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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창고에 들어갔더니 CCTV 모니터에 내가 아닌 다른 내 모습이 떠

2026-07-24 12:29:15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창고에 들어갔더니 CCTV 모니터에 내가 아닌 다른 내 모습이 떠 있었다. 처음엔 그저 늦게까지 야근한 동기랑 착각한 줄 알았어. 그런데 화면 속 나는 내가 지금 서 있는 방향이랑 완전히 반대로 손을 뻗고 있었고, 창고 문을 닫는 동작 타이밍도 미묘하게 어긋났거든. 그냥 모니터 오류려니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 순간 CCTV 쪽 화면에서 내 고개가 먼저 꺾였어. 실시간으로 따라오질 않는 느낌이랄까.

그날 나는 물류 정리 때문에 창고에 들어갔다. 퇴근 시간은 한참 지났고, 사무실 불은 반쯤 꺼져 있었어. 창고 한쪽에는 박스가 높게 쌓여 있고, 바닥에는 라벨지 붙은 스티로폼 완충재가 흩어져 있지. 관리자는 보통 이 시간엔 들어오지 말라고 해. 그래도 마감 맞추려고 혼자 들어갔는데, 이상하게도 창고 안에서 나는 늘 하던 냄새 말고 다른 걸 느꼈어. 습기 섞인 먼지 냄새 같은데, 그게 손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기분이었어.

모니터는 사무실 쪽에 달려 있었고, 창고 안에서 바로 보이진 않아. 대신 창고 문을 열고 들어오면 복도에 작은 CCTV 화면이 한 대 있거든. 나는 복도를 지나며 무심코 그 화면을 봤어. 그런데 화면 속 창고는 내가 방금 들어간 창고가 맞는데, 화면 속 나는 아직 문 앞에 멈춰 서 있었어. 나는 이미 안쪽으로 두 칸쯤 들어간 상태였거든. 그 차이가 단순한 지연인지 확인하려고, 내 발을 한 번 앞으로 내디뎠지. 그랬더니 화면 속 내 발도 똑같이 움직였는데, 문제는 “순서”였어. 내 발이 움직이는 순간보다 늦게 반응하는 게 아니라, 먼저 움직인 다음 따라오는 느낌이더라고.

나는 그때부터 심장이 이상하게 뛰기 시작했어. ‘CCTV가 지연이 있나?’ 하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지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교묘했어. 화면 속 나는 내 몸을 그대로 닮았는데, 웃는 표정이 아주 살짝 달랐거든. 내가 평소에 짓는 얼굴은 무표정에 가깝고, 긴장하면 입꼬리가 말리지 않는데, 화면 속 나는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들렸어. 그리고 그 웃음이, 내가 지금 느끼는 긴장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표정처럼 보여서 더 소름이 돋았어.

나는 창고 안쪽에서 박스 하나를 꺼내 라벨을 확인하던 중, 화면 속 내가 먼저 움직이는 걸 또 봤어. 나는 손에 든 박스를 옆으로 밀며 정리하고 있었는데, 화면 속 나는 박스를 만지지도 않고 그대로 복도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어. 그 행동은 내가 그 시간에 절대 하지 않을 동선이야. 창고에서 물품을 찾는 방식이 있는데, 나는 항상 같은 경로로만 돌아. 그런데 화면 속 나는 반대로 돌아서 문 쪽으로 나가려고 했어. 내가 고개를 들고 문 쪽을 보기도 전에, CCTV 화면 속 문이 ‘딸깍’ 하고 닫혔거든.

문이 닫힌 소리는 창고 안에서도 똑같이 울렸어. 실제로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창고 문이 흔들렸고, 바람이 한 번 휘잉 불었어. 근데 그때 창고 문은 잠겨 있지 않아야 했어. 내가 들어올 때는 그냥 손으로 밀어서 들어갔고, 잠금장치는 잠그는 타입이 아니거든. 그런데 문이 닫히면서 잠금이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어. 나는 급하게 문 손잡이를 잡고 밀었지. 손잡이는 움직이는데, 문은 열리지 않았어. CCTV 화면을 보니, 화면 속의 ‘다른 나’가 손잡이를 잡고 있는 장면이 딱 보였어. 내가 지금 잡은 손잡이와 위치도, 높이도 정확히 같았는데, 그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는 모양까지 일치했어.

그 다음부터는 진짜로 시간이 꼬인 것 같았어. 나는 문을 밀다가 멈췄고, 숨을 삼키며 “뭐야” 하고 말했어. 그런데 CCTV 모니터에서는 내가 말을 하지 않았어. 대신 화면 속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어. 나는 창고 천장에 달린 스피커가 있는 걸 그제야 떠올렸어. 회사에서 가끔 방송 테스트 할 때 그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거든. 근데 그날 밤, 아무 방송도 잡히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 그런데 화면 속 나는 그 스피커를 보고 있는 것처럼 고개를 고정했어. 그리고 아주 잠깐, 화면이 화면답지 않게 깜빡이더니, 내 모습이 아니라 “다른 내”가 한 번 더 나타났어. (처음엔 1명인데, 깜빡임 뒤에 2명이 되는 느낌)

나는 미친 듯이 창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복도 방향을 피하려고 했어. 하지만 창고 안 복도는 막혀 있지 않는데, 내 발걸음이 이상하게도 복도 끝으로만 끌려가는 기분이 들었어. 박스 사이로 걸어가는데 시야가 계속 CCTV 화면 쪽으로 당겨지는 느낌. 손에 쥔 라벨지 같은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 떨어지는 소리가 늦게 들렸어. 마치 소리가 아니라 장면이 조금씩 뒤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그 와중에 모니터에선 “다른 나”가 천천히 다시 창고 안으로 들어왔어. 이번엔 내 동선 그대로였는데, 내가 서 있는 위치랑 정확히 겹치진 않았어. 딱 10센티쯤 옆에서 움직이는 느낌. 가까운데, 닿지 않는 거리.

결국 나는 창고 문이 열렸을 때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하고 뛰쳐나왔어. 문을 열자마자 복도 공기가 확 들이쳤고, 사무실 쪽 형광등은 꺼져 있었는데 CCTV 화면만 유난히 밝았지. 화면 속에는 더 이상 사람이 없었어. 대신 창고 문 앞에 내 신발 한 짝이 놓여 있었어. 내가 잃어버린 기억은 없는데, 그 신발은 분명히 내 거였고, 발바닥의 닳은 자국까지 똑같았어. 나는 그 신발을 보자마자 손끝이 차가워졌고, 그날 이후로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어. 꿈에서 나는 창고 문 앞에서 서 있고, 누군가가 내 뒤에서 천천히 내 어깨를 잡는 느낌이 들거든.

며칠 뒤 출입 기록을 확인해보니, 내가 들어간 시간대에 “내부 동선”이 이상하게 찍혀 있었어. 내 계정으로 로그인한 사람은 나 하나뿐인데, 창고 쪽 카메라에서 활동한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표시되었다는 식이었는데, 정확한 설명은 없었어. 그저 시스템 로그가 말이 안 되는 식으로 꼬여 있었지. 그날 CCTV 모니터에 떠 있던 건 단순한 오작동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 왜냐면 지금도 가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볼 때마다 내 표정이 내가 의도한 것과 한 박자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거든. 거울 속 나는 멀쩡히 나인데, 어딘가가 늘 “아직 화면에 남아 있는” 얼굴 같아서… 그 창고 문이 다시 닫힐까 봐, 문 손잡이를 잡는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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