리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셔도 될까요?”라고 했어. 그리고 정말로 잠깐 정적이 생기더니, 곧바로 “고객님께 안내드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면, 현재 해당 주문이 조리 완료 단계에 있습니다. 다만 외부 상황으로 인해 이동 시간이 지연되고 있어요.” 이렇게 설명을 길게 해주는 거야.
여기서도 문제는 없었는데, 내가 “외부 상황이면 혹시 사고나 그런 건가요?” 하고 걱정 반사적으로 물었잖아. 그랬더니 상대가 한 박자 더 공손하게 받아쳤어. “고객님, 혹시라도 안심이 되지 않으실 수 있어 죄송합니다. 현재로서는 배송 지연 사유가 상세히는 접수되어 있지 않지만, 라이더가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말이 너무 단정적이지도 않고 너무 불안하게도 만들지 않으면서 균형을 딱 잡는 느낌이었어.
솔직히 내가 원하는 건 빠른 배달이었지, 감동 서비스는 아니었는데 통화를 하다 보니 마음이 이상하게 풀리더라. 그래서 나도 “아, 알겠습니다. 언제쯤 도착할까요?” 하고 또 묻자, 상대가 “고객님,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겠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약 20~30분 내 도착 예정으로 확인됩니다. 도착이 지연될 경우에는 즉시 재안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마지막엔 “고객님,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까지 붙이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진짜 내가 혼자 웃음이 났어. 아까는 짜증이 올라오던 상태였는데, 통화 상대는 계속 내가 고객 대접받는 사람처럼 말하니까, 내가 화를 낼 이유가 사라지는 기분? 더 웃긴 건, 나는 물론 늦어지는 게 불편한 건 맞지만, 상대가 그렇게 공손하게 말해주니까 내 불만이 다른 데로 새는 느낌이었어. 내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끊었는데도 전화 종료 버튼 누르고 나니까 약간 허탈하더라고.
그리고 얼마 뒤에 실제로 음식이 도착했어. 생각보다 바짝 늦진 않았고, 문 앞에 두고 가는 방식도 매뉴얼처럼 깔끔했어. 나는 배달 앱에서 기사님에게 별점 남길까 하다가, 콜센터 말투가 자꾸 떠올라서 별점보다 메모를 적었지. “늦어서 아쉬웠지만 안내가 친절해서 마음이 좀 풀렸어요. 다음엔 더 빨리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썼어. 나도 모르게 ‘화내는 사람’이 아니라 ‘기록하는 사람’이 된 거 같아서.
그날 이후로 배달이 늦어지면 예전처럼 무작정 화부터 내기보다는, 먼저 상황을 확인해보는 쪽으로 습관이 바뀌었어. 물론 늦으면 불편한 건 변하지 않는데, 전화 한 번의 말투가 사람 마음을 조용히 다독일 수 있더라. 배달 음식이 늦어서 전화했는데, 끝은 이상하게도 ‘고마웠던’ 통화로 남아버린 밤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