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내 개인기록이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았어
군대에서 내 개인기록이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았어. 처음엔 그냥 내가 실수했나 싶었는데, 그날 당직 끝나고 내무반 컴퓨터에서 개인기록 파일을 열자마자 날짜가 며칠 전으로 되돌아가 있었거든. 분명 오늘이었는데, 화면 구석에 찍힌 작성일이 “어제”도 아니고 “지난주”였어. 게다가 내가 분명히 새로 추가해 둔 메모, 체크해 둔 항목들이 싹 지워져 있었고.
사건은 정확히 소대 인원 정리하던 날부터 시작됐어. 나는 내무반에서 쓰는 개인기록을 매일 업데이트했는데, 그게 사실상 내 머릿속 정리용이자 나중에 보고할 때 참고하는 자료였거든. 그런데 그날 저녁, 분대장이 “기록 확인해”라고 말하자마자 파일을 열었는데, 표 제목부터가 달랐어. 분명 어제 버전이었을 텐데, “초안”이라고 써 있는 제목으로 바뀌어 있었지.
처음엔 부대 공유 드라이브 동기화가 꼬였나 생각했어. 그래서 USB로 백업해둔 파일을 다시 넣고 확인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파일을 저장하는 순간 다시 예전 날짜로 돌아가더라. 저장 누를 때마다 “업데이트됨”이라고 뜨는데, 정작 다시 열면 작성일이 과거로 점프하는 느낌이었어. 분명 내가 방금 저장했는데도 화면은 마치 내가 그때로 되돌아간 것처럼 굴었지.
이상하다고 느끼고 나서부터는 더 자주 봤어. 다음 날 아침엔 분대장이 명단 확인하라고 했고, 나는 그때도 개인기록을 열어봤거든. 그런데 어젯밤에 추가해 둔 “점검 완료” 표시가 없어졌고, 대신 이전에 내가 지워버렸다고 생각했던 항목이 다시 살아있었어. 누가 내 계정으로 만진 것도 아닌데, 로그인 기록도 깨끗했어. 딱히 해킹 같은 거 할 능력도 없는 군대 환경이잖아.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꿨어. 종이에 적고 사진으로 찍어서 휴대폰 메모에 저장해뒀지. 기록이 과거로 돌아간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보려고. 그런데 문제는 그 종이 쪽에서도 생겼어. 내가 분명 점검표 옆에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쳐놨는데, 다음 날엔 그 동그라미가 사라져 있더라. 지워진 게 아니라, 종이 위에 같은 자리에 다른 흔적이 덧그려져 있었어. 마치 내가 다른 날에 그걸 해놨던 것처럼.
그때부터는 솔직히 좀 무서웠어. 아무도 내 기록을 건드릴 이유가 없었고, 내무반 특성상 컴퓨터 앞에 누가 오래 서 있을 여유도 없어. 게다가 나는 늘 내 개인기록을 내 열쇠로 잠가둔 폴더에 두고 있었거든. 근데 열쇠는 그대로였는데, 파일은 내가 잠근 날짜보다 더 이른 날의 상태로 바뀌어 있었어. “누가 만진 흔적”이라기보단, “되감긴 느낌”이 강했지.
나는 그걸 한 번만 더 확인하고 끝내자고 생각했어. 점호 직전에 마지막 업데이트를 하고, 점호 끝난 뒤에도 같은 방식으로 열어보려고 했거든. 근데 점호가 끝나자마자 컴퓨터 화면이 잠깐 멈추더니, 파일이 자동으로 다시 열렸어. 그 순간, 방금 내가 입력한 문장 중 중간이 삭제돼 있었고, 커서는 내가 입력하려다 멈췄던 위치에 그대로 깜빡이고 있었어. 내가 멈춘 적이 없는데도 말이야.
그날 이후로는 다른 것도 이상해졌어. 개인기록뿐 아니라, 내 메모장에 적어둔 짧은 문장까지 “며칠 전의 내가 적은 말”로 바뀌는 느낌. 사실 군대 생활은 계속 반복되니까, 내가 착각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는 문장이 있었고, 그 문장은 분명 내가 바꾼 걸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다시 열면 표현이 조금씩 달랐어. 마치 누가 내 생각을 따라 읽다가, 그보다 더 이전의 선택지로 되돌려버린 것 같았어.
결국 나는 휴가 신청서랑 같이 제출하던 날, 더는 못 보겠어서 개인기록을 아예 폐기하려고 했어. 파일 이름을 바꾸고 폴더를 다른 데로 옮기고, 출력해둔 종이까지 전부 정리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주 초에, 분대장이 “이건 왜 이전 버전으로 제출됐지?”라고 물었어. 내가 확인한 건 분명 최신 버전이었는데, 제출 파일은 과거 버전이었거든. 그때 내가 느낀 건, 누군가가 고친 게 아니라 시간이 내 자료를 다시 가져가는 것 같았다는 거야.
이제 와서 생각하면, 가장 소름 돋는 건 내가 기록을 과거로 되돌린 날들에 딱 맞춰서 이상한 꿈을 꿨다는 거야. 꿈 속에서는 늘 같은 복도, 같은 냄새, 같은 소등 시간. 그리고 그 꿈에서만, 누군가 내게 “너는 아직 정리 덜 했어”라고 말하는 듯한 공기가 있었어. 나는 그 말을 누가 한 건지 기억 못 하는데, 깨어나면 항상 개인기록만 먼저 과거로 돌아와 있더라. 그 뒤로는 내가 뭘 저장하든, 어딘가에서 이미 끝난 날짜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아직도 그 컴퓨터 화면이 떠오르면 손이 먼저 식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